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트리거’ 김남길 “절제하는 이도, 액션도 최소화”

넷플릭스 트리거에서 특수부대 출신 순경 이도 역을 맡은 배우 김남길. 넷플릭스 제공

 혐오와 갈등이 넘쳐나는 세상에 총이 풀리면 어떻게 될까.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는 동떨어진 현실이지만 낯설지만은 않은 설정을 살렸다. 작품을 통해 총기 액션에 도전한 배우 김남길은 현재와 미래 세대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다.

 

 트리거는 총기 청정국 대한민국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불법 총기가 배달되고 총기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스릴러물이다. 김남길은 정의를 지키기 위해 다시 총을 든 경찰 이도를 연기했다. 지난 25일 공개된 트리거는 공개 사흘 만에 290만 시청 수(시청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글로벌 톱10 시리즈(비영어) 부문 4위에 올랐다. 공개 직후부터 대한민국 1위, 전 세계 20개국 톱10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한 휴전 국가다. 총기와는 어울리지 않지만 남자들이 군대를 다녀와 인구의 절반이 총기를 다룰 수 있는 나라다. 그래서일까, 총기 사건이 발생하는 총기 청정국이라는 설정이 어색하지는 않다.

 

 김남길은 30일 “학창시절 총 쏘는 게임을 많이 해서 관련 지식이 많다”고 웃으며 “실생활에서 가깝지 않을 뿐 아이러니하게 맞는 부분도 많았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판타지적으로 풀 수 있고, 총기가 허용되는 나라의 시청자도 마치 거울처럼 볼 수 있는 작품이라 신선하겠다 싶었다”고 작품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넷플릭스 트리거에서 특수부대 출신 순경 이도 역을 맡은 배우 김남길. 넷플릭스 제공

 공개에 앞서 인천 총기 사건이 터지며 충격을 안겼다. 작품 공개날은 확정돼 있던 상황이지만, 총기 사유화를 소재로 작품인 탓에 예정된 팬 행사를 취소했다. 제작진과 배우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김남길은 “판타지 같은 작품이었지만 유사 범죄가 일어나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었다”면서 “지금 세상을 살아가는 세대도, 앞으로 살아갈 세대를 위해서라도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분노를 자제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생각한다면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극 중 이도는 전직 특수부대 스나이퍼 출신의 순경으로 아군을 지키기 위해 총구를 겨누던 인물이다. 혼란스러운 전쟁터에서 돌아와 총 없는 세상에서 평화를 지키려던 이도는 아이러니하게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다시 총을 들게 된다. 김남길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도구는 어떻든 괜찮다고 생각했던 인물이 변화하고, 다시 불가항력적으로 총을 드는 과정이 매력적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총을 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때는 “도망가고 싶다”는 캐릭터의 감정이 느껴졌다. 김남길은 “작품의 메시지를 고려해 절제하는 이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넷플릭스 트리거에서 특수부대 출신 순경 이도 역을 맡은 배우 김남길. 넷플릭스 제공

 아일랜드, 도적: 칼의 소리, 열혈사제 시리즈 등 작품마다 화려한 액션으로 주목받았던 김남길은 이번 작품에서도 액션 장인의 면모를 뽐냈다.  김남길은 “팔다리가 긴 편이라 라인을 예쁘게 잡으려 했다”며 “액션은 볼거리다. 보는 이들에게 장면마다 명확한 임팩트를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해 더 과감하게 구성한다. 반복적인 것도 싫어해서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 가고자 의견을 내는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달하고자 한 건 효율적인 전투신이 아니라 절제하며 지켜내고자 했던 세상의 모습이다. 이를 위해 이도의 분노를 직접 보여주기보다는 간접적인 장치로 드러냈다. 그는 “이도는 총을 들지 않아도 사랑하는 이들과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 인물이다. 잔인한 액션보다는 가치관을 방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액션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트리거에서 특수부대 출신 순경 이도 역을 맡은 배우 김남길. 넷플릭스 제공

 트리거는 상식에서 벗어난 세상을 참지 못하는 장수생, 전자발찌를 찬 성폭행범,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학생, 태움으로 괴로워하는 간호사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인간군상들에 총을 건넸다. 드라마의 허용치 안에서 시청자가 감정을 이입할 수 있도록 자극적인 설정이 가미되기도 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방아쇠를 당기지는 않았다. 학폭 피해자는 이도의 설득에 총을 내려놨고, 간호사도 숨겨둔 총을 경찰에 반납했다. 약자라는 프레임을 가진 이들의 불만과 욕구가 총과 만나더라도 항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교훈을 던졌다.

 

 누구라도 마음속 트리거가 있다. 김남길 역시 기본 질서가 지켜지지 않는 세상을 마주할 때 분노를 느끼지만 트리거를 당기지 않는다. 자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화를 내봐야 내게 도움되는 게 뭐가 있을까 싶어 좋게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도 (내가 화났다는 걸) 상대방은 모르니 다시 화가 나기도 한다”며 웃었다. 김남길은 이도를 바라보면서 화를 내서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 자신을 지켜가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세상이 발전을 거듭할수록 예전에는 없던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 과거엔 옳았던 게 달라지고, 반대로 과거엔 틀렸던 사실이 지금은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는 “여유가 없어 갈등이 많아지는 것 같다. 표현하는 게 중요한 데, 워낙 어려운 현실이다. 트리거를 통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봐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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