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곡차곡 쌓인 발걸음, 마침내 한국 프로야구 최초 ‘500홈런’에 닿았다.
내야수 최정(SSG)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아갔다. 1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NC와의 ‘2025 신한 쏠뱅크 KBO리그’ 홈경기서 그림 같은 아치를 그렸다. 시즌 5호이자 개인 통산 500번째 홈런이었다. 40년 넘는 리그 역사서 그 누구도 가지 못한 길을 개척하는 순간이었다. 500홈런은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일본프로야구(NPB)에서도 각각 28명, 8명만이 작성한 대기록이다. 팬들의 엄청난 환호 소리를 들으며 최정은 기분 좋게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심지어 순도 높은, 동점포다. 0-2로 쫓아가던 6회 말이었다. 2사 1루 상황서 최정이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선발투수 라일리 톰슨을 마주했다. 3볼-1스트라이크서 슬라이더가 바깥쪽으로 들어왔다. 순간적으로 볼이라고 판단, 1루로 걸어 나가려 했으나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은 스트라이크를 이야기했다. 그렇게 이어진 승부. 최정은 주저 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135㎞짜리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몰린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대로 담장을 넘겼다. 타구 소리는 고요하게 하늘을 갈랐고, 함성 소리는 랜더스필드를 뒤흔들었다.

새 역사를 쓴다. 최정은 2005년 1차 지명으로 SK(SSG 전신)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 때부터 소년장사라 불리며 파워히터로서의 면모를 뽐냈다. 2년차였던 2006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19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냈다. 리그서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낸 타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4월24일 부산 롯데전서 자신의 통산 468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승엽 두산 감독(467홈런)을 넘어 이 부문 1위로 올라섰다. 2024시즌까지 통산 홈런 개수는 495까지 늘어났다. 세 차례 홈런왕에 오른 것은 물론, 역대 3루수 골든글러브 최다 수상 공동 1위(8회)에 빛난다.
악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올해 개막을 앞두고 예상치 못한 부상을 입은 것. 지난 3월17일 KIA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수비 훈련을 하는 과정서 오른쪽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에 통증을 느꼈다. 검진결과 부분 손상 진단(그레이드1)을 받았다. 한 달 넘게 재활에 매달렸다. 지난 2일 잠실 LG전서 모습을 드러냈다. 복귀전서부터 홈런을 신고, 팬들의 열광케 했다. 499홈런(10일 인천 KIA전) 뒤 2경기 연속 침묵했으나 시즌 10번째 경기서 500홈런을 완성했다.

팬들 역시 간절한 맘으로 500홈런을 기다렸다. 역사적인 순간을 현장에서 보기 위해 경기장, 그 가운데서도 최정의 홈런이 가장 많이 향하는 좌측 외야 쪽으로 몰려들었다. 홈런이 터지는 순간 기록 판이 500으로 바뀌고 전광판엔 관련 영상이 흘러나왔다. SSG 역시 통 큰 선물을 준비했다. 최정의 홈런 볼을 구단에 기증하면 1700만원 상당의 혜택을 주기로 한 것. 실제로 최정의 오랜 팬인 조상현(31·인천 학익동) 씨가 홈런 볼을 습득, 행운의 사나이가 됐다.
최정의 홈런은 승리까지 불렀다. 최정의 홈런으로 동점이 된 상황. 7회 초 1점을 더 내줬지만, 약속의 8회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도 최정의 활약이 더해졌다. 선두타자 박성한이 볼넷으로 나간 뒤 최정이 내야안타로 흐름을 이은 것. 이후 한유섬, 최준우, 정준재 등의 적시타가 터지며 4득점 빅이닝을 만들었다. 결국 6-3 승리를 거두며 연승 숫자를 ‘3’으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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