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인터뷰] 유해진 “‘소주전쟁’은 술 한잔 부르는 영화…삶의 가치 생각하게 돼”

유해진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쇼박스 제공

화려한 성적은 따르지 않았지만 배우 유해진에게 영화 소주전쟁은 특별한 의미로 남았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소주전쟁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다. 소주 회사 국보가 곧 인생인 재무이사 표종록(유해진)과 오로지 성과만 추구하는 글로벌 투자사 솔퀸 직원 최인범(이제훈)이 대한민국 국민 소주의 운명을 걸고 맞서는 이야기다. 개봉 후 보름이 지났지만 누적 관객 26만여명으로 흥행에 있어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내고 있다.

 

유해진은 16일 “보는 이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면서 나름 의미가 있겠구나 싶었는데 관객으로부터 선택을 받지 못해 아쉽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영화 속 표종록은 가족보다도 회사를 먼저 생각하는 인물이다. 오랫동안 일해온 국보가 IMF 외환위기로 인해 파산 위기에 처하자 투자사와 법무법인을 직접 만나는 것은 물론 믿었던 최인범이 회사를 매각하려는 의도로 접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결국 회사가 매각 위기에 처하자 책임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한다.

 

유해진은 캐릭터에 대해 “인범이 어떤 생각으로 접근했는지 알게 된 뒤 그에게 ‘(매각 성사시킨 뒤)보너스 받아 너네끼리 나눠 갖는 그런 생각을 하지 말고 그것 때문에 많은 사람이 힘들어할 것을 생각해줘라’라고 말하는데, 이 대사에서 종록이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있다. 인품 자체가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안간힘을 쓰며 회사를 살리려고 한 게 아닐까”라며 “아버지 세대 땐 그런 분들이 많았지 않았을까. 자기 회사처럼 생각하면서 일하시는 분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영화 소주전쟁 스틸컷. 쇼박스 제공 

표종록은 지금 시대엔 참 보기 드문 캐릭터다. ‘남보다 내가 먼저’라는 개인주의가 팽배한 시대에 회사와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은 희귀하게 느껴진다. 예전처럼 한 회사를 진득하게 다니는 경우도 적다. 요즘 젊은 세대는 대부분 2~3년 주기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을 위한 삶이 중요해진 시대다.

 

유해진은 “지금 세상에서는 인범의 사고가 맞을 수 있다. 도덕적인 것을 지키는 한도에서 자기 잇속을 챙길 줄 알아야 한다”며 “연기가 내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긴 하지만 만약에 종록처럼 가정이 있다면, 그렇게 살진 못했을 것 같다. 일이 손해를 보더라도 조금은 챙기면서 살아야지, 종록은 완전히 올인이지 않나,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말릴 것 같다”고 말했다.

 

유해진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쇼박스 제공

1997년 우리 경제가 IMF 외환위기로 어려워졌다면 2025년 우리나라 영화 시장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활성화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연극으로 시작해 배우 인생을 쭉 걸어온 유해진도 표종록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유해진은 “사실 이 시장에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극장에서 보는 고유의 맛과 재미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그저 재미있고 좋은 작품을 계속해서 만들려고 한다. 작품이 연이어 터져 시장 활력에 시동을 걸면 좋은데 아직 그런 흐름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훈 배우가 참 대단하다. 극장살리기 운동을 하더라. 실천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정말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소주전쟁도 유해진이 말한 좋은 작품 중 하나다. 그는 “관객의 관심을 받거나 외면받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닌 것 같고 작품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삶을 살아가는데 행복을 어디서 찾을 것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라 의미가 있다. 나는 하고 싶은 걸 많이 하면서 살아 비교적 행복한 것 같다. 하루하루 귀한 줄 알고 살자는 마음”이라며 “다 끝나고 소주 한잔하기 좋은 영화고, 2030분들도 많이 봤으면 좋겠다. 요즘 세대들은 거슬림 없이 쭉 흘러가길 바라는 것 같은데 그 흐름에 인터미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이 필요하지 않을까.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지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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