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국경②] 멀고도 먼 ‘대한민국 국적’… 적절한 귀화 허들 높이 찾아야할 때

옌스 카스트로프. 사진=선수 개인 SNS

 

지난 3월이었다. 홍명보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 감독이 소집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태극마크에 대한 열망을 내비친 한국계 독일 선수 옌스 카스트로프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홍 감독은 “아주 좋은 선수지만, (대표팀 합류는) 성급한 이야기다. 복잡한 문제가 많다”는 답변으로 설명을 짧게 갈음했다. 그만큼 귀화 절차가 험난하다는 뜻이었다.

 

외국인 선수가 우리나라 국적을 따내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귀화 시험을 거치는 일반 귀화 그리고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의 심사에 의해 이뤄지는 ‘스포츠 분야 우수 능력자’ 특별 귀화다.

쉬운 길이 아니다. 일반 귀화를 위해서는 ‘국내 거주 5년 이상’ 기본 요건부터 걸림돌이 된다. 특별 귀화의 경우 ▲공신력 있는 단체의 수상 경력 ▲저명인사의 심사를 통과해 가입하는 협회의 회원 ▲우수한 재능·스포츠 경력이 기사화된 경우 ▲국제 심판·심사위원 경력 ▲주요 국제대회(올림픽·월드컵·세계선수권대회 등) 출전 경력 ▲위 대회 개인전 3위·단체전 8강 이내 입상 기록 보유라는 6개 조건 중 최소 2개를 충족해야 한다.

 

복잡한 문제가 얽힌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복수국적자인 카스트로프의 경우 병역이 큰 문제다. 원래라면 37세 이후 전시근로역으로 자동 전환 되지만, 그 전에 한국에 1년6개월 이상 체류하거나 영리활동을 하면 병역 의무가 부여된다. 국가대표팀 활동이 영리활동으로 해석되면 병역 문제가 카스트로프를 붙잡게 된다”고 설명했다.

 

독일에서 입지를 굳히는 그가 굳이 병역 모래주머니를 찰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관계자는 “귀화 선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특별 케이스에 대한 예외 규정을 마련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이런 군 문제의 경우 체육계를 넘어 사회 전체가 예민한 사안이다. 쉽게 볼 문제가 아니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오드리 박. 사진=선수 개인 SNS

 

여자배구계에서 화제를 몰고 있는 재미교포 2세, 오드리 박의 V리그 입성에도 절차가 발목을 잡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배구부 주전 세터인 오드리는 180㎝의 준수한 피지컬과 안정적인 토스 실력까지 갖춘 선수로 평가 받는다. 부모가 모두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에 이민을 간 재미교포 2세인 그의 국적은 미국이다. 이중국적 취득 혹은 특별귀화를 통해 오는 9월 V리그 신인드래프트 참가를 목표로 했다.

 

최종 불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는 “김연경 이후 스타 부재, 경쟁력 추락 등을 해소하기 위해 연맹 차원에서 해외동포, 혼혈 선수를 적극적으로 관찰하다가 오드리 측과 접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중국적 취득은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별 귀화는 소요 기간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드래프트 전까지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건 어려운 상황”이라며 “마음 같아서는 꼭 참가시키고 싶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한국 국적을 그렇게 쉽게 따는 것도 말이 안 된다는 점에서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올해는 힘들다. 그러나 선수 측도 V리그 참가에 열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서 내년 드래프트라도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오드리 박. 사진=선수 개인 SNS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는 이 문제에 대해 “체육계에 도움이 된다는 명분 아래 모두 받아들이면, 이게 한국 영주권 취득을 위한 하나의 도피 코스가 될 수 있다. 검증 없이 받아들일 수는 없다”며 “현재 특별 귀화는 나름대로 체육 발전에 공헌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합리적 기준을 세웠다고 본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해당 종목의 협회가 (귀화를 위해) 얼마나 구체적인 노력을 하고 체계적인 선수 선별을 준비하는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반되는 의견도 존재한다. 정윤수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는 “스포츠 귀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개인적으로 한국 스포츠 생태계는 이대로 간다면 5~10년 사이에 고갈된다고 본다. 귀화는 물론이고 외국인 선수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한국 스포츠 문호가 더 개방돼야 된다고 강조한다.

 

이어 “지금 (일반) 귀화 시험에서는 한국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애국가까지 틀리지 않고 부를 줄 아는지도 테스트 한다고 하더라. 세계적인 트렌드에 맞춰 조금은 (기준을) 완화해야 선수들이 한국에서 뛰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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