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대중문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핵심 화두는 단연 클릭과 알고리즘이다. 연예계의 중심 무대는 기존 TV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거쳐 유튜브·틱톡 등 뉴미디어 플랫폼으로 급속히 이동했다. 이 변화는 콘텐츠 제작 방식은 물론 유통 구조, 스타의 탄생 경로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예능·홍보 다 TV→뉴미디어
14일 엔터 업계에 따르면 과거에는 스타들이 방송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출연 영화와 드라마를 홍보했다면 지금은 뉴미디어 플랫폼에서 팬들과 직접 소통하며 작품을 알리는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요정식탁(정재형), 보석함(홍석천)과 같은 유튜브 기반 토크 콘텐츠 채널에 스타들이 작품 홍보나 이미지 구축을 위해 출연하는 일이 잦아졌고, 이는 전통적인 방송 예능 출연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주목할 변화는 예능 콘텐츠의 제작 주체가 방송국에서 개인 창작자 중심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방송사 PD와 연예인이 만나야 예능이 만들어졌다면, 이제는 누구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자신만의 웹예능을 제작할 수 있는 시대다.
이 흐름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2023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유튜브 콘텐츠 최초로 TV 부문 예능 작품상을 받은 피식대학의 피식쇼다. 피식쇼는 개그맨 출신 크리에이터들이 만들어낸 웹 예능으로, 진행자 3인이 영미권 인기 토크쇼의 진행자라는 세계관으로 주목받았다. 이들의 수상은 ‘예능=TV’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렸으며, 웹예능이 주류로 편입됐음을 입증했다. 이후 다양한 웹예능이 잇따라 등장했다. 숏박스는 장기연애 시리즈로 수많은 2030세대의 공감을 얻었고, 킥서비스는 미래를 상상한 2030년대 시리즈로 인기를 끌며 구독자 수를 빠르게 늘렸다.
기존 방송 문법에 익숙한 PD와 연예인들 역시 무대를 옮기고 있다. tvN의 간판 예능들을 기획한 나영석 PD는 유튜브 채널인 십오야를 개설해 독립적인 콘텐츠 제작자로서 활약 중이다.
◆ 가수들의 홍보도 ‘챌린지’ 중심으로
가수들도 뉴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신곡을 홍보한다. 새로운 곡이 발표되면 틱톡, 인스타그램 등에서 포인트 안무를 중심으로 챌린지 형식의 캠페인을 벌인다. 다른 아티스트와 팬들은 이를 따라 하며 영상을 제작하고, 그 과정에서 곡은 틱톡 알고리즘을 타고 전 세계로 퍼진다.
이른바 틱톡 챌린지는 2019년 지코의 아무노래 댄스 챌린지를 계기로 본격화됐다. 아티스트와 일반 사용자들이 함께 참여한 해당 챌린지는 폭발적인 바이럴 효과를 불러일으켰고, 아무노래는 단숨에 음원 차트 1위에 오르며 새로운 마케팅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이후 틱톡 내에서 생성된 K-팝 영상 데이터는 2018년 3350만건에서 2021년 9787만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알고리즘이 만드는 역주행과 글로벌 성공
유튜브나 틱톡 등 뉴미디어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영상을 추천하는 시스템이다. 한 번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 더 많은 노출로 이어지며 콘텐츠의 파급력을 배가시킨다.
이 알고리즘 시대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가수 싸이다. 2012년 유튜브에 업로드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알고리즘을 타면서 한국 콘텐츠 최초로 1억뷰를 돌파한 데 이어 세계 최초로 10억뷰를 넘어서는 기록을 세우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2025년 현재 이 영상은 55억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여전히 유튜브에서 손꼽히는 흥행 콘텐츠로 남아 있다.
단순한 뮤직비디오 흥행을 넘어서 플랫폼 자체의 기능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5년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당시 시스템 최대치였던 약 21억5000만회를 초과하자 유튜브 모회사인 구글은 조회수를 약 922경까지 표시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 빌보드 집계 규정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당시 유튜브 조회수는 빌보드 싱글차트에 영향을 주지 못했기에 싸이는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정상을 코앞에 두고 2위에 머물러야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빌보드는 집계 방식을 변경해 유튜브 조회수를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최근에는 과거 음원이 뉴미디어 알고리즘을 타고 역주행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동방신기 유노윤호의 솔로곡 땡큐는 발표 4년 만에 음원 청취 수가 56배 급증하며 재조명됐다. 한 유튜버가 뮤직비디오 이상형 월드컵 콘텐츠를 진행하며 찰진 리액션을 보였고, 이 장면이 SNS 릴스 등을 통해 화제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바이럴된 결과다. 멜론 댓글에는 ‘릴스를 타고 여기까지 왔다’, ‘결국 찾아 들으러 왔다’ 등의 반응이 달렸다.
이처럼 뉴미디어 플랫폼의 등장은 단순히 콘텐츠의 제작·유통 방식만이 아니라 스타를 발굴하고 소비하는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방송사 중심의 중앙집중식 스타 시스템이었다면 지금은 알고리즘과 팬덤, 스타 개인의 역량이 주도하는 분산형 구조로 바뀌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미디어 권력이 일반 대중에게도 생기면, 자극적인 콘텐츠나 가짜뉴스처럼 윤리적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이런 변화는 이제 막을 수 없다.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그 길로 갈 수밖에 없다. 과거 라디오가 TV나 인터넷이 등장한 뒤 어떻게 적응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인터넷 환경에 적응한 과정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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