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현장] 조력 사망은 범죄일까…돌아온 이보영, ‘메리 킬즈 피플’로 던질 화두

배우 이보영이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 사옥에서 열린 새 드라마 메리 킬즈 피플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MBC 제공

 조력 사망을 돕는 의사는 선의일까 살인일까. 13년 만에 MBC에 돌아온 이보영이 안방극장에 무거운 화두를 던진다.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 사옥에서 ‘메리 킬즈 피플’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주연배우 이보영, 이민기, 강기영, 권해효, 윤가이와 박준우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1일 첫 방송 되는 ‘메리 킬즈 피플’은 치료 불가능한 환자들의 조력 사망을 돕는 의사와 이들을 추적하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서스펜스 드라마. 이보영은 조력 사망을 돕는 베테랑 응급의학과 의사 우소정으로 분한다. 

 

 대한민국에서는 연명의료 중단을 의미하는 존엄사, 환자의 죽음을 인위적으로 앞당기는 안락사, 의사 처방의 도움을 받아 죽음을 택하는 조력사망 등의 단어가 혼용되고 있다. 명확한 정의도 규정도 어려운 주제다. 조력사망을 합법화 한 나라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윤리적인 문제들로 인해 논쟁 중이다. 

 

 국내에서 조력 사망을 주제로 한 첫 드라마라는 점이 이목을 끈다. 박준우 감독은 “고통 없이 죽음을 도와주는 의사지만, 경찰이 보면 일종의 연쇄 살인마다. 쫓기는 의사와 쫓는 경찰의 이야기 속에서 ‘왜 이들이 안락사를 했을까’에 대한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작품”이라며 “안락사를 해야한다는 내용이 아니다. 심지어 극 중 인물도, 연기한 배우들도 혼란스러워 했다. 안락사라는 화두를 던질 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우 이민기, 이보영, 강기영, 윤가이, 권해효(왼쪽부터)가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 사옥에서 열린 새 드라마 메리 킬즈 피플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MBC 제공

 배우들이 꼽은 작품 선택의 이유는 소재가 주는 신선함이었다. 이보영은 “대본을 받았을 때 해외 노부부가 조력사망으로 죽음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남편과 함참 이야기를 나눴다. 나이가 들고, 아이들에게 짐이 되지 않게 선택할 수 있는 것도 행복한 삶이 아닐까”라고 말하면서도 “(조력사망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남은 사람들의 마음과 사회적 시선을 생각하면 걱정되기도 한다. 내가 옳다 그르다 말할 수는 없지만, 주제를 던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이어 “소정의 행동이 절대 선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지만, 시선에 따라 논란이 될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면서 “눈물 나는 순간들이 많았지만 모든 케이스마다 감정이입을 할 수는 없었다. 촬영 하는 동안 건조하게, 동시에 소정의 선함을 따듯한 눈빛에 담으려 했다”고 부연했다.  

 

 이민기는 어떤 치료도 소용없는 말기암 시한부 환자 조현우이자 말기암 환자로 위장해 우소정을 수사하는 형사 반지훈 역으로 반전을 예고한다. 강기영은 우소정의 조력 사망을 돕는 전직 성형외과 의사 최대현을, 권해효는 조력 사망의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양신부로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그간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언더커버 하이스쿨’, ‘노무사 노무진’ 등의 전작을 통해 탄탄한 금토드라마 라인업을 쌓아온 MBC다. 2011년 애정만만세 이후 13년 만에 MBC의 품으로 돌아온 이보영은 “오랜만에 하는 만큼 결과가 좋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고 털어놨다.

 

 메리 킬즈 피플은 전편 19세 이상 관람가로 방송된다. 국내에서 ‘의료 조력 사망’이 ‘의료 조력 자살’로도 표현되는 현실이다. 죽음에 대한 묘사가 자살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조력 사망을 다루면서 방송 심의에 대한 기준도 명확히 따라야 했다. 사회적 담론을 시의성 있게 반영하며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본질을 고찰하려 한 작품이다. 제작진과 배우의 의도가 시청자에게 닿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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