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믿보배’ 증명한 조정석 “‘좀비딸’, 주변의 소중함 일깨워주길” [SW인터뷰]

사진=NEW

 

영화 ‘좀비딸’의 초반 흥행 기세가 매섭다. 개봉 전 사전 예매량 30만장을 기록하며 올해 개봉작 중 최고 기록을 세운 데 이어 30일 개봉 첫날 43만 관객을 끌어모았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F1 더무비’ 등 쟁쟁한 경쟁작 사이에서도 관객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이유는 주연 배우 조정석이라는 수식어가 주는 신뢰감이다.

 

과거 영화 ‘엑시트’·‘파일럿’으로 여름 극장가 흥행을 견인했던 조정석은 이번엔 좀비로 변해버린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빠 이정환으로 분했다. 영화에는 관객의 시선을 잡아끌 블록버스터급 CG나 화려한 액션이 담기진 않았다. 다만 조정석이 주연으로 나섰다는 것만으로도 관객은 극장가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등 오랜 연기 경력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하며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완성한 조정석의 힘이다.

 

‘좀비딸’에서도 조정석은 자신의 진가를 발휘한다. 웹툰 원작의 작위적일 수 있는 설정도 설득력 있게 살리고 상황마다 능청스럽고 현실적인 연기로 극을 이끌어간다. 조정석에게도 이 작품은 특별하다. 아빠가 돼서 부성애가 자라날 무렵에 운명처럼 ‘좀비딸’을 만났다. 

 

 

작품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가진 조정석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인 만남이 아닐까. 저에게는 ‘좀비딸이 그런 작품”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조정석은 “특별히 작품을 준비했다기보다 ‘이 영화에 나를 맡긴다’는 느낌이 컸다. 다른 작품은 감정신이 힘들고 어렵게 와닿을 때가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감정신을 찍을 때 감정이 너무 잘 나오다 못해 폭발했다. 그 감정을 얼마만큼 조절하는지가 관건이었다”고 촬영 당시를 돌아봤다. 시사회에서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도 조정석은 손에 쉰 손수건을 몇 번이고 들었다놨다 하면서 눈물을 꾹 참았다고.

 

극 후반부 상상 속에서 딸 이수아(최유나)와 대화하고 춤을 가르쳐주는 장면과 엔딩에서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며 자신을 물으라고 하는 장면을 예로 든 조정석은 “‘내 안에 있는 부성애가 이정도구나’ 깨달음도 얻었다”고 떠올렸다. 특히 군인들이 들이닥치는 장면을 두고 “감정이 너무 치닫다 보니까 ‘이게 맞나? 아니면 감정을 더 확실하게 다잡은 상태에서 담백하게 해야 할까’ 감정 조절에 대한 논의를 감독님과 많이 나눴다. 감독님 또한 그 장면에 경우의 수를 많이 간직하려고 하셨던 것 같다. 그러다 결과물에 지금의 컷이 쓰여진 건데 저는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조정석은 2020년 첫 딸을 품에 안았다. 부성애가 무럭무럭 성장할 무렵 만난 ‘좀비딸’을 통해 아빠로서 자신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됐다. 조정석은 “나한테 이런 부성애가 있다고 깨달음을 안겨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촬영이 끝나고 집에 가서 딸이랑 같이 놀면서 ‘나는 원래 이 자리에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이유가 있어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너니까 좋아’라는 말이 있지 않나. 아이가 없는 기혼자였다면 이렇게까지 못 느꼈을 텐데 아빠가 되는 순간 그냥 아빠니까 부모로서의 책임감이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다”며 “작품을 찍으면서 부성애가 이만큼 커졌다는 것보다는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고 항상 그 자리였는데 내가 몰랐던 것이었구나’ 생각이 들더라”라고 전했다. 

 

‘좀비딸’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지만 조정석은 일부러 촬영을 마칠 때까지 웹툰을 읽지 않았다. 그는 “머릿속에 있는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싶었다. 만화적인 설정이다 보니까 더 많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래야만 해’가 아니라 ‘이럴 수도 있잖아’라는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해서였다”라고 원작을 안 읽은 이유를 밝혔다. 

 

이어 “감정신 같은 경우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부터 원작이 아닌 이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큰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정환이 가지고 있는 딸에 대한 간절함을 제가 잘 표현해내면 원작의 싱크로율을 잘 맞출 수 있지 않을까.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들도 영화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촬영이 끝난 후에야 웹툰을 읽어봤다는 조정석은 “목소리 톤이나 상황에 대처하는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라며 “‘왜 다르지’ 이런 아쉬움이 아니라 이건 만화고 저희는 영화니까 그 차이가 있어서 저는 더 좋았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또다시 ‘조정석표 코미디’를 증명해냈다. 억지스러운 과장이 없는 자연스러운 코미디 감각, 상황마다 능청스럽고 현실적인 연기로 조정석은 코미디 장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배우다. 이미지 고착화에 대한 우려는 없는지 묻자 조정석은 “그런 걱정은 사실 안 한다.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이 드는 이유는 최근에 넷플릭스 시리즈 ‘약한 영웅’에 빌런 역할로 나왔더니 깜짝 놀라는 분들이 많더라. 그게 자연스러운 배우 조정석이다. 인간 조정석의 자연스러운 작품 선택을 존중하고 싶다. 그렇지 않고 인위적으로 코미디를 벗어나기 위해서 뭔가 다른 것을 하려고 하는 건 배우로서 필요한 덕목일 수도 있지만 거기서 오는 불협화음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러운 게 가장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서 코미디를 그만하라는 조언이 계속해서 암묵적으로 들린다면 저도 각을 해봐야겠지만 자연스러운 선택이 가장 좋은 선택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내면에 갖고 있던 부성애를 일깨워준 작품인 만큼 ‘좀비딸’은 조정석에게 있어 뜻깊은 작품이다.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공유하고 싶은 감정이 있는지 묻자 조정석은 “저처럼 영화를 보고 주변에 친구나 부모님 혹은 자식일 수도 있고, 그들의 소중함을 잠시 까먹고 사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그 누군가가 됐든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영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그 이전에 일단 영화를 재미있게 봐주시면 제일 좋겠다”고 웃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