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로로 쌓아올린 네 멤버의 기량을 ‘데드라인’에 모았다. 지난 2년 간 따로 활동 하던 블랙핑크가 22개월 만에 함께 선 무대다. 블랙핑크는 ‘따로 또 같이’ 활동의 가장 모범적이고 성공적인 모습으로 투어의 시작을 알렸다.
블랙핑크가 6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월드투어 ‘데드라인(DEADLINE) 인 고양’을 개최하고 기다림 끝에 블링크(팬덤명)를 만났다. 체감 기온 30도를 훌쩍 넘는 한여름의 무더위도 약 4만 관객의 열기를 이겨내진 못했다. 실로 오랜만에 열린 완전체 공연에 관객들의 눈에는 기대감과 설렘이 가득했다.
오프닝은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 리프트 위에 올라선 네 멤버의 뒷모습으로 짜릿한 포문을 열었다. 쉼 없이 하늘을 수놓은 폭죽은 공연장의 분위기를 한껏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블랙핑크의 대표곡으로 손꼽히는 ‘핑크 베놈’, ‘하우 유 라이크 댓’, ‘불장난’, ‘셧 다운’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관객의 흥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월드투어의 첫 도시이자 마지막날 공연으로 무대에 섰다. 오랜만에 만난 팬들과 인사를 나눈 후 지수는 “오늘 고양에서만 먼저 공개되는 곡이 있다. 뛰어 놀기 좋은 노래라고 하니 그때는 다들 함께 뛰어 놀아달라”고 당부했다. 객석을 바라보며 관객들의 특별한 드레스코드를 콕 집어 언급하기도. 이어 제니가 “9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보겠다”고 운을 떼자 지수의 휘파람 소리와 함께 ‘휘파람’ 무대가 열렸다.
‘데드라인’ 투어의 밴드 세션과 댄서는 레이디 가가, 아리아나 그란데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과 호흡했던 이들로 채워졌다. 외국인 댄서들의 군무는 보다 자유로우면서도 역동적이고, 더욱 관능적으로 느껴졌다. 삼각형 돌출 무대로 향하는 구간은 특히 더 신선하게 구성됐다. 돌출로 향하는 길목은 그 자체로 무대가 됐다. 멤버들은 홀로, 둘씩 방향을 나누어 중앙으로 이동하며 파워풀하고 때론 섹시하게, 또는 감성적인 퍼포먼스로 현장의 분위기를 달궜다.
완전체 활동에 앞서 네 멤버는 각자의 자리에서 솔로로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왔다. 로제의 ‘아파트’, 제니의 ‘만트라’ 등 멤버들의 솔로 앨범은 빌보드 등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데드라인’에서만 볼 수 있는 4인4색 솔로 무대도 특별함을 더했다. 디즈니 공주님을 연상시키는 지수 ‘얼스퀘이크’·‘유어 러브’, 분위기를 180도 바꾼 파워풀한 리사의 ‘뉴 우먼’·‘록스타’에 이어 제니는 ‘만트라’·‘with the IE’·‘라이크 제니’까지 세 곡을 엮어 무대에 섰다. 특히 돌출 무대 중앙에 선 제니는 사방을 둘러싼 팬들을 향해 다각도로 안무를 준비했고, 360도 방향을 모두 활용해 무대를 꾸며 눈길을 끌었다.
로제의 솔로 무대는 다채로운 콘셉트로 구성됐다. 백스테이지부터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대로 관객들에게 공유했다. 이어 어둠이 내린 공연장에 로제를 향한 조명만이 밝게 빛났다. 통기타 연주에 맞춰 ‘3AM’ 무대를 준비한 로제는 “지난해 음악 작업을 할때 바쁜 2주를 보내고 돌아가면서 저녁 비행기에서, 가는 날까지 세션을 잡았던 기억이 난다. 감기 기운도 있고 컨디션도 안 좋았을 때 선물 같이 다가온 곡”이라고 소개했다. 당시를 회상하며 “어딘가 집 같은 느낌이 간절히 필요했던 때다. ‘네가 내 집이 됐으면 좋겠다. 이 세상 사람들이 뭐라든 상관없으니 너였으면 좋겠다’는 가사가 있다. 내게 위로가 되는 곡이 여러분에게도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감성적인 무대에 이어 무대 곳곳을 뛰며 ‘아파트’를 열창하던 로제는 어린 관객을 무대에 올려 함께 노래하며 특별한 추억을 선물했다.

한 시간 여가 지나가자 서서히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핑크빛 물결으로 가득 채워진 객석은 더 진한 빛으로 물들었다. ‘스테이(STAY)’가 울려퍼지자 관객들은 좌우로 응원봉을 흔들며 장관을 연출했다. 각자의 무대를 마치고 지수는 “이번 투어는 단체 무대와 멤버별 솔로 무대를 함께 준비했다. 솔로로도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어서 준비하며 더 떨렸다. 보는 분들도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전했다.

이날 공연은 블랙핑크가 걸어온 음악 여정을 돌아볼 수 있는 히트곡으로 채워졌다. 특히 2년 8개월만에 신곡 ‘뛰어(JUMP)’를 발표해 깜짝 공개해 화제가 됐다. 음원 공개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틀간의 월드투어에서 특별히 선공개됐다. ‘데드라인’ 티저 영상에서 예고된 것처럼 웨스턴 스타일의 사운드에 흥겨운 분위기로 관객과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곡이다. 관객과 함께 ‘뛰어’ 놀 수 있는, 기존 블랙핑크의 음악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곡이다. 지수는 “너무 중독성 있는 곡”이라고 자평하며 “음원이 공개되면 더 많은 사랑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리사의 목소리도 들어볼 수 있었다. 솔로 무대에선 누구보다 당당한 모습을 보였던 리사는 “사실 어제부터 진짜 떨렸다. 아직도 떨린다”고 귀엽게 웃어보였다. 이어 “너무 너무 떨리는데 다들 우리랑 같이 재밌게 놀고있는 모습을 보니까 좋더라. 한국에서 월드투어를 처음 시작하니 더 기쁜 것 같다”고 의미를 찾았다.
제니는 “저 위까지 사람들이 차 있는 걸 보니 감격스럽다”며 객석을 가득 채운 블링크를 향해 애정의 눈빛을 보냈다. 플로어부터 3층까지 빼곡한 팬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의 첫 스타디움 투어를 시작하는 고양이다.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멤버들은 “아직 너무 설렌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월드투어를 떠난다는 게 조금 아쉽지만, 블링크를 다시 만날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인사로 다시 만날 날을 약속했다.

무려 22개월 만의 블랙핑크 완전체 투어가 이제 막 시작됐다. 5일과 6일 양일간 열린 공연에는 총 7만8000명의 관객이 찾았다. 2023년 ‘본 핑크(BORN PINK)’ 투어로 180만 관객을 동원했더 블랙핑크다. 이번에는 당시 첫 공연이었던 서울 콘서트 대비 규모를 대폭 확장해 K팝 걸그룹 최초로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 단독 입성했다.
오랜만에 뭉친 완전체 블랙핑크에 지자체와 협업해 독특한 프로모션도 준비했다. 남산서울타워·세빛섬·반포대교 등 서울 주요 명소를 핑크빛으로 물들이는 'PINK AREA' 이벤트를 진행한 것. 더불어 이번 투어는 환경적·사회적 영향을 고려한 지속가능공연으로 진행된다. 한국 공연으로 월드투어 포문을 연 블랙핑크는 16개 도시, 31회차에 달하는 월드투어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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