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의무화 득과 실] 남찬섭 교수 "노동시장 개혁 우선시 돼야"

"낮은 수수료는 일부 금융사 불건전 영업에 따른 영향도"
단계적 의무화, 미래에도 영세사업자는 수수료 부담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퇴직연금 의무화에 대해 “노후를 탄탄하게 보장한다는 취지 자체는 좋지만 그러려면 노동시장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며 “예컨대, 퇴직연금 일시금 수령이 많은 이유는 50대 초반에 퇴직 압박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생계를 우선해야 하니 일시금으로 받아 사업하거나 생활비로 활용하는 상황에서 퇴직연금 의무화만을 강조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22일 남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에 대한 사각지대도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퇴직연금 의무화를 운운하는 건 순서가 잘못됐다며 현실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반대하는 건 아닌데 노동시장 개혁을 해서 퇴직연금을 의무화할 수 있을 정도까지 노동시장 개혁이 됐는지 짚어봐야 한다”면서 “내년부터 상승하는 영세·자영업자들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정부가 일부라도 지원하고, 지역가입자로 돼 있는 플랫폼 노동자나 간접고용자들의 경우 본인들이 보험료를 다 내야 해서 못(안) 내는 경우가 있는데 플랫폼 기업이나 간접 고용 사업주에게 사용자의 책임을 다하게 하는 등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먼저 해소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에도 세제 지원을 잘 못 하는 상태에서 퇴직연금공단을 만들고 이를 국민연금처럼 기금을 운용하겠다고 한다는 건 성급하다는 의견이다. 

 

 현재 2~4%대의 저조한 수익률에 대해 남 교수는 “금융사에서 불건전 영업을 한 사례가 있었고 이 때문에 원리금 보장제도 등을 강화한 건데 마치 사람들이 수익률 관리를 잘못한 것처럼 비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3년 7월 금융위원회는 퇴직연금 불건전 영업 관행 개선을 위해 제도별 성격에 맞는 운용규제를 강화하는 퇴직연금감독규정 개정안을 시행한 바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일부 퇴직연금사업자는 수수료를 보조금처럼 활용해 고금리 예금을 만들어 일부 대기업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에만 독점적으로 제공해 왔다. 또 일부 증권사는 원리금 보장형이라면서 실제론 리스크가 있는 변칙 파생결합채권(DLB) 상품을 규제 우회를 통해 편입·운용했다. 

 

 남 교수는 단계적으로 퇴직연금을 의무화한다고 하지만, 지금도 경기가 안 좋고 퇴직연금 수수료가 기업에 부담된다고 아우성인 상황에서 영세한 규모의 사업장이 다음에 수수료 부담이 나아질 거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내다봤다. 

 

 그는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하면 영세 규모 사업주 입장에서는 그것도 부담일 게 뻔한데 퇴직연금의 수수료 부담까지 진다는 게 상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의 경우, 영세 규모 사업장의 사업주도 8.3%(연간 임금총액의 최소 12분의 1에 해당하는 비율)를 내야 하는 건데 그 사업주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이주희 기자 jh224@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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