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인터뷰] “가장 간절한 사람이 저예요” 17년 만에 다시 안양 코트에 선 유도훈 감독

유도훈 정관장 감독이 17년 만에 안양의 지휘봉을 잡으며 새로운 출발을 알린다. 유도훈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최서진 기자

 “누구보다 절실하죠.”   

 

 17년 전 초심을 온몸에 새긴다. 강산이 바뀌어도 2번 바뀔 수 있는 시간, 산전수전 다 겪었다. 처음 감독 자리에 오르면서 꺼내 입었던 배냇저고리를 다시 입는다. 더 탄탄해진 내공으로 그때 그 간절했던 마음을 다시 다잡는다. 남자프로농구 정관장 지휘봉을 17년 만에 다시 잡은 베테랑 사령탑, 바로 유도훈 감독이다. “코트에 다시 돌아오고 싶었어요. 정말 간절했거든요”라며 눈을 지긋이 감은 유 감독은 “경험과 연륜을 쌓아 돌아온 만큼 그때보다 훨씬 잘해야죠”라고 이내 미소 지었다.

 

 유 감독은 2007년 정관장의 전신인 KT&G 사령탑에 오르면 처음 감독 자리에 앉았다. 17년 간 정규리그 통산 302승으로 이 부문 4위, 플레이오프(PO) 29승으로 이 부문 7위에 랭크되며 명장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지휘봉을 잡는 팀마다 PO행을 이끌면서 ‘PO 청부사’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반대로 말하면 ‘별’이 없다. 전자랜드를 이끌던 2018~2019시즌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유도훈 정관장 감독이 17년 만에 안양의 지휘봉을 잡으며 새로운 출발을 알린다. 유도훈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최서진 기자

 반대로 정관장은 총 4차례(2011∼2012, 2016∼2017, 2020∼2021, 2022∼2023시즌)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르며 명문 구단으로 발돋움했다. 유 감독은 “우리 팀에서 우승이 제일 간절한 사람은 저 아닙니까”라고 외친 이유다. 그는 “정관장은 우승을 해봤던 팀이지만, 나는 우승을 해야 할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승뿐만 아니라, 프로농구 코트 자체가 절실했다. 계획하지도, 원치도 않았던 갑작스러운 공백기가 생겼다. 그러나 농구공을 놓진 않았다. 재능 기부 형식으로 몽골리그의 인스트럭터로 활동했다. 유 감독은 “몽골 팀에서 요청을 받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몽골에 다녀왔다. 이번 여름에도 다시 갈 계획이었다”면서 “쉬고 있는 지도자라면 누구든 ‘어디서 부르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갖는 게 솔직한 마음 아니겠나. 하지만 기회가 오지 않겠다 싶어 몽골 일정을 짜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연락을 받았다. 농구에 대한 생각이 잘 맞아서 진행이 빠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도훈 정관장 감독이 17년 만에 안양의 지휘봉을 잡으며 새로운 출발을 알린다. 유도훈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최서진 기자

 1967년생, 어느덧 KBL 최고령 감독이다. 하지만 농구공만 있다면, 그 열정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럽다. 몽골 선수들을 가르치다 아킬레스건이 파열된 게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8월 유 감독과 연이 있는 몽골 팀이 전지훈련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동국대에서 훈련을 시작한 첫날, 유 감독은 가드 선수에게 수비를 제치는 스텝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컨디션이 좋아 직접 스텝을 선보인 뒤 치고 나가려던 순간 ‘빡’ 소리와 함께 주저앉았다.

 

 유 감독은 “컨디션이 정말 좋아서 선수 때처럼 스텝을 잡고 똑같은 힘을 쓰니까 고장이 났다”며 “당시 의료 대란이 심각했던 시기라 바로 수술도 받지 못했다. 9월에 수술대에 올랐다. 다행히 회복이 빨랐다. 11월에 요청을 받아 몽골에서 마저 재활했을 정도”라고 껄껄 웃었다.

 

 이런 열정을 가진 그에게 휴식은 달콤하지 않았다. 감독은 “푹 쉬자 싶었지만, 한두 달이 지나니 바로 쑤시더라. 자의로 쉰 게 아니니 심리적으로도 잘 다스릴 필요가 있었다. 몰두할 게 필요해 계약 종료 후 자전거를 열심히 탔다. 문제는 간이 망가졌었다. 당시에 건강검진을 받았었는데, 그날 오후에 빨리 병원으로 오라더라”고 회상했다.

 

 강조하고 싶은 말은 코트에 돌아와 ‘행복하다’는 이야기다. 유 감독은 “휴식이, 휴식이 아니었다. 좋아하는 걸 하지 못한다는 슬픔이 컸던 것 같다. 몸도, 마음도 어려웠던 시기”라며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돌아와서 정말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서”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유도훈 정관장 감독이 17년 만에 안양의 지휘봉을 잡으며 새로운 출발을 알린다. 유도훈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최서진 기자

 간절했던 만큼 각오가 남다르다. 유 감독의 시간은 누구보다 빠르게 흐른다. 정관장은 지난달 17일 소집해 2주간 체력 훈련을 마치고 지난 7일부터 유 감독의 지휘 아래 손발을 맞춰보고 있다. 유 감독은 미국프로농구(NBA) 2K26 서머리그 관전도 마다하고 한국에 남아 선수들을 직접 가르치고 있다. 연습 경기도 발 빠르게 준비해 리그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다. 

 

 첫 시작은 소통이다. 유 감독은 지난 6월 선수단 개별 면담과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 워크숍이 남달랐다. 선수 모두가 단상에 나와 자신의 생각을 발표했다. 유 감독은 “한 팀을 위해 모였지만, 생각은 모두 다르다. 조금씩 맞춰가기 위해 각자의 방향성을 시작으로 다른 포지션들에게 원하는 부분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합을 맞추는 시간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효과도 좋았다는 후문이다. 변준형은 “다들 말을 정말 잘하고 많이 해서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이 정말 많았던 건가 싶었다”고 웃으면서도 “처음부터 나체로 마주한 느낌이었다. 숨기고 싶은 점 등 부끄러웠던 부분을 과감하게 나누게 됐고, 소통이 한결 더 편해졌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유 감독이 그리는 정관장은 ‘건강한 팀’이다. 이중적인 메시지를 갖고 있다. 정관장은 지난 시즌 변준형, 김종규 등 부상자가 많아 전력 누수가 컸다. 새 시즌에는 모두가 제 컨디션으로 제 실력을 자랑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뜻이다. 더불어 유 감독은 존중과 존경이 자리 잡은 원팀을 만들고 싶다. 실제로 인터뷰에서 한 명의 선수도 빠짐없이 호명하며 기대하는 점을 설명했다.

 

 유 감독은 “지난 시즌보다 더 높은 성적을 바라보는 건 당연하다. 중요한 건 기존에 있던 선수들과 중간에 합류한 선수들의 합이다. 군 제대해서 합류한 변준형, 트레이드로 온 김종규와 김영현까지 온 상황이었다. 올 시즌 관건은 이들의 ‘자존심 회복’이다. 그러기 위해 치료와 재활에 엄청나게 공을 들이고 있다”며 “기대되는 선수들이 정말 많다. 잠재력 있는 선수들이 올라오고, 주축들이 중심을 잡는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작은 목표부터 맞추면 큰 목표가 이뤄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유도훈 정관장 감독이 17년 만에 안양의 지휘봉을 잡으며 새로운 출발을 알린다. 유도훈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최서진 기자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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