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면 음악, 안무, 매니지먼트에 이르기까지 K-팝의 모든 것을 엿볼 수 있다. 피부로 느껴지는 K-팝 바이브는 실제 K-팝신을 이끌고 있는 프로듀서와 안무가, 가창자들이 참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3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댄서 겸 안무가 리정의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월파3)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리정은 한국 대표 댄스팀 범접의 멤버로 스월파3에 출연했다. 지난 15일 방송분에서 모티브와 탈락 배틀을 펼친 범접은 결국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도전을 마무리했다.
스월파3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리정이 최근 글로벌 신드롬 속에 전 세계 음원 차트를 뒤흔들고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안무 제작자로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며 다시금 화제를 모았다.
‘케데헌’은 K-팝 아이돌을 본격적으로 다룬 해외 첫 애니메이션이다. K-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라이벌 보이그룹인 사자 보이즈와 경쟁하며 목소리로 세상을 지키고자 하는 여정이 담겼다. 리정은 극 중 대결하는 걸그룹 헌트릭스 ‘하우 잇츠 던(How It's Done)과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 ‘소다 팝(Soda Pop)’ 등의 안무 창작에 참여했다.

3년 전 ‘케데헌’ 기획 초기부터 소니픽쳐스 애니메이션 팀과 기획을 함께했다. 리정은 “오랜 기간 함께했지만, 내가 참여했다는 사실을 조금 늦게 알렸다. 나보다 (케데헌의 성공에 대한) 권리를 누려야 할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도 홍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일단은 늦췄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리정의 안무를 알아봤다. 그는 “열심히 홍보하지 않았는데도 알아준다는 자체가 너무너무 감사하더라. 이제 SNS 영상 하나 올렸을 뿐인데 ‘소다팝(영상)은 왜 안주냐’는 반응을 봤다. 내 행보를 궁금해하는 이런 시대에 살 수 있어 감사하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글로벌 차트를 휩쓸고 있는 ‘케데헌’ OST는 테디, 쿠시, 24, 빈스 등 더블랙레이블 프로듀서진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소속사 프로듀서진의 참여에 이어 리정은 안무 파트에 제안을 받았다. 첫 미팅부터 ‘무조건 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그는 “더블랙레이블 프로듀서진의 음악색이 보장되어 있었다. 나는 그 음악에 춤을 추는 걸 좋아하고 그게 내 꿈이었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좋았는데, 첫 미팅을 하고 영화의 기획 의도와 전달하고자 하는 바, 내가 왜 필요한지를 듣고 나서 더욱 하고 싶어졌다”고 돌아봤다.
2021년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종영한 시점이었다. 리정은 “지금보다 커리어가 없을 때였다”고 회상했다. 제작진은 그런 리정의 가능성을 보고 협업을 제안했다. “프로듀서 중 한 분이 ‘스우파’를 보고 내게 안무를 맡겨줬다. K-팝 경력을 좋아해주셨고, 나의 감각이 필요하다고 말해주셨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당시의 감동을 전했다.
안무 창작 과정에서 특정 K-팝 가수를 모티브로 삼지는 않았다. 리정은 “내게 좋은 영감은 좋은 음악이었다. 음악이 너무 좋아 말 그대로 꿈을 펼쳤다”고 말했다. 챌린지 파트로 유명한 ‘소다팝’의 어깨춤 역시 음악을 듣자마자 생각나는 안무였다. “신기하게도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동작이 메가 히트를 치는 때가 있다”며 “이걸 어깨춤으로 인지하지도 않았는데, 많은 사랑을 받아 너무 신기하다”고 했다.
헌트릭스에서는 루미, 사자 보이즈에서는 진우 역할을 맡아 안무를 만들었다. ‘하우 잇츠 던’ 창작에 앞서 제작진에게 헌트릭스의 설정을 전달 받은 리정은 “이들에게 물리적 한계가 없었다.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꿈을 펼쳐라’는 말이 너무 감사하더라”고 돌아봤다.
퍼포먼스에서도 첫 등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리정은 ‘비행기에서 날아서 무대로 내려온다’는 헌트릭스의 설정에 주목했다. 물리적 한계가 없는 인물이었지만, 그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느끼며 창작했다. 그는 “찢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도 안 되는 기술을 넣진 않아도 안무는 힘들었다. 나는 두 번 추면 지치는데, 그들은 지치지 않기 때문”이라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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