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인상적인 활동을 보여준 걸밴드 QWER이 6월 초 컴백을 알렸다. 미니2집 ‘Algorithm’ s Blossom’으로부터 9개월여 만의 컴백이다. 한편, 지난 10~11일엔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 세에서 열린 ‘KCON JAPAN 2025’에도 출연, 이틀 연속 무대를 꾸몄다. 여러모로 현 시점 가장 활동이 왕성하고 그만큼 다가올 컴백 성과도 기대되는 팀이다.
많이들 알다시피, QWER은 인터넷 방송과 유튜브, 틱톡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활동을 통해 ‘스몰스타’ 입지에 오른 이들을 모아 만들어진 팀이다. 2023년 이들이 처음 등장하던 때부터 서브컬처와 메인스트림 컬처 씬 경계가 무너져가는 대대적인 흐름의 일부로서 해석돼온 바 있다. 당시는 2022년경부터 시작된 ‘여행 유튜버의 TV 예능인화’ 흐름이 언론미디어에서 한 창 주목받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빠니보틀, 곽튜브, 원지, 노마드션 등이 그렇게 지상파 방송으로 진출했고, 쯔양 등 먹방 유튜버들도 TV 예능프로그램 곳곳을 채워나갔다.
그리고 지금이다. 승승장구하는 QWER 외에도 흐름은 여전하다. 빠니보틀은 11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MBC 예능프로그램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4’에 출연 중이다. 그 외에 아예 여행 유튜버들 중심으로 채워지는 지상파 프로그램도 등장한 상황. 또 새로 추가된 예도 있다. 인터넷 방송인들이 멤버로 속해있단 점에서 QWER과 함께 묶이기도 하는 EDM 퍼포먼스 걸그룹 오손도손도 지난달 24일 데뷔해 활동 중이다. QWER에 쵸단과 마젠타, 히나가 있다면 오손도손 엔 고말숙과 박민정, 그리고 먹방 유튜버 먹갱이 있다.
얼핏 흐름이 시작되고 몇 년째 같은 해석과 관점만 반복되는 것 같지만, 좀 더 미시적으로 상황을 들여다보면 또 다른 속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같은 ‘경계 무너뜨리기’ 흐름에서 막상 위 일련의 인터넷 방송인들과 여행 및 먹방 유튜버들 다음 세대, 즉 그 ‘후발주자’들의 존재감과 역할이 잘 드러나지 않는단 점이다.
위 거론한 이들 중 첫 방송 일자가 가장 늦은 쵸단이 2020년 3월 방송 시작이었고, 대부분 2018~2020년 사이 집중적으로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들이 하나둘 온라인 공간을 벗어나 대중문화시장 메인스트림 씬으로 올라서는 와중에도 그 후발주자 인터넷 방송인들은 딱히 주목받지 못했고, 그런 탓에 이렇다 하게 메인스트림 씬으로 진출하거나 그 도전 기회가 주어지기라도 하는 이들조차 보이질 않는단 것. 왜 그럴까.
이 같은 현상을 경제-정치계에서 종종 거론되는 ‘황금세대론’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황금세대’는 특정 시대의 독특한 환경과 조건이 맞아떨어져 비슷한 시기에 걸출한 기업가들이나 저명한 정치인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오는 현상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저 메인스트림 씬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일련의 인터넷 방송인들 역시 특정 시기의 환경과 조건에 의해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던 탄력을 받아 대중적 아이콘으로 거듭나고, 그렇게 메인스트림 씬 진출도 이뤄질 수 있었단 논리.
그럼 그 특정 환경과 조건이란 뭘까. 단적으로, 2020년 초부터 2023년 중반까지 이어진 코로 나19 팬데믹 상황이라 봐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특히 서브컬처 부문에 있어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탄력의 장을 마련했단 점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외부 활동이 극도로 제 한되면서 대중의 온라인 체류시간과 미디어 소비시간이 엄청난 규모로 폭증, 그간 좀처럼 접근하지 않아 온 각종 서브컬처 상품들까지 대중적으로 왕성하게 소비되는 흐름을 낳았다. K팝 과 K드라마의 글로벌 약진도 이 시기 그렇게 이뤄졌다.
그리고 그 흐름 하에서 각종 인터넷 방송과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도 메인스트림 규모에 근접할 만큼 성장해갔다. 소위 ‘웬만하면 아는 이름’들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를 반대로 놓고 보면, 팬데믹 종료와 함께 이 같은 서브컬처 부문을 대중적으로 띄워 올릴 환경적 계기도 사라졌다고 보는 게 맞다. 그러니 딱 팬데믹 시기 ‘스몰스타’ 위치에 오른 저 ‘황금세대’ 서브브컬처 크리에이터들까지만 메인스트림 씬에 도전할 만한 인지도와 대중성을 갖추게 되고, 이후 무대에 오른 후발주자들은 ‘도로 서브컬처 씬’에 머물게 될지 모른단 논리다.
이 같은 현상은 당연히 한국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가까운 일본선 만화시장이 그렇게 팬데믹 특수를 입은 ‘황금세대’ 만화들과 이후 만화들로 나뉘는 실정이다. 올해 초 오리콘에서 발표한 2024년 만화책 연간 판매량 순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량 1위를 기록한 만화는 ‘주술회전’이며 한 해 동안 716만 부를 판매했다. 이어 2위 ‘원피스’(528만 부), 3위 ‘장송의 프리렌’(496만 부), 4위 ‘약사의 혼잣말’(470만 부), 5위 ‘블루 록’(388만 부) 등이다.
이에 일본 만화 팬들은 실망스럽단 반응이다. 팬데믹이 시작되던 2020년 판매량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너무 심하단 것. 1위 ‘귀멸의 칼날’(8235만 부), 2위 ‘킹덤’(825만 부), 3위 ‘원피스’(771만 부), 4위 ‘하이큐!’(721만 부), 5위 ‘주술회전’(670만 부). ‘주술회전’과 ‘귀멸의 칼날’ 이 각각 3000만 부씩 팔려나간 2021년, ‘주술회전’ ‘도쿄 리벤져스’ ‘스파이 패밀리’ ‘원피스’ 등이 모두 1000만 부 이상씩 팔린 2022년도 마찬가지다. 이렇다 보니 결국 일본만화와 그에 기반한 애니메이션은 저 팬데믹 와중에 막대한 대중성을 얻어낸 ‘황금세대’ 콘텐츠만 이후로도 알려지고 그 뒤 후발주자들은 도로 서브컬처의 한계에 부딪히리란 예상들을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국내 후발 인터넷 방송 크레에이터들 등 서브컬쳐 인력들 역시, 일본 만화시장 예처럼, 팬데믹 이전의 ‘본래 상태’로 되돌아오게 될 가능성도 어느 정도 점쳐질 수밖에 없다. 그럼 그렇게 한동안 ‘대세’처럼 여겨지던 메인스트림과 서브컬처 씬의 ‘경계 무너뜨리기’도 사 실상 종료되고 도로 둘 사이 벽이 쌓아 올려지고 마는 걸까. 확답을 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꾸준하고 치열한 관찰이 요구되는 흥미로운 지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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