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오정세가 그리는 빌런은 어느 역할이든 강한 인상을 남긴다.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의 임박사처럼 표정부터 행동까지 광기가 가득한 캐릭터는 물론 겉보기엔 평범하지만 알고 보면 소름 돋게 잔인한 캐릭터를 소화할 때도 오정세만의 악역 연기는 독보적이다. 선하고 코믹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악역일 때는 180도 다른 사람이 된다.
오정세는 최근 종영한 굿보이(JTBC)에서 냉혈한 인물로 다시 한번 강렬한 빌런을 만들었다. 굿보이는 특채로 경찰이 된 메달리스트들이 메달 대신 경찰 신분증을 목에 걸고 비양심과 반칙이 판치는 세상에 맞서 싸우는 액션 수사극이다. 드라마는 ‘정의는 언제나 승리한다’는 신념을 다수의 선과 절대 악의 극한 대립으로 명확하게 그려내면서 호평을 받았다. 여기에는 오정세의 활약이 돋보였다.
오정세는 극 중 관세청 세관 7급 공무원 민주영으로 분했다. 겉으론 평범한 얼굴에 근면 성실해 보이지만 실체는 인성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약, 살인 사건 등 사건·사고의 중심이자 모든 악행의 근원이 되는 빌런이다. 2회부터 정체를 드러내며 최종회까지 긴 호흡으로 극의 긴장감을 조였다.

오정세는 31일 “보통 막바지까지 범인이 누굴까 추리하는 포맷이 익숙한데, 이 드라마는 초반부터 내가 범인인 것을 보여주고 스토리가 흘러갔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고 굿보이들에게 자극제가 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한 꺼풀씩 벗길 때마다 새롭게 반전을 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능력까지? 쟤랑도 손을 잡았어? 이 인물의 끝은 어디일까’ 계속해서 궁금증을 만들게 하고 싶었다”고 캐릭터 구축 과정을 떠올렸다.
외적인 변화에 고민의 결과가 담겼다. 오정세는 “의상, 외모가 초반과 후반이 다르다. 초반에는 평범한 인물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헤어스타일도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 그러다 관세청을 나온 뒤에 헤어스타일을 꾸미기 시작했다”며 “의상도 평범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고가인 제품들을 착용했다. 평범한 검은색 바지라도 ‘민주영이라면 이런 걸 입겠지’라는 마음으로 고가인 의상들을 준비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민주영은 돈과 권력을 위해서라면 살인, 폭행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악인이다. ‘이 도시 안에서는 내가 왕’, ‘나는 모든 위기를 빠져나갈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가진 괴물이다. 오정세가 그동안 맡았던 악역 중에서도 최악의 캐릭터다.
오정세는 “다른 작품에서는 서사를 통해 그가 왜 괴물이 됐는지 설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인물을 맡으면서는 그게 불편했다. 조금이라도 민주영에 대한 동정심을 주고 싶지 않았고, 내가 민주영으로서 시청자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도 크게 하지 않았다. 그저 돈과 권력에 대한 위험만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마지막에 굿보이들이 던지는 시원한 한방을 통해 정의는 아직 살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웃었다.

오정세는 TV를 틀기만 하면 나온다고 할 정도로 다작의 아이콘이다. 놀랍게도 굿보이는 올해 내놓은 드라마 중 세 번째 작품이다. 캐릭터도 각양각색으로 맡아 다채로운 매력을 선사했다. 별들에게 물어봐(tvN)에서는 냉철한 재벌 과학자를, 폭싹 속았수다(넷플릭스)에서는한량 캐릭터를 맡아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이미지 변신을 염두에 두고 작품에 임하는 것일까. 오정세는 “코미디라든지, 악역이라든지 어떤 목표를 잡아 놓고 한 해를 보내는 편은 아니다”라며 “집을 나올 때 오늘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지 않나.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사기꾼을 만나기도 한다. 작품도 집을 나서는 것과 같다. 누굴 만날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어떤 작품이 내게 손을 내밀까’하는 기다림과 설렘으로 잡아가는 것 같다. 그렇게 하다 보니 지금의 내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과 함께 커가는 느낌이다. 점차 성장하고 나이를 먹으면서 매해 새로운 나를 만난다. 모든 작품에서 내 안을 꺼내는 방법이 달랐다. 내 안에 없는 것을 바깥에서 가져오기도 하고, 그런 경험이 잘 쌓인 것 같다”며 “번아웃은 없었다. 감정 표현이 서툰 사람이라 감정 연기가 있으면 몇 달 동안 고민에 빠지기도 하고, 가끔은 연기가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연기를 통해 얻는 즐거움과 행복이 더 크다”고 말했다.
차기작도 곧 방영된다. 오정세는 오는 9월10일 공개되는 디즈니+ 시리즈 북극성에서 강동원, 전지현과 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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