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위의 위엄… 셰플러, 메모리얼 토너먼트 거머쥐며 한 달 만에 시즌 3승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가 2일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트로피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뒤늦은 출발,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셰플러는 2일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클럽(파72)에서 마무리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총상금 2000만달러·약 277억원)에서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차근차근 순위를 끌어올린 결과다. 1라운드 2언더파 공동 7위로 출발한 셰플러는 2라운드에서 또 2타를 줄이며 단독 4위로 올라섰다. 3라운드가 분기점이었다.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뽑아 단독 선두로 도약했다.

 

이날 열린 최종 라운드에서 쐐기를 박았다. 벤 그리핀(미국)에 한 타 앞선 채 출발한 셰플러는 전반 7번 홀(파5)에서 첫 버디를 알렸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10번 홀(파4)에서 아쉬운 보기가 터졌지만, 11번 홀(파5)에서 정교한 세컨드 샷으로 버디에 닿아 손해를 메웠다. 이어 15번 홀(파5) 버디로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 그리핀은 2타 차로 셰플러를 압박해봤지만, 17번 홀(파4)에서 터진 더블보기로 고개를 떨궜다.

 

셰플러의 PGA 투어 통산 16번째 올 시즌 3번째 우승은 이렇게 빚어졌다. 지난해에도 이 대회를 가져왔던 셰플러는 기분 좋은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메모리얼 토너먼트는 PGA 투어에서 4대 메이저 대회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다음으로 중요한 대회로 꼽히는 특급 대회다. 이 대회 연속 우승은 타이거 우즈(미국)의 3연패(1999∼2001년) 이후 24년 만에 나왔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가 2일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최종라운드에서 버디를 낚고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남들보다 시즌 출발이 늦었던 셰플러의 가파른 상승세다. 셰플러는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다 유리잔을 깨뜨려 손바닥을 크게 다치면서 재활의 시간을 가졌다. 개막전 더 센트리를 포함해 지난 1월 열린 첫 4개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던 이유다.

 

2월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기지개를 켰고, 3월 텍사스 칠드런스 오픈 준우승으로 서서히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지난달 더CJ컵 바이런 넬슨에서 마수걸이 승리를 신고하며 본격적인 시작을 선포했다. 곧이어 PGA 챔피언십까지 제패하며 통산 3번째 메이저 우승을 추가했다. 이 기세를 이날 메모리얼 토너먼트로 이으면서 한 달 만에 3개의 트로피를 품에 안는 기염을 토했다.

 

우승 상금 400만달러(약 55억원)를 챙긴 셰플러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제치고 상금랭킹 1위(1455만8697달러·약 201억원)로도 올라섰다. 페덱스컵 랭킹에서도 2위 매킬로이를 뒤에 둔 1위를 독주하는 중이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오른쪽)가 2일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확정한 후, 우승경쟁을 펼친 벤 그리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셰플러를 막아세우려 했던 그리핀은 최종 6언더파 282타로 지난주 찰스 슈와브 챌린지 우승을 잇는 2연승이 좌절됐다. 제프 슈트라카(오스트리아)가 5언더파 283타로 3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들은 누구도 톱10에 오르지 못하며 아쉽게 대회를 마쳤다. 안병훈이 2라운드까지 11오버파 155타의 극심한 부진 속에 컷 탈락된 가운데, 임성재가 최종 1오버파 289타로 공동 16위를 찍어 그나마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첫날 1라운드에서 공동 7위로 기분 좋게 출발하기도 했던 김시우는 2라운드(5오버파)에서 추락한 끝에 최종 5오버파 293타, 공동 31위로 대회를 마쳤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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