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서울’ 임철수 “이런 작품은 처음…저도 보면서 매회 울었죠” [SW인터뷰]

이호수(박진영) 선배 이충구 변호사 열연
"보면서 매회 울지 않은 적 없어"
"저에게도 많은 치유...이런 작품은 처음"
"동네에 친한 배우들 많이 살아...연기 얘기 많이 해"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이충구 변호사를 연시했던 배우 임철수는 지난 30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tvN ‘미지의 서울’에서 이호수(박진영)와 대척점에 섰던 선배 이충구 변호사. 이충구는 승소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가치관으로 극 내내 이호수를 압박하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악역처럼 보일 수 있는 인물이지만 그의 냉철한 판단력은 이호수를 한걸음 나아가게 만들었다. 


지난해 JTBC ‘정숙한 세일즈’, MBC ‘지금 거신 전화는’ 등 유쾌한 감초 역할로 사랑받아온 배우 임철수는 이번 작품을 통해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또 한 번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때로는 차갑고 때로는 묵직하게 울림을 주는 이충구의 서사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완성했다.

 

사진=tvN

 

지난 30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미지의 서울’ 종영 라운드 인터뷰를 가진 임철수는 “찍을 때도 그렇지만 촬영하면 오래 걸리는데 좋은 작품은 100m 달리기 하듯이 빨리 가는 것 같다. 그래서 너무 아쉬운데 작품을 재밌게 봐서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충구는 극 중 이호수 반대편에 서 시종일관 그를 압박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결국 이호수에게 막혀 로사식당 건물을 매입하는 데 실패하고 유미래(박보영)의 성추행 사건을 맡아달라는 이호수의 부탁을 못 이기는 척 들어주며 최선을 다한다. 극 초반엔 악역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점차 이호수의 가치관에 녹아든 것이다. 

 

악역과 선역 사이 고민을 묻자 임철수는 “저도 작품을 보면서 어려웠다. 너무 복합적인 인물이라 제 시선도 계속 바뀌었다. (호수가) 내 결의 사람일 줄 알았는데 자꾸 엇나가는 걸 보니까 깨우쳐주고 싶기도 했고, 그런데 또 손에 잡히진 않고. 그래서 어쩌면 충구도 호수를 보면서 성장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이어 “어떤 쪽으로는 부러워했을 것 같기도 하고 또 역시나 내가 가는 길이 맞다고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다 나중에 인정이 돼서 복합적으로 표현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입체적으로 연기하려던 건 아니었고 충구 역할이 정말 어려웠다. 그래서 열어두고 접근했다”고 연기했던 과정을 돌아봤다. 
 

이충구와 이호수의 첫 만남은 면접 자리였다. 학생 시절 이충구의 강연에 감명 받은 이호수는 그를 목표로 두고 그가 일하는 로펌에 당당하게 면접을 봤다. 면접 때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호수가 본인이라 답한 순간부터 이충구는 그를 마음에 뒀다. 

 

임철수는 “캐릭터를 구축할 때 이 인물이 어떻게 살아왔을지 전사를 구축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그 작업을 크게 하지는 않았다. 그게 도움이 될 때가 있고 안 될 때도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에도 러프하게만 (캐릭터를) 잡았을 때를 생각하면 (호수가 충구와) 살아왔던 게 비슷하지 않았을까 동질감에서 시작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진영이가 너무 잘생겼지만 저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라고 웃으며 “면접을 한 100명이 봤으면 그 질문에 그 친구만 그렇게 대답하는 걸 보고 출발점이 다르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자꾸 자기가 투영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래서 나중에 대척점에 서게 됐을 때 더 속상한 마음이 있었겠지만 더 잡고 싶고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도 생기지 않았을까”라고 이충구의 속내를 설명했다.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실제 임철수와 이충구와의 싱크로율은 어떨까. 임철수는 “닮은 점이 진짜 없는데 제가 생각했을 때 저는 좀 진중한 편이다. 밝고 유쾌한 역할을 많이 해서 만나는 분들은 ‘생각보다 진중하시네요’라고 얘기를 한다. 성격적으로 진지한 면을 이용하려고 했지만 그 외엔 이충구가 저와 너무 다른 사람이라 어려웠다”고 답했다. 

 

최종회에서 이충구는 “내가 꼰 일 내가 풀어야죠”라며 유미래의 편에 서서 결국 이호수에게 힘이 되어준다. 가치관이 달라 각자의 길을 걸었지만 결국 이호수의 마음을 이해한 이충구가 변화하게 되는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임철수는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이충구가 어느 순간에는 호수처럼 어떤 선택을 하고 패배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방식이 인정이 돼서 패배를 하면 단순히 패배만 남는 건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면 좋겠다는 게 바람이었다. 이 또한 호수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그래서 충분히 그런 도전을 한번 해보고 호수처럼 생각해 보지 않을까. 그래서 나중에 진짜 좋은 변호사가 되지 않을까 희망이 있다”고 드라마에는 나오지 않은 이충구의 미래를 떠올렸다.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미지의 서울’은 유미지와 유미래, 그리고 이호수 등 내면에 상처가 있는 사람들의 치유 여정을 그린다. 캐릭터들이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서 시청자 또한 위로를 받는다. 시청자로서 작품을 본 임철수도 마찬가지였다. 

 

임철수는 “보면서 매회 안 울었던 적이 없던 것 같다. 슬픈 신에서 운 것도 아니었다. 그냥 일반적인 장면에서도 뭔가 감동이 있었다. 근데 (드라마에 나오는 서사가) 사실 주위에 찾아보면 많이 있을 것 같은 것”이라며 “이번 작품을 보면서 내가 이렇게 배웠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삶을 대하는 태도 등을 좀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이어 “이런 작품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일상에서 행복한 순간이 저렇게 많은데 놓치고 있구나’라는 삶의 교훈을 느꼈다. 저에게도 많이 치유가 됐고 그래서 전혀 슬프지 않은 신에서 많이 울었던 것 같다. 많은 치유와 힐링이 됐다”고 드라마에 애정을 드러냈다. 


명장면으로는 11회 이호수와 염분홍(김선영)이 눈물로 진심을 털어놓는 장면을 꼽았다. 임철수는 “지금 생각해도 울컥한다. 그 와중에도 염분홍이 ‘나쁜 자식’이라고 한다. 전혀 공격성 없이 세게 때리지도 못하고. 너무나 현실적이고 그 마음이 느껴져서 손이 떨리면서까지 울었다. 명장면이라고 말하기도 아까운 장면”이라고 두 배우의 열연을 극찬했다.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지난 2004년 연극으로 데뷔해 어느덧 21년차 배우가 됐다. 배우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 언제인지 묻자 그는 단번에 “지금이요”라고 답했다. 그는 “작품이 끝나고 이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만큼 가치가 있는 일이 있을까 뿌듯함이 있다. 제가 사랑하고 열심히 한 작품을 공유할 때 뿌듯함을 느껴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제가 했던 것에 대한 뿌듯함도 느낀다”고 웃어 보였다. 

 

최근 몇년간 흥행보증수표로서 안방극장을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임철수다. 작품을 끝낸 뒤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배우들과 종종 만나서 시간을 함께 보낸다. 특히 배우 박해수와 절친한 사이다. 서로 집에서 10분 거리에 살고 있어 누구보다 자주 만나고 있다고.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임철수는 “동네에 배우들이 되게 많이 산다. 친한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요즘에는 프리다이빙이나 골프, 운동도 같이 한다. 만나는 사람들만 만난다. 박해수 형을 제일 많이 만난다”고 친분을 전했다. 또 “‘지금 거신 전화는’에 악역으로 나왔던 박재윤도 근처에 살아서 자주 보고, ‘미지의 서울’에서 박상영 역할 했던 남윤호도 친구인데 근처에 산다”며 “틈날 때마다 자주 보고 같이 연기 얘기나 운동을 한다”고 근황을 전했다.

 

지난 2019∼2020년 방영됐던 여행 예능 프로그램 ‘트래블러’를 본방 사수 할 정도로 특히 좋아했다는 그는 “예전부터 박해수 형이랑 친한 배우들 몇몇 모여서 좋아하는 여행을 다니면서 진솔한 얘기도 나누는 예능을 정말 해보고 싶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그런 프로그램이 줄어들었는데 저는 그걸 보고 진짜 힐링이 됐다. 이건 기사로 꼭 써달라”라고 강조해 웃음을 불렀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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