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오디션 공화국] “인생역전 스토리 나오는 오디션…영원히 계속될 것”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
"개천서 용 되는 극적 스토리"
"방송가 자리 잡은 고정 장르...옥석 가려질 것"
현재 방영 중인 Mnet 보이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2플래닛'

 

“오디션 프로그램은 없어지지 않을 것.”

 

장르를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미 K-팝 산업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비슷한 포맷, 반복되는 논란 등으로 프로그램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지만 서바이벌 형식의 오디션은 이미 새로운 스타 등용문으로 정착된 게 사실이다. 대중은 TV 속 참가자를 보면서 극적인 성장 서사를 통한 대리 만족을 느끼거나 자신이 스타를 만들었다는 권리 의식을 갖는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 겸 국제사이버대 특임교수는 28일 “인생 역전 스토리가 나오는 곳”이라고 먼저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경쟁이 심화하고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다.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이 약화된 상황에서 개천의 용이 되는 모습은 굉장히 극적인 스토리”라며 “현실의 경쟁 구도를 그대로 프로그램으로 갖고 들어가니 공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승을 향한 생존 경쟁과 다양한 배경의 참가자가 등장하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하 평론가는 “자극에 길든 대중은 이제 평이한 것으로는 만족을 못한다”며 “생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구조로부터 대중은 강한 자극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대중문화는 굉장히 획일화됐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게 되면 거의 아이돌만 출연하다시피 하는데 그나마 오디션을 통해 여러 분야의 사람이 등장한다. 그게 하나의 콘텐츠로서 신선하고 재미있게 느껴진다. 누군가를 응원하는 것 자체가 재미를 준다”고 덧붙였다. 

 

팬들은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제작자이자 육성가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장기간 오디션 콘텐츠를 소비한 팬덤 내부에는 ‘내가 스타를 만들었다’는 주인의식까지 자리 잡았다. 하 평론가는 “과거에는 팬들이 스타를 동경만 했다면 요즘은 스타를 내가 만들어 간다는 의식이 굉장히 강하게 생겼다”며 “그렇다 보니 팬들이 기득권 의식을 갖고 아티스트를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태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성장보다 경쟁에만 초점을 맞춘 지나친 자극성도 문제다. 하 평론가는 “경쟁에 자꾸 길들여지다 보면 그보다 자극성이 낮은 프로그램은 점점 관심을 받지 못한다. 평범한 음악 프로그램은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고, 실제로 전체적인 방송가 프로그램의 자극성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며 “오디션 프로그램이 심화하는 경쟁 사회를 반영하는 측면도 있지만 반대로 경쟁 심리를 더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그로 인해 사회가 더 팍팍해지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오디션 포맷은 한계라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과거 ‘슈퍼스타K’나 ‘프로듀스101’ 등의 프로그램이 압도적인 화제성을 모은 것에 비해 최근에는 비교적 관심이 저조하다.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는 시즌11 이후 중단됐다가 3년 만에 부활을 예고하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하 평론가는 “오디션은 영원히 계속될 것 같다. 방송가에 기본적으로 자리 잡은 고정 장르”라고 예측하면서 “지금은 제작량이 너무 많아 흘러넘친다. 너무 유행이 심해지면 그 반작용으로 다시 소강상태로 가는 경향이 있다. 양적으로 팽창하다 보면 실패작이 많이 나올 것이다. 옥석이 가려지는 과정을 거쳐 성공작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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