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세대 덕질어게인] 그시절 콘셉트에 음원까지…중년층 겨냥 콘텐츠 전략

세븐틴 예능 나나투어·나나민박, TV채널로도 송출
뉴진스가 불러온 레트로 열풍
SM, 1세대 그룹 리마스터링...S.E.S 등 리메이크
그룹 NCT드림의 H.O.T 리메이크곡 ‘캔디’

 

K-팝 산업이 세대 공감 콘텐츠로 진화 중이다.

 

1020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팬덤 문화가 중장년층까지 빠르게 확장되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콘텐츠 전략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에는 청소년층을 겨냥한 화려한 비주얼과 감각적인 연출에만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콘텐츠 기획 등에서 중장년층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세븐틴. 사진=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보이그룹 세븐틴의 팬덤을 겨냥한 예능프로그램 ‘나나투어’와 ‘나나민박’은 아이돌계의 무한도전으로 통하는 웹예능 콘텐츠 ‘고잉 세븐틴’의 확장 버전이다. 아이돌 그룹의 자체 예능이 늘 그랬듯이 기존 팬덤의 시청 패턴을 생각하면 ‘고잉 세븐틴’처럼 웹예능으로만 공개될 법했지만, 두 예능 프로그램 모두 케이블 TV 플랫폼을 통해서도 방송됐다. 팬덤의 연령·취향을 분석해 중장년 팬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프로그램 포맷을 확장한 것이다.

 

또 걸그룹 뉴진스가 불러온 가요계 레트로 유행은 중년층에게 익숙함과 향수를 제공하면서 K-팝 시장의 저변을 확대했다. 아날로그 감성의 뮤직비디오 등 199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레트로 콘셉트는 중년층에게 추억을 안기는 동시에 Z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안겨 세대 공감의 문화 코드로 자리 잡았다.

 

레트로와 Y2K 열풍을 불러일으킨 걸그룹 뉴진스. 사진=어도어 제공

 

지난해 뉴진스 하니가 일본 도쿄돔 공연에서 부른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는 일본의 경제 황금기 1980년대를 소환해 현지 중년층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국내에서도 이 노래가 여러 번 등장하는 영화 러브레터를 극장에서 본 세대에게 그리움을 안겼다.

 

1세대 K-팝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2021년부터 시작한 리마스터링 프로젝트를 통해 중장년층 포섭 효과와 세대 간 콘텐츠 확장에 성공했다. H.O.T·보아·플라이 투 더 스카이·S.E.S 등 1990~2000년대 SM 소속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 및 콘텐츠를 4K 고화질로 재탄생했다. 이들의 활동 당시 1020세대였던 30대 후반~50대 초반 세대는 한때 청춘과 감정을 공유했던 콘텐츠가 재등장하면서 예전의 감동을 다시 경험했다.

 

SM엔터테인먼트 리마스터링 프로젝트로 재탄생한 플라이 투 더 스카이 ‘Day By Day’ 뮤직비디오.

 

해당 프로젝트는 SM과 유튜브가 함께 기획했다. 중년층은 1020세대 못지않게 유튜브를 정보·취미 채널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과거 TV에서만 보던 뮤직비디오가 유튜브를 통해 다시 공개된 것은 중장년층의 K-팝 콘텐츠 소비 채널 다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중장년층이 현재의 미디어 소비 환경에서도 자연스럽게 K-팝을 접하고 가족·자녀 세대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만들어줬다.

 

에스파의 S.E.S 리메이크곡 ‘Dreams Come Tru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걸그룹 에스파는 S.E.S의 대표곡 ‘드림스 컴 트루’와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을, NCT 드림은 H.O.T의 ‘캔디’, 라이즈는 동방신기의 ‘허그’를 각각 리메이크했다. 4∼5세대 SM 소속 후배 아이돌 그룹의 잇따른 리메이크는 중년층이 단순 과거 팬에서 현재의 K-팝 소비자로 전환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원곡의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스타일을 접목한 시도는 부모·자녀가 함께 소비할 수 있는 세대 융합 콘텐츠로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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