
가만히만 있어도 땀이 주룩 흐르는 폭염에도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운동선수들. 세계 각국에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달라진 스포츠 환경이 포착되고 있다.
무더위는 이제 ‘악조건’이 아니라 ‘위험 요소’다. 미국, 호주, 유럽 등 주요 스포츠 선진국들은 수년 전부터 폭염을 안전 문제로 보고 대응을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습구흑구온도지수(WBGT) 등 과학적 지표를 기준으로 삼는다. WBGT는 단순 기온이 아닌, 습도·복사열·풍속 등을 포함해 인체가 느끼는 열 스트레스를 수치화한 지표다. 프로는 물론 아마추어 체계까지 법제화 수준으로 강화하는 흐름이다.
미국프로풋볼(NFL)과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는 이미 WBGT 지수 32도 이상 또는 기온 38도 이상일 경우 경기 시간 조정 및 쿨링 브레이크를 의무화하고 있다. 메이저리그(MLB)는 더그아웃에 냉방 팬과 얼음 조끼 등 냉방 물품을 배치했다. 경기 시간도 변경한다. 지난해 기준 전체 경기 중 12%가 낮 대신 야간에 열렸다.

더 세밀하게 관리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세계 4대 테니스 대회 중 하나인 호주오픈은 별도로 극한기후 기준(Extreme Heat Policy)을 도입했다. WBGT 외에도 습도·풍속·자외선까지 종합 평가해 5단계 경기 중단 체계를 운영한다. 측정값이 3에 도달하면 선수들은 수분 섭취를 늘리고 다양한 쿨링 방법을 이행하도록 권장된다. 4에 도달하면 대회 심판이 세트 사이 휴식 시간을 연장할 수 있으며, 5에 이르면 경기가 중단된다.
프로 경기의 기준이 강화되면서 아마추어 환경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아픈 기억이 있다. 체감온도가 40도에 육박하던 2022년 8월1일 미시시피주, 브랜든고에서 훈련하던 17세 미식축구 선수가 쓰러졌다. 무더운 날 강도 높은 훈련 중 구토와 현기증 증상에도 휴식 없이 계속 훈련을 지시받았고 결국 쓰러져 사망했다. 이제는 주별로 지침과 기준을 마련해 아마추어 선수들을 보호하고 있다.
이 사건 이후 조지아,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등 여러 주에서 법적 폭염 지침 강화 및 안전 장비 구비 의무 규정을 도입했다. 조지아주의 경우 연습 시작 30분 전부터 매시간 공식 WBGT 측정을 진행한다. WBGT 86 이상 시 쿨링 존에 냉수 스프레이, 아이스 타월, 냉수욕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지침을 어길 경우 최소 500달러에서 최대 1000달러 벌금이 부과된다.
이웃나라 일본도 달라졌다. 일본 고교야구 최고 권위 대회인 고시엔에선 여름철 오후 2시를 전후해 열리는 한낮 경기를 없앴다. 대신 오전, 저녁 시간대로 옮겨 2부제를 실시한다. 9이닝 경기를 7이닝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본 프로축구 J리그는 관중을 위해 경기장에 무료 급수기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시각에서 폭염에 대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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