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품은 OTT①] 스포츠계를 장악하는 OTT…스크린이 달라졌다

사진=뉴시스

# 베트남에 거주 중인 박장준 씨는 소문난 축구 마니아다. 프리미어리그(EPL)를 포함한 해외축구까지도 꼬박꼬박 챙겨 본다. 물리적 거리와 시차가 있으니, 각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Over The Top)를 섭렵할 수밖에 없다(VPN 등 활용). 최근 고개를 갸웃했다. 쿠팡플레이가 스포츠 중계 전용 요금제인 스포츠패스를 만든 까닭이다. 쿠팡플레이에서 중계하는 스포츠 콘텐츠를 시청하기 위해선 매달 9900원짜리 서비스를, 그것도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월 7890원)만 이용할 수 있다.

 

부담이 확 늘었다. 기존엔 와우 멤버십 회원이라면 추가 요금 없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었다. 이젠 두 배 이상인 1만7790원을 내야 한다. 국내서 서비스 중인 OTT 중 가장 비싸다. 당초 쿠팡플레이가 앞세웠던 부분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 그리고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중계였다. 상대적으로 영화, 드라마 쪽은 약하다. 박장준씨는 “사실 베트남에선 와우 멤버십이 의미가 없다. 스포츠를 볼 수 있어 가입했지만, 따로따로 내야한다면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스포츠 스크린이 달라진다. OTT가 스포츠를 삼키고 있다. 스포츠 중계를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예전처럼 TV 앞에 옹기종기 모여서 보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개인화됐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스마트TV 등을 활용해 자신만의 형태로 시청하는 모습이 보편화됐다.

 

자연스럽게 OTT가 대세가 됐다.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 Video), 디에이지앤(DAZN), 애플TV(Apple TV) 등 글로벌 OTT들이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 본격적으로 스포츠 시장에 진출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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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유통채널로의 전환이 아니다. 스포츠 산업 전체의 재형을 재편하는 중대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 말한다. 스포츠 콘텐츠의 유료화는 소비자 위주의 편리성을 강화하는 데다 질적 향상을 이끈다. 파행되는 2차, 3차 문화적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어두운 그늘도 존재한다. OTT끼리의 무분별한 경쟁, 그 뒷감당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로 향한다.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소비자가 추가 금액을 낼 수밖에 없도록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을 상대로 ‘끼워팔기’ 혐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사업자가 상품을 공급하면서, 스포츠패스와 같은 다른 상품을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는 불공정거래행위로 간주돼 금지된다. 

 

사각지대도 발생한다. 노년층, 이른바 디지털 소외 계층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지나치게 인기 종목에만 집중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공공성 측면, 즉 보편적 시청권 침해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콘텐츠 시장에서 OTT는 더 이상 대체제가 아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주류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수익성과 독점권, 접근성, 공정성 사이에서 어떠한 위치를 고수하느냐에 따라 나아가는 방향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그 사이서 촘촘한 논의가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기술의 진보는 많은 이들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단, 그 속에 담긴 감동까지 좌지우지할 순 없다. 뜨거운 열기의 경기, 당신은 어떤 화면으로 봅니까.

 

스포츠 중계가 OTT에서 유료화로 이뤄질 경우 길거리 응원 등 함께 모여 응원하는 문화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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