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카로운 스매싱, 금빛 노래를 불렀다.
한국 남자탁구 ‘환상 듀오’ 임종훈-안재현(이상 한국거래소·세계랭킹 9위) 조가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스타 컨텐더 류블랴나 2025‘서 정상에 올랐다. 22일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열린 대회 남자복식 결승서 세계랭킹 1위에 빛나는 펠릭스 르브렁-알렉시아 르브렁(프랑스) 조를 게임 스코어 3-0(11-9 11-9 12-10)로 꺾고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이번이 세 번째로 합작한 복식 우승컵이다. 임종훈-안재현 조는 지난해 10월 아스타나 아시아선수권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바 있다. 한국 선수로는 1992년 뉴델리 대회의 이철승-강희찬 조 이후 32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로 이 종목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기세를 높여 지난 3월 열린 WTT 스타 컨덴더 첸나이도 제패, 꾸준한 기량을 뽐냈다.

쉽지만은 않았다. 르브렁 형제는 탁구 천재로 불리는 이들이다. 설상가상 4강서 웡춘팅-찬 볼드윈(홍콩) 조를 만나 풀게임 접전까지 치른 상황(3-2 승리). 체력적 우위를 앞세우기 어려웠다. 그래서일까. 경기 초반 다소 고전하는 듯했다. 금세 제 궤도를 찾았다. 임종훈이 안정적인 수비로 기회를 만들면, 안재현이 파워풀한 공격으로 득점을 올렸다. 첫 게임을 11-9로 가져간 임종훈-안재현 조는 내친김에 2게임, 3게임을 연거푸 잡으며 포효했다.
임종훈과 안재현은 대전 출신이다. 출신학교도 봉산초, 동산중, 동산고로 같다. 실업무대서 손발을 맞추기 시작한 것은 2023년부터다. 당시 임종훈이 안재현의 소속팀 한국거래소로 이적하며 본격적으로 복식 조로 뭉쳤다. 왼손 임종훈과 오른손 안재현은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다시 만난 첫 해부터 실업 탁구 챔피언전 우승을 일구며 국내무대를 평정했다.

한국 탁구는 과거 전성기를 누렸다. ’세계 최강‘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을 정도. 2010년대 들어 조금씩 격차가 벌어지더니 일본, 유럽에도 밀렸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 등서 빈손에 그쳤다. 변화를 꾀했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도입하는 동시에 새 얼굴을 발굴해내려 애썼다. 강점을 보이는 복식 종목에 집중, 경쟁력을 키우고자 했다. 꾸준히 세계대회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희망이 엿보인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서 여자복식 금메달 등 총 8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2 부산 대회 이후 최고 성적이었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도 혼합복식 동메달을 수확했다. 2028 LA올림픽의 경우 남녀 단체전 대신 남녀 복식이 부활하고 혼성단체전이 신설된다. 한국으로선 긍정적 시그널이다. 특히 왼손 에이스로 성장한 임종훈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남자복식과 혼합복식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고 있는 만큼 기대치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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