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독 선두를 지키던 17번 홀(파4)에서 암초를 만났다. 티샷이 오른쪽으로 치우쳤다. 세 번째 샷을 홀 1.5m 지점에 붙였지만, 파퍼트는 홀을 맞고 나왔다. 한 순간의 실수로 선두에서 밀려났다. 결국 최혜진은 생애 첫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우승 기회를 놓쳤다.
아쉬운 한 타 차다. 최혜진은 16일 미국 미시간주 벨몬트의 블라이더필즈 컨트리 클럽(파 72)에서 열린 LPGA 투어 마이어 클래식(총상금 300만 달러·약 41억원)에서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의 기록으로, 16언더파 272타의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에 한 타 밀린 준우승을 차지했다.
꿈에 그리던 우승이 코앞이었다. 최혜진은 대회 내내 기량을 유지하며 2, 3라운드에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치열한 경쟁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그녀를 가로막은 건 17번 홀이었다. 단 한번의 실수는 역전으로 이어졌다. 18번 홀(파5)에서 재역전 또는 시간다와의 동타를 노렸다. 하지만 버디를 낚지 못해 결국 2위에 만족해야만 했다.
우승은 놓쳤으나 의미 있는 기록을 썼다. ‘500만 달러’의 여인이 됐다. 최혜진은 이번 준우승으로 상금 27만4433 달러를 챙겨 총 518만132 달러를 획득했다. 생애 처음이다. 전체에선 102번째, 한국선수 중 25번째로 500만 달러를 넘었다. 우승 없이 생애 상금 500만 달러를 넘은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린시유(중국), 캐린 이셔(프랑스), 포나농 팻럼(태국)의 뒤를 이었다. 생애 상금 순위도 지난주 보다 9계단 껑충 뛴 93위에 안착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유망주로 이름을 떨쳤다. 최혜진은 2017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승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그해 LPGA 투어 US오픈에서 깜짝 준우승까지 거두며 이름을 더 널리 알렸다.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 2018년 대상과 신인상을 동시 수상했고, 2019년엔 대상과 상금왕 등 6개 부문을 독식함으로써 전관왕을 차지했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더 넓은 세계로 향했다. 2021년 LPGA 퀄리파잉 시리즈에서 공동 8위로 차기 시즌 풀 시드를 얻어 아메리칸 드림을 시작했다. 녹록지 않았다. 우승까지의 여정은 멀고도 험난했다. 2022년 8월 캐나다여자오픈에서도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날까지 톱10을 26차례나 기록했으나 우승과의 인연은 닿지 않았다.
아쉬움은 지우고 단단한 다짐을 마음에 새긴다. 최혜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좋은 라운드였고, 우승 기회도 있었으나 17번 홀 보기가 아쉽다”며 “다음 대회를 잘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번 주에 페어웨이나 그린을 많이 놓치지 않아 버디 기회도 많았다”며 “한국 팬들도 많이 오셔서 응원해주셨는데 내년에 더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상승세의 정점을 다음 메이저 대회에서 찍겠다는 각오다. 오는 19일 미국 텍사스 프리스코에서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이 개막한다. 최혜진은 “최근 컨디션이 좋아 우승 기회도 여러 번 있었다”면서 “이번 주에도 컨디션이 좋았고, 다음 주에 메이저 대회가 열리는 만큼 이런 흐름을 이어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