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산 18명의 KBO리그 투수들이 통산 100홀드를 쌓는 동안, 타이거즈는 단 한 명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 침묵을 전상현(KIA)이 뚫어냈다.
전상현은 지난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의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원정 맞대결에서 1⅓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16홀드를 작성해냈다. 이를 비롯해 45경기 4승 2패, 평균자책점 3.64(42이닝 17자책점)를 남기며 KIA 핵심 셋업맨으로서의 가치를 드높이는 중이다.
특히 이날 빚어낸 홀드는 더욱 값졌다. 프로 9번째 시즌 만에 완성시킨 통산 100번째 홀드라는 금자탑이었기 때문. 2016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4라운드 38순위로 KIA 유니폼을 입은 그는 2019년부터 본격적인 필승조로 거듭나 불펜진 핵심으로 발돋움했다. 2020년에 잠시 마무리 보직을 맡기도 했지만, 주로 셋업맨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긴 시간 차곡차곡 홀드를 쌓아올린 끝에 100홀드라는 뜻깊은 숫자에 닿았다.
홀드는 KBO가 2000년부터 공식 집계를 시작한 기록이다. 이후 통산 100홀드 고지를 점령한 투수는 총 18명이었다. 처음을 장식한 류택현(당시 LG)을 시작으로 정우람, 권혁 등 내로라하는 불펜 투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노경은(SSG)이 지난 26일 최고령 100홀드로 자신의 이름을 추가한 가운데, 전상현이 그 바통을 이어 받았다.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역사상 처음 나온 100홀드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지금은 LG로 팀을 옮긴 장현식이 KIA에서 80홀드를 찍었고, 그 뒤로 심동섭(67홀드)·이준영(66홀드)·손영민(52홀드) 등이 뒤를 잇는 정도다. KIA 팬들도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는 셋업맨에 전상현이 이름을 새긴 셈이다.
전상현은 “기회를 주신 팀과 감독님, 코치님 그리고 제 몸에 신경 써주신 트레이닝 파트와 불펜 포수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이 자리에 오기까지 그를 도운 조력자들을 향한 감사의 메시지로 첫 소감을 전했다.
이어 “타이거즈 최초 100홀드라는 점도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모두 구단에서 많은 기회를 주셨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겸손한 미소를 건넸다.
그가 바라본 홀드의 매력은 무엇일까. 전상현은 “매년 꾸준하게 기록을 쌓아갈 수 있는 게 홀드의 매력이다. 또 중요한 순간에 나와 막아냄으로써 상대 팀 분위기를 우리 흐름으로 갖고 올 수 있다. 그런 홀드가 더 짜릿한 맛이 있다”고 눈빛을 번뜩였다. 이어 “또 등판 횟수가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우리 팀이 잘하고, 이기고 있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부담감이 느껴진다거나 하는 건 없다”고 힘줘 말했다.

물론 지난 9년이 순탄하기만 했던 시간은 아니었다. 전상현은 “기억에 크게 남는 홀드가 있지는 않다. 다만 부상 당하거나 부진했을 때가 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런 공백기가 없었다면 더 빨리 만들 수 있는 기록이었기 때문”이라며 “어깨 부상으로 1년을 쉴 때 다시 마운드에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많았다. 그래도 재활 잘 하고, 열심히 하다보니 이런 기록과 성적들이 나타난다. 뿌듯하다”고 웃었다.
100홀드를 써낸 지금, 그의 다음 목표는 단순하다. 그는 “딱히 달성하고 싶은 기록은 없다. 최대한 아프지 않고 풀타임을 치르며 꾸준하게 기록을 쌓는 선수가 되고 싶다. 숫자보다는 꾸준하게 야구하는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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