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기운”부터 “한 번 해봅시다”… 독수리 추격하는 쌍둥이들은 ‘즐기는 자 모드’

사진=LG 트윈스 제공

 

무르익었다. 프로야구 LG가 후반기 시작과 함께 반격의 기세를 되살렸다. 쫓는 입장임에도 선수단 표정은 여유롭고, 바짝 날이 선 분위기는 좀처럼 흔들림이 없다.

 

보통이라면 긴장감이 온몸을 짓누를 시점이지만 이 팀은 다르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자신들의 야구를 믿는다. 잇따른 접전과 위기에도 웃음꽃을 피어낸다. 이른바 ‘중압감을 이겨낸 자만이 닿을 수 있는’, 몰입과 자신감의 경지다. 지금 쌍둥이들은 바로 그 지점에 서 있다.

 

난공불락처럼 보였던 독수리 둥지를 향해 도전장을 내민다. 26일 기준 LG(55승2무39패·승률 0.585)는 6연승을 질주 중이다. 선두 한화(57승3무35패·승률 0.620)와의 승차는 3경기다.

 

도리어 쫓아가는 쪽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몰아치기 시작했다. LG는 후반기 첫 8경기에서 7승1패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4차례는 역전승이었다. 초반 실점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는다. 경기 중반 이후 분위기를 뒤집는 데 능숙해졌고, 누구 하나 포기하지 않는다. 선수단 내부에선 “마지막에 가면 우리가 뒤집는다”는 자신감으로 팽배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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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기운이 조금씩 우리에게 오고 있다”는 게 염경엽 LG 감독의 설명이다. 최근 들어 매 경기 반복할 정도로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수장을 넘어 선수단 전체에 퍼진 분위기를 대변하는 구호가 됐다.

 

숨 막히는 압박감조차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꿔낸다. 가득 찬 자신감에 저마다 몰입 중이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이 있다. 올 시즌부터 합류한 자유계약(FA) 이적생 장현식이다. 전반기 부침을 딛고, 셋업맨으로서 위기 상황을 틀어막는 소방수로 자리 잡아 팀 내 중추를 책임지고 있다.

 

후반기 들어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5경기 동안 3승 1세이브를 따내며 이 시기 실점 없이 ‘미스터 제로’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심지어 투입된 모든 경기가 팀의 역전승 혹은 흐름 반전에 결정적이었다.

 

26일 잠실 두산전 역시 마무리 유영찬의 휴식에 맞춰 8회 말 2사부터 투입, 아웃카운트 4개를 책임져 경기를 그대로 매조졌다. 염 감독은 “터프한 상황에 올라와 세이브를 기록한 장현식을 칭찬하고 싶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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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본인도 팀을 맴돌고 있는, 지금의 막강한 기운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 장현식은 “좋은 기운이 있는 것 같다. 야수 형들에게 ‘제가 나가면 어차피 역전할 거니까 편하게 하세요’라고 농담도 했다.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닌데, 이상하게 또 그렇게 되더라. 운이 좋았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우주의 기운’을 언급하며 “하늘에서 뭔가 도와주지 않으면 이렇게 안 되는 일인데, 계속 도움을 받고 있는 듯싶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LG의 ‘뒷심’ 면모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기 후반에 접어들수록 더 단단해진다. 언제든 흐름을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밑바탕에 깊게 깔려 있다. 선수들도 이를 믿고, 벤치도 확신하고 있다. 장현식 역시 “지고 있어도 다들 ‘할 수 있다’는 신뢰가 있다”고 했다. 이 믿음이 뿌리내릴수록, 선두 한화를 뒤쫓는 발걸음도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감독님도, 주장 (박)해민이 형도 ‘멀게 생각하면 멀게 느껴지고, 가깝다고 생각하면 가깝다’고 강조하셨다”는 장현식은 끝으로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쳐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다들 지금의 분위기라면 ‘한 번 해보자, 한 번 쫓아가 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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