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댈 곳이라 믿었는데, 버팀목이 흔들린다.
프로야구 KT가 주축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장수 외인’ 듀오 멜 로하스 주니어와 윌리엄 쿠에바스가 5월 들어 동시에 흔들린다. 연패 늪에 빠지는 등 상승세 동력이 절실한 팀 입장에선 유독 크게 헤매고 있는 둘이 야속할 따름이다.
로하스는 시즌 초반부터 기복이 뚜렷했다. 개막 후 3월에만 8경기 타율 0.111, OPS(출루율+장타율) 0.509로 최악의 출발을 끊은 바 있다. 다행히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듯했다. 4월 한 달 동안 23경기 타율 0.307, OPS 0.921로 반등에 성공한 것. 이내 쓰라린 추락을 겪고 있다.
12일 기준 5월서 10경기에 출전해 3, 4번 타순을 오가며 타율 0.167, OPS 0.675 성적을 냈다. 이 시기 클린업 역할을 맡아 득점권 9타석서 단 한 번의 안타조차 때리지 못했다. 솔로포로 단 1타점을 올리는 데 그친 게 뼈아프다.


간판타자의 퐁당퐁당 부침에 팀도 덩달아 허우적댄다. KT의 올 시즌 득점(155점)은 리그 9위다. 그보다 적은 팀은 SSG(151점) 한 팀뿐이다. 점수를 좀처럼 내지 못하니 이기는 경기를 만드는 게 매 순간 어렵다.
로하스는 앞서 2024시즌 KT에 합류해 4년 만의 복귀를 일궜다. 기량은 명불허전이었다. 돌아오자마자 외야수 황금장갑을 수확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다만 올해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선수 본인도 알고 있다. 로하스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적응에 어려움이 있다. 상황에 맞춰 변해야 한다”고 자가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ABS가 올 시즌부터 하향조정되면서 낮은 존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마운드 사정도 녹록지 않다. 올해로 7년째 동행을 이어가고 있는 쿠에바스는 올 시즌 9경기 등판, 2승3패 평균자책점 5.23(51⅔이닝 30자책점)을 기록했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47에 육박한다.
‘에이스’ 면모는 온데간데없다. 규정이닝 소화 투수 30명 중 평균자책점과 WHIP 모두 27위다. 구위 저하는 물론, 제구 불안이 동반되고 있다.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와 고영표, 소형준, 오원석 등 리그 최고 선발진을 자랑하고 있는 KT에 있어 쿠에바스의 부진은 생각지 못한 변수다. 지난달 23일 수원 SSG전은 4이닝 10실점 최악투를 남겼다.
직후 등판이었던 4월29일 두산전에서 올 시즌 첫 무실점 역투(6이닝)로 한숨을 돌렸지만, 근심은 계속된다. 5월 두 경기에 나서 평균자책점 6.55(11이닝 8자책점)에 머물렀다.
무더운 여름이 온다. 상위권 경쟁에서 버티려면 구심점이 필요하다. ‘믿을 구석’ 불펜진도 잦은 등판 속에 안정감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 타선에선 로하스가, 마운드에선 쿠에바스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제 자리를 찾아야 팀도 중심을 잡을 수 있다. 둘의 반등이 절실한 까닭이다.
오랜 시간 마법사 군단을 지탱해 온 기둥들이다. 모두가 인정하는 KT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하지만 믿음에도 한계는 있다. KBO리그는 외국인 선수의 활약에 따라 한 팀의 시즌 방향이 좌우된다.
과거의 공헌이 아무리 커도, 지금의 경기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자연스레 흔들릴 수밖에 없다. 로하스와 쿠에바스가 제 몫을 해내는 게 급선무다. 지금 필요한 건 자신들의 존재감을 스스로 입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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