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패 걱정하던 키움의 유쾌한 반란… 수장이 꼽은 2명의 ‘히어로즈’

키움 라울 알칸타라가 아웃카운트를 잡아내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키움히어로즈 제공

 

무릇 영웅은 위기에 등장하는 법이다. 역대급 불명예 수렁에 빠질 뻔한 키움을 두 명의 영웅이 건져 올린다.

 

프로야구 키움의 2025시즌 출발은 가시밭길 그 자체였다. ‘메이저리그 사관학교’로 불리는 구단이지만, 시선을 바꿔보면 매년 굵직한 스타들이 팀을 떠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올해도 그랬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이어 김혜성(LA 다저스)이라는 핵심 자원을 떠나보냈다.

 

젊은 선수들을 발굴하는 기회로 삼고자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패배가 쏟아졌다. 3~4월 11승22패, 5월에는 4승1무22패라는 충격적인 성적을 제출했다. 5월30일 고척 두산전 패배로 시즌 최저 승률 0.241(14승1무44패)을 마크하기도 했다.

 

역대 최저 승률을 걱정해야 했다. 이 부문 1위 삼미(1982년·0.188), 2위 쌍방울(1999년·0.224) 다음 가는 숫자였기 때문. 여기에 1999년 쌍방울, 2002년 롯데가 가진 한 시즌 최다패(97패) 기록까지도 언급됐다.

 

키움 송성문이 홈런을 때려내고 더그아웃에서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키움히어로즈 제공

 

이대로 시즌을 포기하는 건 영웅 군단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 의지가 투영된 6월, 의미 있는 신호가 포착됐다. 월간 10승2무10패로 5할 승률을 작성해냈다. 비단 숫자만이 아니다. 투타 모두 경기력이 상승하면서 쉽게 볼 수 없는 팀이 됐다. 6월 마지막 시리즈였던 삼성과의 고척 3연전에서 시즌 첫 스윕승에 이어 7월 첫날 수원 KT전 승리로 올해 3번째 4연승을 빚기도 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반등 요인으로 고난 속에서 피어난 2명의 ‘히어로’를 콕 집었다. 첫 번째는 바로 라울 알칸타라다. 야심 차게 꺼내들었던 외인타자 2인 체제를 버리고 택한 투수다. 지난달 1일 고척 두산전을 시작으로 5경기서 3승2패, 평균자책점 2.97(30⅓이닝 10자책점)의 호성적을 쓰면서 2020시즌 투수 골든글러브 출신의 위용을 뽐냈다. 단숨에 키움 선발진 기둥으로 떠올랐다.

 

홍 감독은 “첫 번째로 알칸타라의 합류가 제일 큰 영향이 있었다. 부인할 수 없다”고 엄지를 세운다. 이어 “4~5월에는 선발 싸움에서 밀려 초반 실점이 많았고, 그로 인해 불펜 과부하와 야수진 피로도가 올라가는 상황이 많았다. 알칸타라가 오면서 마운드가 안정된 게 굉장히 큰 힘이 됐다”고 바라봤다.

 

홍원기 키움 감독이 선수들의 경기 전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키움히어로즈 제공

 

사령탑이 꼽은 2번째 영웅은 ‘캡틴’ 송성문이다. 키움 타선의 대들보 역할을 맡고 있는 송성문은 시즌 초반 슬럼프를 뚫고 5월 타율 0.345(110타수 38안타)를 찍더니, 6월에도 타율 0.314(86타수 27안타) 6홈런으로 활약했다. 지난주 삼성 3연전에서는 생애 첫 3연타석 홈런 포함 총 4개의 아치를 그리는 괴력까지 보여줬다.

 

홍 감독은 “역시 송성문이 중요한 타점과 장타를 보여준 게 크다. 젊은 선수들이 많이 있는 타선을 이끌어주고 있다. 덕분에 안 좋았던 팀 성적을 조금이나마 끌어올릴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나아갈 일만 남았다. 아직 9위 두산과의 격차는 1일 기준 6.5경기로 크지만, 탈꼴찌를 목표로 고삐를 당겨본다. 상승세에 기름이 되어줄 다음 영웅을 기다리는 키움이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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