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컵 4위’ 자양분 삼는다… 女농구 대표팀, 월드컵 진출 위한 과제는?

사진=국제농구연맹(FIBA) 제공

 

“고단했죠(웃음). 그래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최고 수확입니다.”

 

대만과 중국을 오가는 강행군, 피로감이 가득했을 터. 하지만 박수호 여자 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꺼낸 첫마디에는 또렷한 확신이 실려 있었다. 윌리엄 존스컵(준우승)과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 아시아컵(4위)을 연달아 소화한 대표팀의 시선은 이제 내년 3월 월드컵 예선으로 향한다.

 

선수들의 분투가 번뜩였다. 박지현과 허예은, 최이샘, 안혜지, 강유림 등 여러 자원이 공격·수비 양면서 제 몫을 하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들은 득점과 어시스트, 3점슛 등 개인 기록에서도 각각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이들의 투혼이 컨디션 난조에 빠진 박지수를 도왔고, 조별리그 첫 경기 후 허리 부상으로 빠진 강이슬의 공백을 최소화했다.

 

사진=국제농구연맹(FIBA) 제공

 

박 감독은 “이번 대회는 매 경기 소위 ‘미친 선수’가 적어도 한 명씩 돌아가면서 나왔다”며 “대표팀은 항상 12명 엔트리 전원이 코트 위에서 활약할 수 있는 팀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악전고투 속 성장의 흔적은 분명했다. 수장 역시 “구성원 모두가 다양한 경험을 얻은, 값진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한국은 2026년 3월 열리는 FIBA 여자농구 월드컵 최종 예선에 나선다. 이 관문을 넘어서야 그해 9월 독일에서 열리는 본선 무대에 오를 수 있다.

 

냉정히 돌아봐야 할 부분도 있다. 바로 높이다. 한국은 이번 아시아컵 참가 8개국 가운데 리바운드 최하위(평균 32.5개)에 그쳤다. 특히 한쉬(205㎝)와 장쯔이(220㎝)를 앞세운 중국과의 두 번의 맞대결 모두 골밑에서 크게 밀렸다. 조별리그 승부서 22개 차(32-54), 3위 결정전은 19개 차(28-47)를 기록했다.

 

박 감독은 “체격에서 밀리니 초반 몸싸움에서부터 에너지를 다 소진하더라. 체력 문제로 이어지는 게 정말 크다”고 설명했다.

 

사진=국제농구연맹(FIBA) 제공

 

귀화선수 합류는 여러 절차상의 문제가 까다로워 당장의 해결책이 될 수 없을 전망이다. 박 감독은 “(귀화선수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박지수(198㎝)의 어깨를 가볍게 해줄 수 있을 텐데 아쉽다”면서도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하는 게 먼저다. 일단 내년 3월 월드컵 예선은 국내 선수들만으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아시아컵 준결승서 ‘만리장성’을 제압한 일본이 참고 대상이 될 수 있다. 일본은 중국 상대로 신장 차이를 뛰어넘고 90-81 승리를 거뒀다. 박 감독도 눈여겨본 지점이다. “스피드와 테크닉의 힘이었다”고 분석한 그는 “우리가 보충해야 할 점이기도 하다. 물론 하루아침에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공격력은 우리도 강하다. 더 많이 뛰고, 더 악착같이 수비한다면 공격 기회도 그만큼 늘어난다. 취약한 부분을 채워 강점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감독은 끝으로 “선수들도 존스컵과 아시아컵을 치른 뒤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은 아니었다’고 동기부여를 받은 듯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수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각자 잘 준비해 줄 것이다. 나 역시 책임감을 갖고, 대한민국농구협회와 머리를 맞대 월드컵 진출을 위해 철저히 대비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