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조차 특별하지 않다고 말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무대 위에는, 간절한 숨을 들이마시며 조심스레 한 걸음을 내딛는 소년들이 있다.
아홉(AHOF)의 첫 번째 앨범은 그런 소년들이 마주한 순간들을 하나씩 담았다. 무대 위의 떨림, 함께일 때의 온기, 완성되지 않은 마음, 그리고 때로는 말없이 다가온 위로. 불완전하기에 더 진심이고, 서툴기에 더 선명했던 소년들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아홉 개의 조용히 반짝이는 별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1일 9인조 보이그룹 아홉은 첫 번째 미니앨범 ‘WHO WE ARE’를 발표하며 가요계에 정식 데뷔했다. SBS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유니버스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들은 완성형 아이돌이 되기 전 청춘의 성장과 진심을 담은 음악으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각기 다른 색깔과 서사를 지닌 멤버들이 하나의 팀으로 모여 만들어낸 독창적인 서사와 음악은 데뷔와 동시에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올해 SBS 글로벌 보이그룹 데뷔 프로젝트 ‘유니버스 리그’를 통해 수많은 경쟁과 시간을 지나 발탁된 스티븐, 서정우, 차웅기, 장슈아이보, 박한, 제이엘, 박주원, 즈언, 다이스케. 아홉 멤버는 이제 ‘AHOF(아홉)’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됐다.


‘AHOF’은 All time Hall Of Famer의 약자이자, ‘A hope(희망)’를 뜻한다. 완전하지 않아 더 매력적인 숫자 9를 품은 이름으로 각자의 결이 다른 이들은 서로를 채우며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시작점에 서 있다. 완성되지 않았기에 더욱 열린 가능성과 서사, 이제 막 데뷔하지만, 그들만의 리그는 이미 시작됐다.
프로듀서 ‘EL CAPITXN(엘캐피탄)’과 함께 전곡을 하나의 흐름으로 완성해낸 이번 앨범은 아홉의 향후 펼쳐갈 음악적 세계관의 ‘프롤로그’이자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울림으로 모든 순간을 채워갈 첫 번째 선언문이다.
이번 앨범은 ‘밝음’이 아닌 ‘진심’으로 시작된 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각자의 불안과 방황, 그리고 연결되지 않았던 감정들이 여섯 곡을 통해 하나의 서사로 흐르며 전형적인 ‘소년상’의 틀을 벗어나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느끼는 낯익은 흔들림과 간절함을 풀어냈다.


이들이 처음 선보이는 ‘WHO WE ARE’에는 완전함에 도달하기 전, 아홉이라는 팀의 색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 타이틀곡 ‘그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해 (Rendezvous)’를 비롯해 ‘소년, 무대 위로 넘어지다(Intro)’, ‘파랑 학교, 초록 잔디, 빨간 운동화’, ‘미완성은 아닐거야’, ‘우주 최고의 꼴찌’, ‘아홉, 우리가 빛나는 숫자(Outro)’까지 총 6개 트랙이 수록됐다.
타이틀곡 ‘그 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해’는 기타와 드럼이 만드는 몽환적인 사운드 위로 복잡한 감정을 투영한 밴드 트랙이다. 소년의 불완전함과 희망이 교차하는 순간을 그린다. 이 곡을 통해 아홉은 다시 되돌리고 싶은 순간, 그리고 그 안에 아직 남아 있는 말 못한 마음과 놓지 못한 마음을 전한다.

한번 시작된 맘을 멈추긴 어려워
내 곁을 스쳐 지날 땐 미처 몰랐던 것
소중한 기억 아마 영원할 Memories
그때의 기억 저 하늘에 툭
두 눈에 비친 아홉 빛깔
저 멀리서도 들을 수 있게
끝없이 외치며 달렸어
지친 내 마음이 아프대
영영 잊혀지기 전에
눈을 감고서 그려볼게 따뜻해
떠나지마라
딱 한 번만 날 안아줘
그 자리에 굳어 부서진 나를 봐
되돌리자 다 그때 너와 나
Oh baby I just say It’s to be late oh oh oh
우리 처음 만난 그 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해
혹시나 길을 잃는다면 크게 날 불러줄래

뮤직비디오는 톤 다운된 무드 속에서 장면이 전개될수록 감정과 에너지가 차곡차곡 레이어링되며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흐름을 보여준다.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느끼는 방황과 감정의 공백을 시각화 했으며 카메라는 인물의 감정과 순간에 초점을 맞춘다. 말없이 흘러가는 감정선과 시선의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각자의 방황이 하나의 의지로 모여가는 순간을 상징한다. ‘비움과 채움 사이’의 여백, 무채색 감정의 묘사를 통해 소년의 전형성을 해체하고, 지금을 살아가는 모두의 마음을 비춘다.

퍼포먼스는 화려함보다 절제와 여백을 택했다. 심플하지만 계산된 움직임, 느리지만 섬세한 시선은 소년들이 겪는 감정의 파동을 드러낸다. 누워 있는 안무, 멈춰선 채 시선을 흩뜨리는 연출 등 움직임 사이의 공백을 감정의 언어로 사용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흔들리는 소년들을 무대 위에 그려낸다.
첫번째 트랙 ‘소년, 무대위로 넘어지다’는 동요 ‘작은별’을 오마주했다. 빈티지한 피아노 질감과 함께 무대 위에서 넘어진 소년의 떨림을 담담하게 비춘다. 데뷔가 결코 신나기만 한 일이 아님을, 가장 정직하게 드러낸 아홉의 시작으로 그 안엔 넘어짐, 두려움, 그리고 조용한 희망을 노래한다.
수록곡 ‘파랑 학교, 초록 잔디, 빨간 운동화’, ‘우주 최고의 꼴찌’는 치열하게 경쟁했던 오디션 세계관을 담아냈다. ‘파랑 학교, 초록 잔디, 빨간 운동화’는 소년미 가득한 청량한 트랙으로 서로 다른 색깔이 섞이며 더 선명해지는 ‘우리’를 노래한다. ‘우주 최고의 꼴찌’는 에너제틱한 신스(synth) 기반의 트랙으로 오직 ‘누군가에게 닿고 싶은 마음’과 냉정한 경쟁의 틈에서 느끼는 인간적인 소년의 서사를 꺼낸다. 누구보다 느리고 서툰 아이, 그 아이의 걸음을 멈추지 않게 해주는 건 절망보다 더 큰 진심이다.
수록곡 ‘미완성은 아닐거야’는 R&B 기반의 감성적이면서도 세련된 비트로 어쿠스틱 기타사운드가 매력적인 미디엄 템포의 곡이다. 마치 편지를 쓰듯 흘러가는 가사와 나에게 하는 고백처럼 “우리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서로를 만나 완전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부드럽고 따뜻한 방식으로 전하는 희망의 확신을 표현했다.
마지막 트랙 ‘아홉, 우리가 빛나는 숫자’는 소년들이 끝내 전하고자 했던 벅찬 감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그들만의 언어로 보다 구체적으로 풀어낸 곡이다.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여백의 감정을 가장 응축한 트랙으로 그 여운 깊은 정서로 아웃트로를 마무리한다.
이번 앨범에서 아홉은 반짝임보다 진심을 담았다. 누구도 완벽하지 않았고, 누구도 처음부터 하나였던 적은 없다. 이 앨범은 그런 미완의 별들이 하나하나 모여 빛나기 시작한 순간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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