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에 손 뻗치는 中] 투자일까 침투일까…K-콘텐츠 경계령

K-팝 간판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겸 솔로가수 제니가 지난 4월 미국 대형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무대를 펼치고 있다. 뉴시스

#40대 중년의 직장인 김주헌 씨는 최근 중국의 텐센트 뮤직이 SM엔터테인먼트 지분(9.66%)을 사들여 2대 주주로 올라섰다는 뉴스를 보고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막대한 자본력 앞에 버틸 장사는 없다. 텐센트에 관해 더 검색해보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게임사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는 소식까지 있었다. 김씨는 “이러다가 우리 기업이 힘들게 일궈낸 K-팝과 K-콘텐츠가 C(China)-팝, C-콘텐츠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고 고개를 갸웃했다.

 

한국 콘텐츠 산업은 여전히 성장세다. K-팝과 K-드라마, K-영화 등으로 대표되는 K-콘텐츠는 글로벌 팬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여기에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콘텐츠 산업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보고 대대적인 투자와 정책 지원을 예고하면서 업계 안팎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3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 시장 규모는 2021년 137조원에서 2022년 148조원으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콘텐츠 수출액도 2021년 124억 달러에서 2022년 133억 달러로 증가했다.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K-팝 스타들의 글로벌 활동과 기생충,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 등 K-콘텐츠의 연이은 히트가 크게 작용한 결과다. 통계로 잡히진 않았지만 이후에도 성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문화강국 실현을 과제로 제시하며 콘텐츠 산업에 대한 지원을 고민 중이다. 공약집에는 향후 5년간 총 51조원을 투입해 K-컬처 300조원 시대를 연다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러한 내용의 뼈대를 담은 검토안을 전달했다. 올해 정부 총지출 대비 1.05%(7조672억원)인 문체부 예산을 2030년까지 2% 이상으로 늘리는 청사진이다. 실제로 실현된다면 콘텐츠 창작 환경을 개선하고, 유통 구조 다변화 및 글로벌 진출 확대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국가정책을 이끌 정도로 K-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지자 글로벌 시장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최근 자국 내 한류 콘텐츠 수요 확대에 발맞춰 한국 엔터테인먼트 및 게임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실제로 텐센트는 국내 대형 기획사인 SM과 넷마블, 시프트업 등 게임업계 선도기업의 지분을 사들여 2대 주주에 오른 상태다. 이러한 상황은 K-콘텐츠 기업에게는 중국 시장 진출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한류 콘텐츠의 거대한 소비 시장인 중국에서의 재진입 가능성이 열릴 경우 수출 규모가 더욱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도 분명히 존재한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의 투자가 단순한 상업적 협력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주도권을 가져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자본 유입이 늘어날수록 콘텐츠 제작 방향이나 투자 구조에 있어 외부 개입이 커질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콘텐츠 산업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은 중국 자본의 무분별한 유입을 경계하고, 지배 구조에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와 민간 협력에 따른 K-콘텐츠 중심의 플랫폼 육성, 해외 진출을 위한 기술·자금 지원 강화도 요구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겸 중원대학교 사회과학과 특임교수는 “중국이 자본 규모가 큰 만큼 전 세계에 투자를 많이 한다. 현재 커가고 있는 K-콘텐츠 입장에서는 투자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다만 리스크는 절대로 대비해야 하고, 독립성과 창의성을 지키면서도 실익을 얻을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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