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건은 다 갖춰졌다. 프로야구가 2025시즌 후반기 재개와 함께 ‘체크스윙 비디오판독’ 정식 도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규리그 일정이 17일부터 재개되는 가운데,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하루 전 16일부로 1군 전 구장에 1, 3루 측면 카메라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다. 당초 내년 시즌을 목표로 했지만, 현장과 팬들의 강렬한 목소리에 1군 도입을 한층 앞당길 가능성이 커졌다.
KBO리그는 홈런, 타구의 페어·파울, 포스/태그 플레이에서의 아웃·세이프 등을 대상으로 하는 비디오 판독과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을 전면 시행 중이다. 다만 체크스윙은 사각지대다. 아직까지는 심판의 육안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설왕설래가 잦았다. 경기 중 감독이 판정에 격한 항의를 펼치다 퇴장당하는 것은 물론, 선수들 역시 갖가지 불만이 꾸준히 쌓여온 것. 올 시즌 전반기에도 김경문 한화 감독과 염경엽 LG 감독, 박진만 삼성 감독 등이 체크스윙 판정과 관련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오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KBO 측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체크스윙 역시 궁극적으로 비디오 판독의 대상이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 올 시즌 퓨처스리그(2군) 시범운영을 거쳐 2026년 1군 무대 연착륙을 계획한 배경이다. 조기 도입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KBO 관계자는 “인프라 구축 자체는 1군에서도 이제 마무리됐다. 후반기 재개(17일)에 앞서 올스타 브레이크 내로 10개 구장에 체크스윙 비디오 판독을 위한 카메라 시스템 설치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7월 중으로 구단 단장들이 참여하는 실행위원회를 개최한다. 이때 도입 시기를 구체적으로 논의 예정이다. 의견 수렴만 된다면 바로 당장은 어려울 수도 있어도 8, 9월 1군서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장도 고대하는 대목이다. 허구연 KBO 총재는 지난 7일 사무국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방송된 ‘크보 라이브’에서 “내 마음도 팬들과 같다. 말 그대로 ‘공정하게’ 하려면 조기 도입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 “단장 여러분이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 (프로야구는) ‘팬 퍼스트’다. 팬들이 자꾸 납득하지 못하면 문제가 있다”고 당부했다.
한편 올 시즌 퓨처스리그 전반기 동안 기록된 체크스윙 비디오 판독의 번복률은 38.3%에 달했다. 전체 128건의 요청 가운데 49차례 판정이 바뀌었다. 이를 지켜본 현장 관계자들도 엄지를 치켜세운다.
불필요한 항의 시간이 줄고, 선수와 팬 모두 결과를 납득할 수 있어 오히려 경기 흐름이 매끄러워졌다는 반응이다.
박치왕 국군체육부대(상무) 감독은 “심판에 대한 불신을 줄이고, 더 빠른 흐름의 야구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어떻게 보면 체크스윙은 스트라이크·볼보다도 판정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심판들에게도 체력과 집중력에 한계가 있다. 비디오 판독의 힘을 빌려 그 부담을 줄이는 것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모두가 오래 기다려온 변화다. 이제 결정만 남았다. 더욱 치열해질 후반기의 시작와 함께, 새로운 풍경이 더해질지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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