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실 소파에서 쪽잠을 자며 영상을 분석했던 간절함. 다크호스 정도라는 주변의 차가운 시선도 이겨낸 뚝심. 벼랑 끝에 몰리는 위기 속에서도 선수들의 마음을 다잡은 리더십. 조상현 LG 감독은 그렇게 팀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다.
프로농구 LG가 창단 28년 만에 마침내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올랐다. 부임 3년 차 조 감독의 눈물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조 감독은 선수(2000년 SK)와 코치(2016년 오리온스)를 넘어 수장으로도 정상에 오르는 이정표를 세웠다. 선수, 코치, 감독으로 모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은 김승기 전 소노 감독, 전희철 SK 감독에 이어 한국농구연맹(KBL) 역대 세 번째다.
겉으로 보기엔 탄탄대로였다. LG는 조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 만년 하위 팀이었다. 2022년 전까지 9위, 10위, 7위 등 연거푸 하위권에 머물렀다. 조 감독이 지휘봉을 잡자마자 180도 달라진 팀이 됐다. 2022∼2023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3시즌 연속 정규리그 2위에 올랐다.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다. 조 감독은 팀 체질 개선을 위해 밤낮으로 고민했다. LG 관계자는 “경기 영상을 분석하시다가 감독실 소파에서 쪽잠을 자는 경우도 있다”며 “가장 먼저 출근해서, 가장 늦게 퇴근하신다. 감독실에서 살다시피 한다”고 전했다. 워커 홀릭이라고 불렸다. 구단 관계자들은 조 감독의 건강을 걱정할 정도였다.
이러한 노력 끝에 LG에 ‘달리는 농구’를 이식했다. 다시 말해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는 농구, 나아가 강한 수비를 바탕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농구가 LG의 색깔이 됐다. 세 시즌 연속 승률 6할 이상 기록 및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게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이 기간 최강의 방패를 자랑했다. 조 감독과 함께한 뒤로 LG가 리그 평균 최소 실점(76.6-76.9-73.6) 타이틀을 놓친 적은 단 한 번도 없을 정도다.
약체에서 강팀으로 도약한 LG의 한 가지 숙제, 바로 챔프전 우승이다. LG 역시 2년 전 조 감독에게 계약 연장을 선물하며 힘을 실어줬다. 조 감독 역시 우승에 목말랐다. 그럴수록 팀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고민했다.


팀을 이끌어 갈 재목인 유기상, 양준석에게 책임감을 부여하며 중심 축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아셈 마레이와 칼 타마요 등 외인과의 ‘밀고 당기기’로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유도했다. 여기에 노장 허일영을 품었고, 한때 농구를 그만뒀던 정인덕 등 간절함을 품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며 함께 땀과 눈물을 흘렸다.
이러한 조 감독의 노력은 결정적인 순간 ‘힘’으로 다가왔다. 체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마주한 챔프전 3연패, 분위기는 완전히 상대 SK로 넘어갔다. 모두가 역스윕(역싹쓸이)의 새 역사가 탄생할 것이라며 SK 편에 섰다. 그러나 조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선수들을 향해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며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결국 선수와 코칭스태프 그리고 손종오 LG 단장을 포함한 구단 직원들과 모두 부둥켜 안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조 감독은 “전희철 감독님처럼 선수, 코치, 감독으로 모두 우승하고 싶었다”며 “그런데 돌이켜보니 내가 하는 게 아니었다. 하늘이 정해주시고, 선수들이 만들어 주는 것이더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내가 너무 찡찡대고 손도 많이 가고 부족한 부분도 많다”며 “프런트, 코치들, 스태프들이 다 도와줘서 여기까지 왔다”고 감사를 표했다.
우승이 끝이 아니다. 벌써 새로운 도전을 꿈꾼다. 조 감독은 “이번 봄 농구를 마친 뒤 우리가 얼마나 성장할지 궁금하다”고 힘줘 말한 바 있다. 마침내 지도자로서 한 단계 위로 도약한 ‘조상현표 LG 농구’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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