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양을 축하하는 선물이에요. 하루라도 일찍 새로운 보금자리에 적응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죠.”
14일 경기 남양주시의 동물자유연대 유기견보호소 ‘온독’으로 펫푸드 기업 네츄럴코어의 임직원이 모였다. 이곳에서 지내는 보호견들을 위해 물품을 기부하고 봉사활동으로 온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여러 물품 사이로 빨간색 상자들이 눈에 띄었다. 박진영 네츄럴코어 마케팅팀장은 “이곳 보호견들이 입양이 되어 떠날 때 전달되는 입양키트”라고 설명했다.
온독은 2013년 문을 연, 최대 250마리가 지낼 수 있는 국내 최초의 동물복지형 보호소다. 불법번식장과 도살장에서 구조한 개, 애니멀호더 등에게 방치되고 학대 받은 개, 떠돌이 개 등을 최신식 시설에서 보살핀다. 사회화 교육과 따스한 보살핌으로 마음의 병도 치유한다. 삶의 질까지도 신경 쓰는 세심한 케어 덕분에 입양률이 매우 높다. 윤정임 온센터장은 “1년 평균 300마리가 구조되는데 그중 200~250마리가 입양된다”고 말했다.

네츄럴코어는 10년 전부터 보호소에서 입양된 동물을 위한 물품을 기부했다. 지난해부터는 예쁜 상자에 담아 선물의 의미를 더했다. 이 입양키트는 사료 샘플 3개, 간식 10~12종, 식기, 장난감, 용변패드, 사료 쿠폰 등 네츄럴코어의 상품 위주로 구성됐다.
박 팀장은 “사료 쿠폰은 샘플 3종 중 가장 잘 먹는 제품을 1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쿠폰”이라며 “처음 입양을 하면 보호자도 막막할 수밖에 없다. 강아지의 입맛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고, 처음이라 미처 준비하지 못했을 수 있는 필수품을 챙긴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100원 쿠폰으로 살 수 있는 사료까지 총 10만원 상당의 선물이다.

이날 네츄럴코어는 강아지용 입양키트 30개와 고양이용 입양키드 15개를 기부했다. 이것 말고도 사료 750kg에 더해 파트너사 펀엔씨가 기부한 펫푸드와 용품을 전달했다. 이번 기부 외에도 네츄럴코어는 매월 정기적으로 입양키트 30개와 사료 100kg을 온독에 전하고 있다.
물품 기부 뒤 약 2시간 동안 봉사활동도 했다. 네츄럴코어 임직원 10명과 펀엔씨 임직원 10명이 보호견 목욕 봉사, 견사 청소, 보호견과 산책 봉사에 나섰다. 최고 기온 27도, 봄날치고는 약간 더운 날씨 속에 구슬땀을 흘리며 교감했다. 특히 산책 봉사는 인당 3마리 이상과 함께했다. 사지마비 강아지 ‘탱미’도 개모차를 타고 바람을 쐬었다.


윤 센터장은 “보호견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밥 먹는 시간이지만 가장 행복한 시간은 산책”이라며 “이곳에만 250마리가 지내는데 하루 최대 인력은 13~14명이다보니 이곳 강아지들은 항상 산책에 목마르다. 특히 평일에는 일손이 많이 모자란데 네츄럴코어와 펀엔씨에서 강아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온독 관계자는 “이곳 강아지들은 대부분 사람 때문에 상처를 입은 경험이 있다. 트라우마를 품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봉사활동 참가자 등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교감하는 것만으로도 사회화에 큰 도움이 된다. 사회화는 곧 입양 가능성의 증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날 네츄럴코어는 입양키트 만큼이나 중요한, 무형의 선물을 보호견들에게 안겨준 셈이다.


목욕 봉사로 온기를 나눈 최이나 팀장과 김수연 팀장은 “대형견 ‘페이’가 너무 얌전하게 있어서 목욕을 수월하게 했다. 사실 보호소의 강아지는 거칠고 말썽꾸러기가 아닐까 하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너무 얌전하고 귀여웠다. 봉사활동을 한다고 왔는데 오히려 우리가 힐링을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윤종수 팀장도 “사정상 반려견과 함께하지 못하는데 이번 봉사활동으로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며 “이곳 보호견들이 건강하게 지내면서 좋은 곳으로 입양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병훈 펀엔씨 사원도 “사람들에게 상처 받은 강아지들인데도 살갑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니 애틋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먼저 다가가 마음을 연다는 게 참 중요하다는 걸 실감했다”고 밝혔다.

◆ 동물자유연대 ‘온센터’는
2000년 출범한 동물권 및 동물복지 비영리단체 동물자유연대는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의 한 주택을 보호소로 활용했다. 구조동물에게도 삶의 질이 중요하다는 모토 아래 2009년부터 복지형 보호소 건립을 준비했다. 영국 등 동물문화 선진국의 보호소를 직접 방문해 벤치마킹을 했다. 연예인 이효리 등 회원들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2013년 강아지 보호소 온독이 탄생했고, 2022년 경기 파주시에 고양이 보호소 온캣이 문을 열었다. 온독와 온캣을 통틀어 칭하는 온센터는 국내 최초로 국가 보조금을 받지 않고 오로지 시민들의 기부금만으로 운영되는 보호소다.
온독은 청결한 견사는 물론, 나이가 많거나 장애가 있는 개를 위한 노견정이 있다. 또한 보호견 복지를 위해 강아지 운동장이 여섯 곳이나 마련됐다. 부속동물병원에서는 구조 동물과 보호견이 즉각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최근 경상권 산불사고로 부상을 입은 동물들도 이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온센터는 동물보호소는 분위기가 어둡고 슬픈 공간이라는 선입견을 깨고자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평화로운 보호소를 찾아 즐겁게 동물들과 시간을 보내는 장소를 지향한다. 그래야 부담 없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러운 입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것이다.
20년차 활동가인 윤정임 온센터장은 “봉사자들의 사랑이 더 많은 강아지들을 행복으로 이끈다. 봉사활동으로 강아지와 인연을 맺었다가 입양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남양주=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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