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원의 쇼비즈워치] ‘컴백 화제성’ 잠식한 대선

재계약과 함께 기존 (여자)아이들에서 팀명을 바꾼 걸그룹 아이들의 신보, 미니8집 ‘We Are’ 행보가 눈길을 끈다. 일단 피지컬음반 판매 측면에선 이번에도 신화를 이어갔다. 지난달 25일 마감된 초동집계에서 106만3500여장을 기록, 미니6~7집과 정규2집에 이어 4연속 밀리언셀러를 지켰다. 비슷한 시기 밀리언셀러 대열에 올랐던 여타 최상위권 걸그룹들도 하나둘 판매량 이 떨어져가는 와중에 눈에 띄는 선방이다. 거기다 위 3개 음반이 12~13종으로 발매된 데 반 해 ‘We Are’는 5종으로만 발매했단 점에서 팬덤의 남다른 굳건함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음원 차원에선 상황이 뒤바뀐다. 타이틀곡 ‘Good Thing’은 역대 아이들 타이틀 곡 중 최저 수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9일 발매와 함께 멜론 일간차트 99위로 진입 한 뒤 내려가 100위권 안으로도 다시 못 들어오는 상황. 그렇게 아이들 역대 타이틀곡 사상 최초로 멜론 주간차트와 월간차트에 모두 진입 못하는 이변을 낳고 있다. 단순 인기 그룹도 아니라, 지난해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로 멜론 연간차트 2위, 2023년 ‘퀸카’로 7위, 2002년 ‘톰보이’로 2위를 차지했던 대표적 음원강자 걸그룹 신보 결과라곤 믿기 힘든 수준.

 

 그런데 이와 유사한 상황은, 아이들처럼 극적이진 않지만, 지난달 12일 발매한 또 다른 걸그룹 트리플에스의 완전체 정규2집 ‘Assemble25’에서 먼저 선보여졌다. 완전체가 됐을 때 미디어 주목도가 특히 높아지는 트리플에스 신보는 지난달 18일 마감된 초동집계에서 51만6600여 장을 기록, 역대 11번째 ‘초동 50만 장 이상 걸그룹’ 자리에 올랐다. 그 11팀 중 이른바 ‘4대 기획사’ 출신이 아닌 팀은 아이들과 아이브, 그리고 트리플에스까지 단 3팀뿐이란 점에서 특히 의미가 깊다. 그런 트리플에스에서도 똑같이 디지털음원 부진 이슈가 떠올랐었다.

 타이틀곡 ‘깨어’의 멜론 일간차트 최고순위는 211위. 주간과 월간차트엔 당연히 들어본 적 없고, 톱100 차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같은 완전체 정규앨범 ‘Assemble24’ 타이틀곡 ‘Girls Never Die’가 멜론 일간차트 38위, 주간과 월간차트에서도 각각 42위, 47위까지 오르는, 향 후 신보에선 10위권 진입 가능성이 엿보이는 성적을 거뒀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참고로 ‘Assemble24’ 피지컬음반 초동은 15만2300여장 수준이었다. 완전체 초동은 3배 이상 올랐는 데 그 타이틀곡은 100위권도 아니라 200위권에도 못 들어왔다는 것.

 

 이렇게만 보면 근래 일어나는 대중음악 씬의 ‘팬덤화 현상’ 일부로 보이긴 한다. 특히 현 시점 가장 극단적인 팬덤형 콘셉트의 트리플에스가 겪고 있는 현상이어서 더더욱 그렇다. 음원차트는 인지도 있는 팀이든 아니든 스낵뮤직 개념 하에 한 데 뭉개져 뭐든 귀에 꽂히기만 하면 계속 체인식으로 교체되는 통에 원-히트-원더들도 점차 늘어가는 추세지만, 아이돌을 위시로 한 소위 ‘블록버스터 팀’들은 온전히 팬덤형으로 이동, 이젠 ‘대중성의 걸그룹’마저도, 그중 ‘음원강자 팀’마저도 대중시장 상징 음원차트와는 점차 거리가 멀어지고 있단 해석. 아직은 좀 무리한 감이 있긴 하지만, 전체 흐름이 그리로 향하고 있단 점만큼은 과장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예가 추가된다. 10여 년째 국내 음원시장 최고 강자를 지키고 있는 아이유가 지난달 27일 내놓은 리메이크3집 ‘꽃갈피 셋’ 상황이다. 단적으로, 타이틀인 ‘Never Ending Story’는 현재까지도 멜론 일간차트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은 여타 아티스트라면 무심코 지나쳐버릴 일이지만 아이유에 있어서만큼은 특이한 얘기가 맞다. 아이유 신보 타이틀곡이 발매 일주일 내 일간 1위를 차지하지 못한 예를 꼽아보려면 10여 년 전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리메이크 음반이어도 마찬가지. 2014년 ‘꽃갈피’의 ‘나의 옛날이야기’, 2017년 ‘꽃갈피 둘’의 ‘가을 아침’ 등도 모두 일간 1위는 무난히 달성했고, 연간차 트에서 어디까지 오르느냐가 관건이었던 정도다.

 

 아이유는 국내 대중음악시장의 팬덤화 경향과는 애초 무관한 아티스트다. 아니 그 정도를 넘어 국내 대중시장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아티스트라 볼 만하다. 이런 아티스트까지 포함해 걸그룹 중 대중시장 반향이 가장 안정적이었던 아이들, 막 대중시장 라이징으로 주목받던 트리 플에스까지 한꺼번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느냐는 것.

 

 사실 거창한 흐름을 생각할 필요까진 없는 일이다. 따지고 보면 생각보다 단순하다. 아티스트들에 있어 대중시장 진입의 꽃이라 볼 수 있는 ‘컴백 화제성’을 그보다 큰 이슈가 모조리 빨 아들여 버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6월3일 치러진 제21대 대통령 선거 얘기다. 보통 대선 한 달 여 전, 특히 보름 전후부턴 모든 대중문화 이슈가 대선 관련 이슈들에 빨려들어가는 흐름을 보인다. 어떤 이벤트가 벌어져도 큰 화제가 되지 못한다. 대중의 관심이 그리로까지 퍼지지 않는 탓도 있지만, 미디어 자체가 정치권 이슈로 쏠리는 경향을 보인단 점이 더 치명적이다.

 

 지난 2022년 3월9일 제20대 대선 땐 그 직격 범위 2월에 주로 트레져 등 대중시장과는 큰 관계없는 남자아이돌 컴백이 많아 크게 눈에 안 띄었지만, ‘4대 기획사’ 걸그룹 엔믹스 데뷔 싱글이 당시 대선 전 보름 안으로 들어오는 통에 대대적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역대 걸그룹 데뷔 초동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그 화제성이 대선에 가로막혀 대중시장까지 도달 하지 못해 타이틀곡 ‘O.O’ 음원 성적은 멜론 일간차트 90위가 최고순위였다. 이렇듯 데뷔 론 칭이 ‘꼬이는’ 바람에 대중시장 차원에서 엔믹스는 이후로도 한동안 고충을 겪었다.

 

 그렇게 놓고 보면 현재 아이유 상황도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아이유의 일간 1위를 가로막은 건 지난 3월6일 일찌감치 발매, 대선 정국에 별 타격 없이 타 아티스트들 커버 등에 힘입어 차근히 역주행을 밟아온 십센치의 ‘너에게 닿기를’이었다. 컴백 아티스트들 신곡이 화제성을 모으지 못하는 상황에선 그 직전까지 차트 흐름이 그대로 유지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은 어떨까. 대선은 끝났지만 대통령 취임 초기 화제성이 지속되는 지금은 과연 아티 스트 컴백 화제성이 되살아날 수 있을까. 당장 ‘대중성의 걸그룹’ 중 9일 컴백 팀만 해도 QWER, 있지, 키스오브라이프, 이즈나 등이 늘어서 있다. 직격 ‘대선 리스크’는 벗어난 이 4팀 컴백이 과연 디지털음원 시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가 6월 국내 대중음악시장의 주요 관 전 포인트라 하겠다. ‘대선 리스크’에 대한 대중문화시장 전체의 케이스스터디는 물론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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