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단 7번째 신인왕을 향한 담대한 피칭이 계속된다.
프로야구 LG의 좌완 선발 송승기는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키움과의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08구 4피안타 5탈삼진 2사사구로 무실점 피칭을 펼치며 팀의 12-0 대승을 이끌었다.
시즌 4번째로 신고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다. 자신의 선발 데뷔전이었던 3월27일 잠실 한화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수놓은 게 시작이었다. 이후 4월11일 잠실 두산전(6이닝 2실점), 4월23일 잠실 NC전(6이닝 무실점)에 이어 이날까지 깨끗한 무실점 투구로 짜릿함을 맛봤다.
흠 잡을 데 없었다. 1회초 루벤 카디네스에게 볼넷을 하나 내줬지만,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첫 삽을 떴다. 실점 위기는 3회초에 찾아왔다. 2사 후 야시엘 푸이그에게 볼넷, 카디네스에게 안타를 맞아 처음으로 2루를 허용했다. 하지만 4번 타자 최주환을 삼진으로 솎아냈다.

승리요건이 걸린 5회초에도 2사 후 송성문과 푸이그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해 1·2루에 몰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2아웃을 잡아뒀다는 점이 유효하게 작용했다. 이날 타격감이 좋던 카디네스를 파울 플라이로 정리해냈다. 이어진 6회초는 최주환-이형종-김태진을 상대로 삼자범퇴를 이끌어내며 깔끔한 하루의 마침표를 찍었다.
108구를 뿌렸고, 65구를 패스트볼로 택했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볼이 강점인 그는 이날도 최고 구속 149㎞를 마크하며 힘으로 키움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여기에 슬라이더(22구), 체인지업(10구), 커브(8구), 포크(3구)가 곁들여지며 순조롭게 타석을 지워갔다. 완벽한 제구도 일품이었다. 총 71구가 스트라이크로 기록되면서, 만족스러운 스트라이크-볼 비율을 남겼다.
신인왕을 향한 거침없는 질주다. 입단한 지 5년이 되지 않았고, 지난해까지 1군에서 소화한 이닝(9⅓이닝)도 30이닝에 달하지 않아 신인왕 자격을 충족하는 그는 어느새 3승3패, 평균자책점 2.96(45⅔이닝 15자책점)의 빼어난 성적표를 적어낸다. 2025 KBO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에 빛나는 정현우(키움)가 부상으로 이탈해 있는 가운데, 배찬승(삼성)과 함께 보이지 않는 치열한 레이스를 펼치는 중이다.

2021 KBO 신인드래프트 2차 9라운드 전체 87순위로 지명됐던 야탑고 출신 좌완의 신데렐라 스토리다. 프로 입단 후에도 이렇다 할 관심을 받지 못했던 송승기는 2023년 상무(국군체육부대) 입대로 전환점을 맞았다. 구속 증가와 함께 지옥에서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로 거듭난 것.
2023시즌 퓨처스리그에서 16경기(12선발) 5승1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2(70⅓이닝 22자책점)로 날갯짓을 시작했다. 이어 지난 시즌에는 20경기(19선발)를 뛰어 1번의 완봉승 포함 11승4패, 평균자책점 2.41(104⅔이닝 28자책점)로 날아올랐다. 퓨처스리그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121개) 1위를 휩쓸며 3관왕으로 기량이 만개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생애 처음으로 구단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하면서 기대를 듬뿍 받았다. 캠프에서도 변함없이 제 모습을 보여줬고, 염경엽 LG 감독은 그런 송승기를 일찌감치 그를 임찬규-손주영을 잇는 국내 선발 후보로 점찍었다.
지금까지 보여주는 성적표는 그 기대감에 100% 부응하는 결과물이다. 이대로 신인왕에 닿는다면 LG는 김건우(1986년), 이용철(1988년), 김동수(1990년), 류지현(1994년), 이병규(1997년), 정우영(2019년)을 잇는 구단 역대 7번째 슈퍼루키에 이름을 싣게 된다.
잠실=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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