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웃고 류현진 울고… 엇갈린 ‘세기의 대결’

사진=뉴시스

 

김광현(SSG)은 활짝 웃었고, 류현진(한화)은 고개를 떨궈야 했다. 모두가 고대하던 순간,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두 좌완의 사상 첫 선발 맞대결은 싱겁게 끝나버렸다.

 

2006년 데뷔한 류현진과 1년 뒤 프로 무대에 들어선 김광현은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2008년)을 포함,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준우승(2009년) 등 프로야구 황금기를 수놓았다. 한 시대를 이끌었지만, 두 선수의 진검승부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시범경기와 올스타전을 제외하면 정규리그 및 포스트시즌(PS) 선발 맞대결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그간 엇갈리기만 했던 둘의 길, 처음으로 한 점으로 겹쳐 맞닿았다. 무려 18년 만이다. 둘의 나이가 서른 중반을 훌쩍 넘어 성사된 이른바 ‘세기의 맞대결’이다.

 

밤샘 텐트가 등장했다. 류현진과 김광현 두 전설의 대결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는 팬들의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했다. 어쩌면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를 승부의 풍경을 눈에 담아두기 위해, 팬들은 지난 26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로 향했다. 구장 안팎은 일찌감치 달아올랐고, 총 1만7000석은 예외 없이 전석 매진됐다. 심지어 현장 판매분을 손에 넣기 위해 줄이 길게 늘어섰고, 일부는 밤샘 텐트 대기를 감행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동선 부사장까지 직접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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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모았던, 박진감 넘치는 투수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승부의 추는 시작과 동시에 크게 기울었다. SSG 타선은 1회 초부터 류현진 상대로 맹공을 퍼부었다. 선두타자 최지훈의 우중간 단타부터 시작해 안상현의 볼넷, 최정의 선제 적시타(1-0)로 포문을 열었다. 또한 기예르모 에레디아(2-0)와 김성욱(5-0)이 각각 큼지막한 2루타를 때려 쐐기를 박았다.

 

류현진은 1회에만 아웃카운트 3개를 잡는 동안 32구를 던졌고, 4피안타 2볼넷 5실점(5자책점)에 머물렀다. 이후 추가 등판 없이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가 1이닝 소화 후 강판된 건 KBO리그 커리어 9시즌 가운데 처음 있는 일이었다.


김광현은 전혀 다른 그림을 그렸다. 1회 대량 득점 지원 속 한층 여유로운 투구를 이어갔다. 시속 150㎞에 달하는 시즌 최고 구속을 찍으며 혼신의 역투를 펼쳤다. 특히 빼어난 위기관리 능력까지 뽐내면서 6회까지 책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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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 말 4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1실점, 무사 만루의 절체절명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노시환과 채은성 상대로 유격수 병살타, 3루수 땅볼을 유도하며 대량 실점없이 마무리했다.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이날 김광현의 활약 중 단연 백미였다.

 

김광현은 이날 6이닝 81구를 투구해 6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2자책점) 및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활약으로 시즌 6승을 챙겼다. 더불어 6시즌 연속 100탈삼진과 100이닝 소화를 동시 달성했다. 선발 싸움에서 이긴 SSG는 한화에 맞서 9-3 대승을 거뒀다.

 

한국 야구를 견인해 온 전설들의 두터운 존재감이 번뜩인 하루였다. 오랜 기다림 끝에 한 마운드에서 맞붙었다는 것만으로도 모두를 열광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야구계, 나아가 팬들은 ‘다음’을 기대한다. 황혼기에 접어든 류현진과 김광현이 생애 두 번째 맞대결을 빚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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