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곳에서 우리 ‘호수’를 처음 만났죠.”
지난 10일 충남 아산시의 동물복지지원센터 ‘온봄’에 지역 프로축구팀 선수들이 방문했다. K리그2 충남아산FC의 박세직, 미사키 사토가 주인공. 구단의 연고지 공헌 활동 중 하나인 블루포우(Blue Paw) 동참을 위해 이곳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유기동물 입양 캠페인을 펼쳤다. 일본 국적으로 올시즌 충남아산FC에 합류한 미사키는 “2주일 전 이곳에서 지내던 유기견 호수를 데려와 임시보호 중”이라고 밝혔다.
아내와 함께 타국에서 생활 중인 미사키는 반려견 입양을 알아보던 중 올해 구단과 협약을 맺은 온봄을 알게 됐다. 팀 동료이자 반려인인 김종민으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김종민은 지난 3월 블루포우 활동에 참여한 바 있다.
지난달 직접 온봄을 방문한 미사키는 외국인 신분으로 동물 입양에 여러 제약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기한을 정해서 돌보는 임시보호를 추천 받았다. 그는 “입양한 강아지를 일본 등 외국으로 데려가려면 서류 및 접종 등으로 최소 8개월 이상이 소요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의 특성상 수개월 이상 거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 동물을 위해서도 임시보호가 좋겠다고 판단했다.


보호소의 여러 강아지들 중 유독 활발하게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녀석에게 눈길이 갔다. 호수에서 유기견으로 발견됐다는 생후 7개월 믹스견이었다. 그렇게 호수를 임보하기로 하고 집으로 데려왔다. 어릴 적 반려견을 돌본 경험이 있는 아내와 함께 호수를 키우고 있다.
한국말로 정확하게 호수를 발음한 미사키는 “호수와 집 주변에서 산책을 자주 하고 반려견 운동장, 반려견 동반 카페도 방문했다. 기다려, 앉아, 하이파이브 같은 훈련도 했는데 너무 잘 배우더라”며 “아내가 섭섭해 할지도 모르겠는데 호수와 함께한 뒤로 인생이 더 행복해진 것 같다”고 웃었다. 그라운드에서도 호수 효과(?)가 증명됐다. 지난 1일 김포FC전에 출전한 미사키는 페널티킥을 유도하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미사키는 리그 9경기 1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미사키는 이날 블루포우 활동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보호견 제니, 왕코와 놀이터에서 산책을 하고 최근 꼬뭉이가 출산한 강아지들과 시간을 보냈다. 유기동물 입양을 추천하는 영상과 릴스도 찍었다. 한국에 오기 전 몬테네그로, 오스트리아, 리투아니아 리그에서 뛴 미사키는 “유기동물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은 한국에서 처음해본다”며 “온봄에 착하고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가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임시보호 중인 호수도 좋은 곳으로 입양을 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활동을 함께한 박세직도 “군대에 가기 전까지 반려묘를 모신 적이 있다. 지금도 본가에서 반려묘와 반려견을 돌보기 때문에 의미가 남달랐다”며 “파양된 강아지, 유기동물에 대한 영상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는데 실제로 함께 시간을 보내니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동물을 펫숍에서 사는 게 아니라 보호소에서 입양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남아산 구단도 유기동물 입양 문화 전파를 위해 힘쓰고 있다. 선수들의 봉사활동 및 캠페인 참여 외에도 홈경기 중 유기동물 입양 정보를 전광판에 띄우며 팬들에게 정보를 전했다. 하반기에도 선수들의 활동에 더해 홈경기 중 온봄 부스를 마련해 유기동물 인식 전환을 위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산시동물복지지원센터 온봄은
온봄은 아산시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소이자 지역의 유일한 동물보호소로, 5461㎡(약 1650평) 규모의 견사·묘사·운동장 및 사무실에서 사무직·수의사·훈련사 등 17명 인력이 강아지 181마리, 고양이 41마리를 보호 중이다. 모두 지역 내에서 발견 후 구조된 유기·유실동물들이다.
2022년 12월 문을 연 온봄은 지역민들에게 보호소를 알리고 보호동물 입양 홍보 등을 위해 지역 프로축구팀과 손을 잡았다. 충남아산FC는 구단 컬러인 파란색과 동물의 발바닥을 의미하는 포우(paw)를 결합한 블루포우 캠페인으로 온봄을 알리고 있다.

온봄은 유실동물의 반환, 유기동물의 입양에 힘쓴다. 올해만 10일 현재 강아지 138마리, 고양이 58마리가 새로운 가족을 찾았다. 반려인의 부주의 등으로 유실됐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간 경우(반려견 60마리, 반려묘 2마리)도 많다. 현재 임시보호 중인 동물은 강아지는 72마리, 고양이 58마리다.
다만 전체 보호견의 70%에 해당하는 대형 믹스견은 품종견, 소형견에 비해 입양률이 떨어진다. 이에 견사 및 묘사 부족 등 현실적 이유로 인도적 처리(안락사)된 동물(강아지 47마리, 고양이 3마리)도 발생하는 실정이다.
온봄 담당자인 최희진 아산시농업기술센터 축산과 동물보호팀장은 “대형 믹스견은 미국과 싱가포르 등 해외 동물보호단체와 손잡고 해외 입양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입양의 증가를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산=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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