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허락해야 할 역대 최초 ‘류김대전’… 모두의 눈이 대전의 주말로 향한다

한화 류현진(왼쪽)과 SSG 김광현. 사진=한화이글스 및 SSG랜더스 제공

 

‘류현진 vs 김광현.’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좌완이라고 하면 빠질 수 없는 두 이름이다. 2006년 한화에 입단한 1987년생의 류현진 그리고 2007년 SK(현 SSG) 유니폼을 입은 1988년생의 김광현은 각자의 자리에서 뜨겁게 타오른 별 중의 별이었다. 같은 시대를 풍미하며 숱한 역사를 써왔다. 나란히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도 여전히 최고의 선발 투수로 KBO리그 마운드를 누빈다. ‘리빙 레전드’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둘이다.

 

역사에 남을 라이벌이지만, 공교롭게도 진정한 ‘류김대전’은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이벤트성의 올스타전(2010년) 그리고 컨디션 점검을 위한 시범경기(2011년)에서 김빠지는 싸움을 펼쳤던 게 전부다. 나란히 미국 메이저리그(MLB) 경력을 쌓던 2020~2021년에도 둘은 마주칠 일이 없었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18년 동안 없었던 그 맞대결이 드디어 성사되려 한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찾아온 비라는 변수가 교묘하게 작용하면서 둘의 등판 일지가 맞춰졌다. 지난 20일 수원(한화-KT), 인천(두산-SSG)에서 나란히 선발 중책을 소화했다. 이대로 각 팀 선발 로테이션이 돌아간다면 둘은 오는 26일 대전에서 맞붙게 된다.

 

하늘이 허락해야 한다. 15년 전인 2010년 5월23일, 당시 한밭야구장으로 불리던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 예고된 SK-한화전에서 둘은 선발 맞대결 펼칠 뻔했다. 하지만 거센 빗줄기가 그 만남을 시샘하며 불발됐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이번주에는 그간 이어지던 비 예보가 모두 사라졌다. 대신 재차 폭염이 전국을 덮칠 예정이다. 또한 최근 극한호우를 비롯해 기상청 예보를 엇나가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화 류현진(왼쪽)과 SSG 김광현. 사진=한화이글스 및 SSG랜더스 제공

 

한화와 SSG 그리고 선수 본인들도 역사적인 맞대결이 임박했음을 모두 인지하고 있다. 류현진은 “무엇보다 하늘이 도와줘야 경기가 되는 거다. 요즘 날씨가 변덕이 심하지 않나.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상대 투수가 누구든 내 할 일은 상대 타자를 잡는 거다. (김)광현이를 신경 쓰다 보면 나도 흔들릴 수 있고, 이건 서로 마찬가지”라며 “내 할 일을 하면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신중을 기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순위싸움에 여념이 없는 사령탑들도 ‘류김대전’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이숭용 SSG 감독은 지난 20일 인천 두산전에 앞서 “김광현과 코치진도 날짜상 맞대결이 벌어지는 건 알고 있다”면서도 “다음주 선발 투수 이야기는 다음주에 하겠다”는 차분한 입장을 내놨다.

 

김경문 한화 감독도 마찬가지다. 사령탑은 “상대 로테이션이 어떤지가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한 로테이션 그대로 갈 뿐”이라며 “일단은 바로 다음에 만날 두산을 신경 쓸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올스타 휴식기를 거치며 열흘 넘는 재충전을 마친 둘의 컨디션은 최상이다. 20일에도 나란히 호투를 물들였다. 김광현은 두산 상대 6이닝 1실점, 류현진은 KT 상대 5이닝 무실점으로 펄펄 날았다. 모두가 성사되길 바라는 빅뱅, 팬들의 눈과 귀가 대전의 토요일로 모여든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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