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괴력투… 곽빈, ‘이닝이터+파이어볼러’ 진화 계속된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기다림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불운의 부상으로 다소 늦게 합류했지만, 공백을 만회하듯 한층 성장한 투구를 뽐낸다. ‘건강한’ 곽빈(두산)이 또렷한 마운드 위 존재감으로 팀을 웃게 한다.

 

곰 군단 간판투수 곽빈은 지난해 15승을 거두며 생애 첫 다승왕 타이틀을 따냈다. 시즌 종료 후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도 국가대표로 발탁돼 조별리그 쿠바전서 4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온갖 의문부호를 걷어내고, 스스로 그려낸 상승곡선이었다. 올 시즌을 향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배경이다. 다만 뜻하지 않은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개막에 앞서 내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한 것. 절치부심 끝에 돌아와 연일 괴력투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곧장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적응과 조정의 시간이 필요했다. 6월 초 1군 마운드에 다시 섰지만, 실전 감각과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매 경기 차츰 제 페이스를 되찾기 시작했고, 7월에 접어들며 완연히 달라졌다. 투구 폼에도 변화를 줬다. 이 과정에서 예년보다 간결해진 팔 스윙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지금의 곽빈은 우리가 알던 모습, 그 이상이다. 묵직한 강속구는 더 빨라졌고, 짜임새 있는 운영까지 곁들였다. 이닝이터 면모도 한층 발전했다. 29일 기준 직전 4번의 등판 모두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써냈다.

 

이 가운데 3차례는 7이닝씩 소화했고, 26일 잠실 LG전은 108개의 공을 던져 3실점했다. 비록 승리는 따내지 못했지만, 100구가 넘은 뒤에도 시속 150㎞를 유지하는 뒷심이 인상적이었다. 이날 그의 직구는 평균 154㎞, 최고 158㎞까지 나왔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당시 중계석에 앉았던 이동현 SPOTV 해설위원도 엄지를 치켜세운 대목이다. “팔 스윙이 짧아지면서 에너지 소모가 줄었다. 체력적으로도 힘을 안배할 수 있으니 이닝을 길게 가져갈 수 있는 동력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끔 몰리는 공은 물론, 확 빗나가는 공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제구도 그렇고, 완급조절이 훨씬 좋아졌다. 강하게 던지는 데만 의존하지 않더라. 강속구가 있어도, 상황에 맞게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보더라인 쪽으로 넓게 넓게 활용한다. 이젠 마운드 운영을 할 줄 아는 투수”라고 칭찬했다.

 

곽빈은 부상 복귀 후 “작은 일에도 감사하면서 계속 나아가겠다”며 “아직 어리고, 배울 것도 많다”는 각오를 되새긴 바 있다. 그 말대로 ‘완성형 에이스’를 향한 진화를 멈추지 않는다. 본궤도에 올라선 에이스, 주저하던 두산의 발걸음에도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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