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현장메모] 불 꺼지지 않은 잠실구장… 패배 뒤 그들은 다시 배트를 들었다

사진=스포츠월드 김종원 기자

 

만원관중으로 가득했던 잠실 야구장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이내 곧 적막함으로 가득했다. 텅 빈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조명이 하나둘 꺼진 그라운드 위, 스윙 소리가 밤하늘을 갈랐다.

 

프로야구 두산은 26일 잠실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정규리그 LG와의 맞대결에서 접전 끝 3-4 석패를 떠안았다. 앞서 연이틀 장군멍군을 거듭했고, 2연패다. 이날 경기는 타선에서의 아쉬움이 유독 진했다. 총 11안타를 때리고도 3득점에 그친 것. 반면 LG는 5안타만으로 4점을 냈다.

 

한 점 차 패배를 삼킨 곰들이 다시 배트를 들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밤 더위도 막지 못했다. 말없이, 또 묵묵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답답한 마음을 마음껏 털어내듯 스윙에 몰두했다. 이때 울려 퍼진 타격 소리에는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사진=스포츠월드 김종원 기자

 

이날 ‘한밤의 특타’에는 내야수 양석환과 이유찬, 외야수 김인태, 김민석 등이 참여했다. 베테랑 양석환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올 시즌 64경기 출전, 타율 0.242(231타수 56안타) 6홈런 2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04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6월 초 퓨처스팀(2군) 재조정 및 담금질을 거쳐 지난 9일 1군에 복귀했다. 36일 만이었다.

 

다만 아직까진 반등을 기다리는 중이다. 콜업 후 8경기 동안 타율 0.111(27타수 3안타) 0홈런에 머무른 게 방증이다. 팀 중심타자로서 두산의 타선을 지탱했던 그다.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그 옆에는 올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로 합류한 이적생 김민석도 있었다. 두산에 합류한 뒤 첫 시즌인 올해 56경기 타율 0.225(138타수 31안타) OPS 0.538을 기록 중이다. 1군과 퓨처스팀을 오가는 가운데 자신만의 뚜렷한 자리를 만들지 못한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재차 퓨처스팀 합류가 유력, 변화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조중근 1군 타격보조코치와 함께 폼을 조금씩 손보는 중이다.

 

수장도 고개를 끄덕이는 대목이다. 이날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은 “타이밍을 계속 보고 있다. 현시점 1루 자원이 양석환 한 명뿐이라, 내야와 외야를 모두 커버할 수 있는 김민석의 역할이 있긴 하다”면서도 “지금 성적이 계속 이렇다면, (1군 말소) 결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쓴소리를 전했다.

 

갈 길이 멀다. 두산은 후반기 반등을 위해 모두가 한뜻이다. 하지만 단순히 강한 열망만으로는 부족하다. 프로 무대는 결국 성과로 말해야 하는 냉정한 세계다. 저마다의 절박함이 고스란히 묻어난 오늘을 뒤로하고, 다시 내일을 향해 조용히 방망이를 쥔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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