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에 손 뻗치는 中] K-게임 향한 관심, 기회이자 위협적 존재

중국판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넥슨 제공 

국내와 해외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콘텐츠 업계는 수요가 높고 규모가 큰 시장을 겨냥할 수밖에 없다. 최근 신작 출시와 글로벌 흥행으로 훈풍이 불고 있는 게임업계는 더욱 그렇다.

 

게임계는 미국과 함께 세계 양대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국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회 속에 점차 한국에 발을 넓히고 있는 중국의 모습이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게임사 지분을 조금씩 확보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키워가며 경영 참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투자 차원을 넘어 국내 게임산업의 주도권을 점차 외부 자본에 내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중국서 수요 있다’ 진출이 답

 

23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기준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1236억 달러(한화 약 178조원)를 기록했다. 미국(1281억 달러·약 184조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약 7억명의 게이머를 보유하고 있다.

 

집계발표된 가장 최근 연도인 2023년 기준 시장 규모 23조원을 기록한 우리 기업으로서는 중국이 기회의 땅이다. 같은 해 한국 게임 산업의 총수출액 86억7287만 달러(약 11조원) 중 34.1%(약 4조원)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이용자층이 넓고, 매출 규모가 큰 시장인 만큼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 진출을 중요한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일부 게임사는 판호(중국 내에서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는 허가권) 확보로 진출을 본격화했다. 넥슨은 지난해 5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중국 시장에 출시했다. 중국 던파 모바일은 출시 직후 앱스토어 매출 순위 1위에 오르며 크게 흥행했고, 지식재산권(IP) 매출은 전년 대비 53% 급증했다. 던파 모바일 외에도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PC 버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 위메이드의 미르M 등이 판호를 발급받고 서비스 중이거나 출시를 준비 중이다.

 

더욱이 실용주의 외교를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의 출범으로 한중 관계의 개선, 이에 따른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면서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 현지 사업 담당자를 채용하는 등 중국 사업 조직 재정비를 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자사 IP를 활용한 콘텐츠 사업을 담당할 인력을 채용 중이고, 펄어비스도 검은사막 PC 버전을 운영할 현지 인력을 뽑고 있다. 웹젠은 중화권 전략 기획 담당자와 현지화 담당자를, 그라비티는 중화권 게임 지표를 분석 및 관리할 수 있는 담당자를 모집한다. 중국 시장을 공략해 실적 개선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판 리니지2M 이미지. 엔씨소프트 제공

◆“의존도 키우면 안돼”

 

문제는 이러한 흐름을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순 없다는 점이다. 중국의 대형 콘텐츠 기업 텐센트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사의 중국 내 퍼블리싱 파트너이자 판호 발급과 서비스 운영을 지원하는 텐센트는 최근 넥슨 인수설로 인해 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자사의 게임 부분을 강화하기 위해 넥슨을 약 20조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텐센트는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과거 행보를 미뤄 봤을 때 아예 현실성이 없는 얘기는 아니라는 시선이 존재한다. 텐센트는 2019년 넥슨 인수전에 참여하려는 의사를 보인 바 있다.

 

이미 한국 게임 시장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시프트업(34.85%)과 넷마블(17.52%), 크래프톤(13.73%)의 2대 주주로 있으며 카카오(5.96%)와 카카오게임즈(3.89%)의 지분도 보유 중이다. 특히 중국 내 K-게임의 유통을 담당하며 판호 발급 협력사로 자리잡고 있어 한국 게임사의 중국 진출 과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텐센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부정적인 의견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국내 게임 생태계가 중국 자본에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게임학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텐센트는 이미 한국의 대표적인 게임사들에 전략적으로 지분을 투자하며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넥슨까지 인수하게 된다면 국내 게임산업 전체에 대한 지배력은 사실상 결정적인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강력한 목소리를 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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