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현지에서 17년간 내공을 쌓아온 셰프 우원(Wu Wen·40)이 제주에서 상하이 요리로 새로운 미식 무대를 만들고 있다.
그는 최근 드림타워 그랜드 하얏트 제주에 문을 연 ‘블루드래곤’의 헤드셰프로 부임했다. 블루드래곤은 단순 호텔 중식당을 넘어선 상하이의 맛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상하이 요리를 가장 상하이다운 방식으로 풀어내는 게 그의 철학이다. 여기에 제주의 신선한 식재료와 모던한 조리법이 더해졌다.
국내에서 상하이 요리만으로 본토의 맛을 구현한 식당은 드문 만큼 블루드래곤은 더욱 특별하다. 38층에서 제주의 아름다운 뷰를 한눈에 담으며 코스로 즐겨도 좋고, 단품으로 좋아하는 메뉴에 집중하는 것도 추천한다. 6일, 우원 헤드셰프를 직접 만났다.

-상하이 요리의 매력을 정의해달라.
“식자재 본연의 맛과 질감을 어떻게 살려내느냐가 핵심이다.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같은 메뉴라도 맛이 달라진다. 식자재가 가진 바삭함, 부드러움, 쫄깃함을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흔히 본토의 중식하면 ‘중국 4대 요리’ 같은 키워드를 떠올린다. 현지에서는 어떻게 구분하나. 각 지역의 요리 스타일도 궁금하다.
“‘몇대 요리’라고 하기보다 지역에 따라 구분한다. 중국이 워낙 넓다보니 각 지역마다 전혀 다른 요리 철학이 담겨 있다.
우선 광동 요리는 ‘화력’이 생명이다. 불향을 얼마나 잘 입히느냐, 해산물의 신선한 맛을 얼마나 살리느냐가 핵심이다.
매운 요리로 잘 알려진 사천요리는 ‘마(麻)’, 얼얼한 매운맛을 어떻게 살리느냐가 관건이다. 광동과 달리 내륙지역이라 식자재의 신선도보다는 조리법으로 풍미를 살리는 식이다.
강소(양저우) 요리는 염도, 기름, 매운맛의 밸런스를 본다. 예를 들어 과일의 단맛에 소금을 곁들여 단맛을 더 부각시키는 식이다.
절강성은 해산물 위주로 구성된다. 제주 음식처럼 소박하지만 정갈한 해산물 요리가 많고, 간장게장 같은 요리와 비슷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산동 요리는 ‘꿔바로우’로 대표된다. 기름, 색감, 조리 방식 세 요소가 핵심이다. 결국 중식은 하나의 스타일이 아니라 다양한 지역 문화의 총합이다. 이 가운데 우리는 ‘신(新) 상하이’ 스타일을 지향한다.”

-정통 상하이 요리와 신 상하이 요리는 어떻게 다른가.
“신 상하이 요리는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모던하게 진화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상하이는 안휘성, 절강성, 강소성에 둘러싸인 도시다. 세 지역의 영향을 받으며 발전했다. 해당 지역의 요리법에 상하이 지역의 식자재를 활용하는 식이다.
정통 상하이 요리(본방 요리)는 ‘농유적장(濃油赤醬)’이라고 해서 진하고 기름지고 장이 많이 들어가는 게 특징이다. 반면 신 상하이 요리는 이같은 스타일을 유지하되 여러 지역 요리법과 미감적 요소를 더했다.
예시로 블루드래곤의 ‘소주식 훈제생선’를 들 수 있겠다. 이 메뉴는 탕수육과 결이 비슷하다. 탕수육의 원조 산동 요리의 영향을 받았지만 돼지고기 대신 상하이에서 구하기 쉬운 물고기를 활용해 만들었다.”

-블루드래곤의 시그니처 메뉴는.
“강남식 전복 홍소육이다. 홍소육은 돼지고기를 간장과 설탕에 졸여 만든 요리다. 상하이 가정에서 즐겨 먹는 ‘소울푸드’다. 부드럽게 졸인 돼지고기에 제주의 고품질 전복을 더했다. 전복의 쫄깃한 식감과 폭신하고 투명한 홍소육의 질감이 잘 어우러진다.
굳이 전복을 넣은 이유는 제주산 전복의 퀄리티 때문이다. 전복의 퀄리티와 공급량 등을 따져봤을 때 평균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돼지고기 완자탕도 추천한다. 상하이 가정에서는 먹기 좋은 사이즈의 작은 완자탕을 즐긴다. 하지만 식당에서는 아무래도 보여지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점점 크고 예쁘게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서 상하이식 완자탕이 유래됐다. 블루드래곤에서도 만날 수 있다.”

-홍소육에 전복이라니 신선하다. 이밖에 다른 제주 식재료를 접목하기도 하나.
“물론이다. 정통 상하이 요리의 오리지널리티를 지키되, 제주에서 나는 식자재로 재해석하거나 곁들인다. 제주의 식자재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경쟁력이 있다.
상하이식 완자탕에도 제주 흑돼지를 일정 비율 사용한다. 돼지고기 기름의 향과 조화 등을 고려해서 고기를 블렌딩한다. 흑돼지는 상대적으로 기름기가 적어 일반 돼지고기와 말린 소시지 등을 섞어 맛을 만들어나간다.
우리가 말하는 신 상하이 요리의 ‘신(New)’은 바로 이런 제주 식자재를 접목한 데서 오는 새로움이 아닐까 싶다. 블루드래곤이 오픈한 지 얼마 안되서 제주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식자재를 연구하는 중이다.
갈치, 전복 같은 제주 재료들을 상하이 요리와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메뉴를 현지화하기보다 오리지널 레시피에 제주의 재료를 더해 조화를 만들고 있다.”
-맛있는 음식에 ‘페어링’을 빼놓을 수 없다. 상하이 요리와 어울리는 주류는.
“상하이 요리엔 ‘황주(黃酒)’를 추천한다. 막걸리같은 발효주다. 막걸리가 우유같은 느낌이라면 황주는 좀 더 맑다. 발효 후 탁한 부분을 걷어내고 맑은 부분만 쓰기 때문이다. 황주는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알코올 도수도 20도 정도로 낮고 단 편이라 마시기 편하다. 주종의 향이 잘 스며나와 요리와 잘 어우러진다. 특히 게 요리와 잘 어울린다. 황주는 차가운 기운을 없애주고 몸을 보하는 역할을 한다. 식재료의 음양 조화 면에서도 추천하는 주종이다.
막걸리도 지역마다 다양한 브랜드가 있듯 황주도 마찬가지다. 상하이에는 ‘샤오싱’이 대표적이다. 샤오싱은 특히 돼지고기 요리와 잘 어울린다.”

-중국에서는 차 문화도 발달하지 않았나. 중식 레스토랑의 차 리스트를 보면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이다. 상하이 요리와 잘 어울리는 차는.
“녹차, 자스민차 같은 꽃차를 추천한다. 이들 역시 기름기를 희석하면서도 향이 은은하다. 중국 차 하면 보이차부터 떠올리시는 분도 있는데, 상하이 요리와는 녹차와 자스민차를 드셔보시라. 보이차보다 향이 무겁지 않아 요리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는다.
블루드래곤에서는 입맛을 열어주고 요리를 천천히 음미하도록 티 에이드를 웰컴드링크로 제공하고 있다. 산자, 자스민, 탄산수를 넣었다.”
-제주가 셰프님의 첫 해외 진출지라고 들었다. 그랜드하얏트 제주를 택한 이유는.
“하얏트 브랜드는 중국에서도 높은 위상을 가진 호텔 체인이다. 더욱이 그랜드하얏트 제주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호텔이다. 좋은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제주는 상하이와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문화적으로도 적응이 쉬운 환경이지 않나.
제주에 온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아 주변 시장을 자주 둘러보고 있다. 주변에서 문화, 자연 체험을 해보라고 권유하지만 당분간 식자재부터 많이 보고 싶은 마음이다(웃음). 특히 제주 돼지고기 퀄리티에 매번 놀란다. 무작위로 가게를 찾아가도 돼지고기의 높은 퀄리티가 보장된다. 껍질이 얇고 육즙이 풍성해 인상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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