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멤버의 군백기로 이승협, 유회승 2인 체제로 활동해 온 엔플라잉의 완전체로 컴백했다. 신드롬급 인기의 ‘선재 업고 튀어’, 가요계에 불어온 밴드붐, 무엇보다 10년간 고수해온 엔플라잉표 음악의 시너지로 활짝 연 새로운 전성기다.
각종 공연 및 페스티벌과 대학 축제 등 수많은 무대에서 경험을 쌓아온 엔플라잉은 ‘옥탑방’ 역주행에 이어 지난해 발매한 ‘네가 내 마음에 자리 잡았다’의 인기 롱런에 힘입어 정주행 밴드로 거듭났다. 그리고 지난 5월,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정규2집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28일 발매한 앨범명 ‘에버래스팅(Everlasting)’과 동명의 타이틀곡 ‘만년설(Everlasting)’은 영원히 변치 않는 마음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엔플라잉의 진심이자 엔피아(팬덤명)에게 전하는 약속이다. 막내 서동성은 4일 “형들이 만든 곡으로 10주년에 컴백하게 됐다. 군 복무를 시작할 때 했던 약속을 지켜줘서 자랑스럽고 감격스럽다. 앞으로 함께할 일들만 남아 기대가 많이 된다”고 벅찬 컴백 소감을 전했다.


◆약속 지킨 두 멤버…‘만년설’에 담은 진심
미리 군 복무를 마친 이승협, 유회승 두 멤버는 입대를 앞둔 세 멤버에게 ‘돌아오면 더 큰 무대에 설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팬들에게도 세 멤버의 빈자리를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유회승은 “입대를 앞두고 심란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멤버들을 걱정해서 한 말이었지만, 자신 있게 뱉고 나니 지키고 싶어졌다”고 돌이켰다.
타이틀곡 ‘만년설’은 브릿팝을 연상시키는 인트로의 어쿠스틱 피아노와 마칭 드럼, 기타 솔로가 돋보이는 곡이다. 항상 네 마음에 변함없는 나로 살고 싶다는 마음을 노래한다. 보컬 이승협과 유회승이 각각 목소리로 쌓아 나가는 감정선과 밴드 사운드가 강한 여운을 남긴다. 이승협은 “유독 많이 나온 가사가 ‘영원’, ‘순간’이었다. 이 감정을 담아 감동을 주고 싶었고, 전작 ‘블루문’에서 이 순간을 멈춰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다는 내용이 이어진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소개했다.
2021년 정규1집 ‘맨 온 더 문(Man on the Moon)’ 이후 4년 여 만에 발매하는 정규앨범이다. 그만큼 신중하고 또 신중했다. 타이틀곡을 정하기까지 후보군도 많았다. 그러다 만난 곡이 ‘만년설’이다. 계절감과 밴드의 감성을 살린 수록곡 ‘뫼비우스’를 지지하는 멤버들도 있었지만, 타이틀곡은 바뀌지 않았다. 이승협은 “10주년에 내는 정규2집인 만큼 메시지에 신중하길 바랐다. ‘뫼비우스’는 싱글로도 나올 수 있는 곡 같았다. 많은 분이 들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밴드라면 모든 의미를 내포할 수 있는 곡을 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리더 이승협이 전곡의 작사·작곡을 주도한 앨범이다. 두 곡을 제외한 신곡 열 곡 모두 자작곡으로 채우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역량을 확고하게 다졌다. 유회승 역시 ‘뫼비우스’ 작곡과 ‘LOG’ 작사에 참여해 힘을 보탰다.

팀에서는 곡을 쓰는 리더지만 안방극장에선 중저음 목소리가 빛나는 배우다. 이승협은 2024년 신드롬을 몰고 온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백인혁, 그리고 방영 중인 드라마 ‘사계의 봄’에서는 서태양 역을 맡아 가슴 아픈 짝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작업실 대신 드라마 촬영 현장의 대기실에서 틈틈이 곡 작업을 했다. 체력적인 부침이 있을 법도 했지만 이승협은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멤버들이 기대해주고 내게 기대주는 게 힘이 된다. 더 잘해서 멤버들에게 좋은 리더가 되고 싶다. 놓치고 싶지 않다”고 열의를 불태웠다.

하나둘 모인 멤버들은 앨범 작업에 돌입했다. “라이브를 한다고 생각하고 (악기를) 녹음해 달라”는 이승협의 주문에 각자의 의견을 받아 더 탄탄한 구성이 갖춰졌다. 차훈은 “앨범을 작업하거나 라이브 공연을 할 때 어울리는 장비를 블렌딩 해서 연주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이번 앨범엔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라이브 톤의 장비를 사용했다”며 “군악대에서 복무해 재즈나 다른 장르의 곡도 많이 접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왔던 것 같다”고 했다.
◆엔플라잉 붐은 왔다…올림픽홀 입성에 눈물
서로의 빈틈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했고, 좋은 결과가 따라왔다. 지난달 열린 라이브 월드 투어 ‘엔콘4 : 풀 써클(&CON4 : FULL CIRCLE)’도 그중 하나였다. 다섯 멤버가 모인 10주년, 첫 올림픽홀 입성에 감격을 맛봤다. 공연 날 눈물을 보였던 김재현은 “객석을 바라보면서 별빛이 떠 있는 우주 같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이번엔 더 커진 은하계 같았다. 숨이 멎을 듯이 행복한 감정을 느꼈다”고 소회했다.

지난달 서울 공연, 오는 7월 부산 공연을 시작으로 내년 1월까지 전 세계 28개 도시에서 라이브 월드 투어 ‘엔톤4 : 풀 써클’을 전개한다. 데뷔 이래 최대 규모로 개최되는 공연에 멤버들의 기대감도 크다. 서동성은 “도시마다 세트리스트에 변화를 줄 예정이다. 열심히 준비했으니 좋아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과 걱정, 기대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든다”면서 “소통을 위해 영어, 중국어 등도 공부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최근 수년 간 가요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밴드붐’이다. 10년간 활동한 밴드로서 엔플라잉이 체감하는 밴드의 인기도 궁금했다. 유회승은 “밴드 음악을 많이 들어주시는 것 같다. 페스티벌이 많아졌다는 기분도 든다”면서 “팬들과 즐길 수 있는 무대가 많아지다 보니 정말 밴드를 많이 찾아주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선후배 밴드와 함께 이 시대의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게 자랑스럽고 행복하다”고 답했다. 뜨겁고 에너지 넘치는 페스티벌이 주류였다면, 요즘은 다양한 장르의 축제들이 열린다. 이와 관련해서는 “각자의 음악이 가진 느낌을 살릴 수 있는 공연이 많아졌다. 따듯한 햇빛을 맞으며 살랑살랑 즐기는 야외 페스티벌이 있지만 뜨겁게 외치는 록 페스티벌도 있다. 그 즐거움을 알게 됐다”고 부연했다.
돌아보면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10년간 서로 힘을 불어넣으며 지금의 엔플라잉을 만들었다. 4일 한터차트에 따르면 새 앨범은 초동(발매 후 일주일간 판매량) 10만1997장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팀의 자체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팀의 강점을 묻자 이승협은 “엔플라잉으로 걸어온 서사가 우리만의 강점이다. 음악도 좋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알고 한 번 더 들으면 또 다르게 받아들여진다”고 자신했다. 자부할 수 있는 라이브 실력은 멤버들에게 언제나 강한 사명감을 준다. “라이브를 들으면 우리를 처음 보더라도 좋아하게 될 거란 확신이 있다”고 자신한 이승협은 “오랫동안 맞춰온 합이 점차 강화될 거라 믿는다. 기존의 팬들에게 잘하면서 우리를 새롭게 알게 된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 더 좋은 음악으로 함께 나아가고 싶다”고 바랐다.
끝으로 김재현은 “80살까지 활동하고 서로 놓아주자고 말하고 있다”고 웃음 섞인 답변을 내놓으며 “탄탄한 기승전결을 만들고자 한다. 성실하고 꾸준하게, 하지만 도태되지 않게 완벽한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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