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갖춘 외인 투수 2인 체제, 완연한 상승세가 찾아온다.
프로야구 키움의 시즌 출발은 획기적이었다. 외국인선수 3인 중 2자리를 타자로 채웠다. 지난 시즌 팀 타율 꼴찌(0.264)였던 약점을 메워보겠다는 확실한 명분 아래 야시엘 푸이그, 루벤 카디네스 듀오를 내세워 빈약한 방망이 해결에 팔을 걷어붙였다.
KBO리그가 팀당 3명의 외인 선수를 허용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2명의 외인 타자로 시즌 출발을 맞은 사례는 올해 키움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홍원기 키움 감독의 승부수는 무위로 돌아갔다. 3년 만에 돌아온 푸이그가 어깨 부상 속에 타율 0.212(172타수 33안타) 6홈런 20타점 등을 남기고 작별했다. 팀 성적도 곤두박질치던 중이었다. 5월 승률만 0.144(4승1무22패)라는 충격적인 숫자를 남겼다. 시즌 승률도 한때 2할대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KBO리그 역대 다섯 번째 시즌 승률 3할 미만 팀이라는 불명예를 걱정해야 했다.

결국 키움은 2020시즌 투수 골든글러브에 빛나는 우완 라울 알칸타라를 영입하며 케니 로젠버그와 함께 재차 외인 투수 2인 체제로 회귀했다.
실패를 인정한 결과는 달콤했다. 돌아온 알칸타라가 곧장 에이스로 발돋움한 것. 복귀전이었던 지난 1일 고척 두산전에서 6이닝 무실점,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로 출발했다. 이어 7일 고척 LG전에서는 8이닝 1실점 쾌투로 도미넌트 스타트(선발 8이닝 1자책점 이하)를 써내며 포효했다. 과거 LG 상대 12경기 2승8패, 평균자책점 5.45로 밀렸던 상성까지 극복했다.
홍원기 감독의 얼굴에도 미소가 서린다. 사령탑은 “8이닝 소화까지는 생각도 못 했는데, 수비의 도움까지 받으면서 긴 이닝을 잘 소화해줬다”고 흡족함을 드러냈다.
이어 “과거 LG 상대 기록이 좋지 않다는 점에 대해 언론에서도 걱정이 많았는데, 소속 팀 그리고 본인의 투구 플랜도 많이 바뀌면서 잘 상대해줬다. 역시 KBO리그를 경험했던 투수라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다”며 “기술·멘털 모두 크게 염려하는 부분은 없다. 체력적으로 관리만 잘해주면 계속 좋은 투구를 보여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더했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미련은 접어둔다. 홍 감독은 “진작 (투수 2인으로) 했어야 한다는 말보다는, 당시 선택은 지난해 우리 타격 지표가 워낙 떨어졌기 때문에 시도한 도전이었다. 성공 여부를 떠나 도전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외인 원투펀치를 갖추긴 했지만, 당분간은 알칸타라가 홀로 로테이션 중심을 잡기는 해야 한다. 로젠버그가 지난 6일 LG전 등판서 왼쪽 고관절 통증을 호소한 끝에 8일 엔트리에서 제외됐기 때문. 홍 감독은 “병원 검진 예정은 따로 없다. 약물 치료로 일단 통증을 잡는다. 한 턴 정도 쉬어주려고 한다”며 “그래도 늦게나마 강한 투수들이 긴 이닝을 잡아주는 상황이 왔다. 초반 실점을 제어함으로써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려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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