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마흔인데, 많이 혼났죠…아직 경쟁력 있습니다"

LG 허일영이 2024~2025 KCC 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허일영이 우승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매번 조연이었는데··· 상 처음 받아 보네요.”

 

 ‘노인즈’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던 마흔의 선수. 더는 설 자리가 없다는 사실에 절망해야 했던 슈터. 포기하지 않았다. 숨이 턱밑까지 차 올라도 달렸다. 이러한 노력은 프로농구 최고령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돌아왔다. 이 스토리의 주인공은 베테랑 허일영(LG)이다.

 

 마흔에 처음으로 상을 받으면서 자신이 결코 조연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허일영은 지난 17일 소속팀 LG가 SK 꺾고 챔프전 정상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에 기자단 투표서 32표를 받아 팀 동료 칼 타마요(23표)와 아셈 마레이(22표)를 제치고 최고령 MVP가 됐다. 그는 “제 농구 인생에서 정말 잊을 수 없는 순간”이라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유독 상과 인연이 없었다.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오리온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2015~2016시즌 오리온의 우승을 이끌었고, 2021년부터는 SK에서 뛰며 2021~2022시즌 우승에 이바지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허일영이 안은 상은 없었다. 그는 “MVP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매번 조연이었는데 상 처음 받아 본다. 신인상(2010년 스포츠토토 한국농구대상) 때도 (박성진과) 공동 수상해 상금을 반반 나눴던 기억이 난다. 3점슛 1위에 오른 시즌엔 해당 상이 사라졌다”며 “이번에도 상 욕심보단 이기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 마음이 우승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LG 허일영이 2024~2025 KCC 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허일영이 우승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한국농구연맹(KBL)에 새역사도 새겼다. 허일영은 올 시즌 우승으로 프로 출범 이후 첫 3개 팀 소속 우승(2015~2016시즌 오리온, 2021~2022시즌 SK)이라는 진기록을 달성했다. 허일영은 “가장 기억에 남는 우승을 꼽는다면 당연히 지금이다. 내 농구 인생에서 정말 잊을 수 없는 순간”이라고 미소 지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SK에서 LG로 이적했다. SK에서 선수 인생의 마침표를 찍을 계획이었지만,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허일영은 “SK에 있으면서 ‘노인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선수들 전부 팀을 떠났다. 나 역시 SK를 떠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얘기를 들어서 심란했다”면서도 “비즈니스인 것을 아니까 아쉬워할 필요 없이 증명해 보이고자 했다”고 전했다.

 

 LG 이적 후에도 마음고생은 계속됐다. 출전 시간이 부쩍 줄었다. 수비 부담도 컸다. 허일영은 “‘이럴 거면 왜 데리고 왔나’ 싶을 정도였다”면서 “40살인데 수비 때문에 욕을 많이 먹었다. 직접 감독님을 찾아가기도 했다. 감독님도 한 고집하시지 않느냐. 바뀌지 않으시더라. 그래서 더 열심히 쫓아다녔다”고 웃었다.

LG 허일영이 2024~2025 KCC 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허일영이 우승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허일영은 마침표를 찍을 생각이 없다. 그는 “감독님은 걱정이 너무 많으시다. 하나하나 다 지적하시는데, 솔직히 좀 피곤한 스타일”이라면서도 “내년에 (양)홍석이도 돌아오고, 내가 설 자리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 1∼2년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과 잘 얘기해봐야겠다”고 미소 지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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