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 예민한 감정이 뒤섞일 수밖에 없었다.
프로야구 대표 한지붕 라이벌, LG와 두산의 시즌 10번째 맞대결이 벌어진 지난 26일의 잠실야구장. 뜨거운 승부 끝에 LG가 4-3 짜릿한 1점 차 승리를 빚었다. 다만 결과와 별개로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은 논란의 한 장면이 있었다. 바로 8회말 두산 대주자 조수행을 향한 13개의 견제구였다.
조수행은 3-4로 뒤져있던 그 이닝에서 볼넷으로 나간 선두타자 김인태를 대신해 1루에 섰다. 대주자의 목적이 득점권 찬스를 위한 2루 도루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 LG 벤치는 그때부터 견제구를 쏟아냈다. 무사 1루 양석환 타석에서 LG 불펜 김진성이 초구를 던지기도 전에 4번 연속 견제를 뿌렸다. 그 타석이 삼진으로 마무리 되기까지 총 견제구는 8개였다.
끝이 아니었다. 이어진 1사 1루 이유찬 타석에서도 삼진 엔딩 전까지 5개의 견제구가 적립됐다. 2타석에 걸쳐 도합 13번의 견제가 나온 전말이었다. 조수행이 이유찬의 삼진 상황에서 기어코 2루를 훔치고서야, 견제 소나기는 멎어들었다.
주말 시리즈 마지막 경기인 27일 맞대결을 앞두고 만난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에게 이 상황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취재진 앞에 선 조 대행은 “솔직히 안 좋게 봤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이어 “그렇게 견제구를 많이 던져도 되나 싶었다. 중간에 사실 한 번 나갈까도 고민했다. 바뀌는 건 없겠지만, 흐름을 끊고 싶었다. 그런데 어필할 명분이 아예 없는 경기 도중 일어나는 플레이였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조 대행의 말대로 KBO리그에는 견제구 횟수에 대한 제한이 없다. 피치클록을 먼저 도입했던 미국 메이저리그는 3번째 견제 시도에서 주자를 잡지 못하면 주자에게 2루 진루권을 주는 제한 룰이 있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피치클록 도입 당시 논의 끝에 최종적으로 견제구 제한 규정을 넣지 않았다.
이야기를 이어간 조 대행은 “상대방 자극하려는 내용은 아니지만 솔직한 이야기로 조금 과하지 않았나 싶었다. 물론 우리에게도 소중한 원 베이스인 만큼, 상대에게도 그렇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정말 한 베이스를 막기 위해서만 견제한 건지 싶었다. 당하는 입장에서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며 “오히려 조수행 선수한테 흐름을 끊어줬어야 했나 하는 미안함이 있었다. 그래도 거기서 결국 도루를 성공해주고, 다음 수비에서도 좋은 타구 건져줬다는 점에 대해 큰 칭찬을 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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