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현대건설 우승 멤버… 대격변 맞은 강성형 감독 “파워보다 스피드, 다른 색깔 배구 보여드릴 것”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이 9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현대건설 체육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배구단 제공

 

1년 전, V리그 여자부를 지배하며 통합우승에 닿았던 현대건설의 스쿼드가 격동의 시기를 맞았다. 어느새 현대건설에서 5년 차를 맞이한 강성형 감독의 리더십도 불가피한 변화 속에 본격적인 시험대를 마주한다.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은 최근 몇 년간 V리그 여자부 판도를 지배해 온 강팀이다. 2020~2021시즌 최하위(6위)를 딛고 강성형 감독 부임과 함께 가파른 반등에 나섰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한 리그 중단, 포스트시즌 미개최 불운들이 팀을 막아세웠지만, 이에 굴하지 않았다. 그리고 기어코 지난 2023~2024시즌에 13년 만의 통합우승과 ‘V3’를 일궈냈다.

 

김연경이 버티던 흥국생명과 견주어도 손색없던 강력한 스쿼드가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국가대표 세터 김다인, 리베로 김연견을 필두로 날개에 모마 바소코라는 검증된 외인 거포가 자리했다. 베테랑 황연주를 비롯해 정지윤, 고예림 그리고 효자 아시아쿼터 위파위 시통 등이 날개에서 힘을 보탰다. 양효진과 이다현이라는 신구 거물 미들블로커들이 포진한 중앙은 현대건설의 상징과도 같았다.

 

현대건설에서 뛰었던 이다현(왼쪽)과 모마 바소코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KOVO 제공

 

그랬던 스쿼드가 대격변을 맞이했다. 다가올 2025~2026시즌을 앞두고 열린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고예림(페퍼저축은행), 이다현(흥국생명)을 놓쳤다. 이 공백을 채우기 위해 이예림이 고예림 보상 선수로 합류했으며, 이다현의 자리에는 IBK기업은행과의 트레이드로 품은 김희진이라는 이름이 새겨졌다. 여기에 지난 시즌 십자인대 부상으로 이탈한 위파위와 작별하면서 아시아쿼터도 자스티스 야구치(일본)로 바뀌었고, 핵심인 외인 자리에도 모마 대신 카리 가이스버거(미국)라는 뉴 페이스가 영입됐다.

 

말 그대로 모든 게 새로워진 현대건설이다. 9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현대건설 체육관에서 만난 강성형 감독의 표정에 설렘과 기대가 섞여있던 배경이다. “외인, 아시아쿼터도 다 바뀌고 국내 선수 이동도 많았다. 햇수로 5년째 이 팀을 맡고 있는데 이번이 가장 변화가 많다”고 웃은 강 감독은 “걱정도 되고 우려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또 기대가 된다. 또 다른 색깔이라고 해야할까. 기존에 해오던 현대건설의 배구와는 달라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올 시즌 현대건설에 새롭게 합류한 김희진(왼쪽부터), 이예림, 지민경이 9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현대건설 체육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배구단 제공

 

무엇보다 핵심은 이다현의 자리를 채울 김희진의 존재다. IBK기업은행의 창단멤버였던 김희진의 전격 이적은 배구판 전체의 뜨거운 이슈이기도 했다. 사령탑은 “(이)다현이가 나가면서 미들블로커 선수층이 줄어들었다. 양효진과 나현수로 가고 강서우가 백업을 맡아야 했다. 조금 걱정이 됐는데 이렇게 (김)희진이를 영입하게 됐다”며 “전성기를 지난 나이라 걱정도 있지만, 본인이 각오와 의지를 가지고 있더라. 경험도 풍부하고 워낙 잘했던 선수다. 시즌까지 남은 기간 잘 몸을 만들면 중앙에서 노련하게 플레이해주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주요 공격수들의 변화도 팀 스타일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강 감독은 “이전 모마 같은 경우는 높은 점프로 타점 높게, 힘있게 때리는 스타일이었다면 이번에 영입한 카이는 높은 볼 보다는 빠른 볼에 강점이 있다. 스피드가 있는 선수”라며 “마찬가지로 스피드를 가지고 플레이하는 세터인 (김)다인이랑 잘 맞지 않을까 싶다. 다인이가 그동안의 스타일에 맞추면서 오류가 많이 생겼던 부분도 있다.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원래 강점이던 중앙만이 아니고 다양성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인=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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