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포커스] ‘이강인이 호소했다’ 1년 지났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야유…신뢰 회복은 지금부터

한국축구대표팀 이강인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전 쿠웨이트와의 경기를 마치고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국가대표가 되고 나서 경기장 빈자리가 가장 많았던 것 같다. 비판만 하시면, 결국 선수들에게 타격이 있다.”

 

 충격이다. 8년 만에 서울월드컵경기장 A매치 최소 관중 기록이 나왔다. 월드컵 본선 11회 연속 진출 대업에 안방에서 치른 예선 최종전 대승까지,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야 할 축구장에 관중석이 비었다. 야유까지 쏟아진다. 한국 축구의 현주소, 이대로 괜찮을까.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쿠웨이트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전에서 4-0 대승을 거뒀다. 월드컵 본선으로 향하는 시점에서 기분좋은 출정식에 나섰다.

한국축구대표팀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전 쿠웨이트와의 경기를 마치고 팬들과 사진 찍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하지만 마냥 즐겁지는 않았다. 관중이 확 줄었다. 이날 대한축구협회 집계 공식 관중 기록은 4만1911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무관중 시기를 제외하면 8년 만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A매치 최소 관중 기록이다. 2017년 시리아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3만352명을 기록한 바 있다.

 

 심각한 문제는 이후 최소 5만9000명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는 점이다. 2021년 9월2일 이라크와의 2022 카타르월드컵 예선에서 무관중 경기를 치른 것을 제외하고, 최소 관중은 2024년 10월13일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기록한 5만9018명이다. 매번 5만9000여명 이상의 관중이 찾은 서울월드컵경기장이지만, 이날 만큼은 4만명을 겨우 넘겼다. 물론 손흥민의 결장 가능성도 영향을 미쳤지만, 팬심 이탈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

 

 야유도 나온다. 이강인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감독님과 협회에 대해 공격으로 일관하시는 분들이 있다”며 “우리는 협회 소속이고, 감독님은 우리의 ‘보스’다. 이렇게 비판만 하시면 선수들에게도 타격이 있다”고 작심발언했다. 이어 “비판하는 건 당연한 부분이지만, 너무 과도하면 선수들에게도 도움되지 않는다. 내가 국가대표가 되고 나서 경기장 빈자리가 가장 많았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한국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전 쿠웨이트와의 경기를 마치고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시계를 약 1년 전으로 돌려보자. 지난해 9월 팔레스타인과의 3차 예선 1차전. 서울월드컵경기장에 홍 감독의 모습이 전광판을 통해 비춰지면, 엄청난 야유가 쏟아졌다. 당시 전쟁 중 월드컵 예선에 참가한 팔레스타인 감독마저도 당황할 만큼 비난이 거셌다.

 

 당연히 선수단도 영향을 받았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약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0-0으로 비겼다. 당시 수비수 김민재는 관중석에 다가가 야유 자제 요청을 했다가 다시 비난 여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심지어 이번 이강인의 발언 이후 한 팬은 ‘홍 감독이 이강인에게 지시한 것’이라는 유언비어를 퍼트리기도 했다.

한국축구대표팀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전 쿠웨이트와의 경기를 마치고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한국 축구는 지금부터 1년이 중요하다. 월드컵 본선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다. 팬과 감독 및 선수 사이의 이 같은 기류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방법이 없다. 한 축구 관계자는 “신뢰 회복은 경쟁력에서 올 수밖에 없다. 퍼포먼스로 증명해야 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야유는 소음이 아닌 신호다. 그 신호를 어떻게 해석하고 응답할 것인지가, 지금 대표팀이 마주한 진짜 과제다. 협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관중 감소를 쉽게 넘겨선 안된다. 홍 감독을 포함한 대표팀 역시 마찬가지다. 다음 달 열리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과 평가전에서 성적과 경기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이강인이 남긴 말처럼 “선수들이 더 행복하게, 팬들에게도 기쁨을 줄 수 있는 축구”를 위해 모두가 함께 나아가야 할 때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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