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이 하나의 영화다.
잔나비가 음악이란 언어로 진심을 전했다. 관객을 위해 만든 세밀한 장면들이 차곡차곡 쌓여 한편의 영화가 만들어진다.
잔나비 최정훈, 김도형이 지난 4월 26~27일, 5월 3~4일 총 4일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콘서트 ‘모든소년소녀들 2025’를 개최하고 팬들과 만났다.

이들의 공연은 단순한 콘서트가 아니다. 관객을 알고, 음악을 알고, 또 사랑하는 이들이 만든 하나의 페스티벌이다. 가로 3개, 세로 7개—무려 10개의 모니터가 무대를 꾸민다. 카메라 워킹은 마치 뮤직비디오처럼 흘러갔다. 세로 화면에 맞춰 조명, 컬러톤, 글씨체, 자막의 크기까지 세심하게 조율된 모습은, ‘내가 본 것 중 최고였다’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야말로 선곡 맞춤형, 관객 맞춤형 연출이었다.
관객석 풍경 또한 독특하다. 무대 바로 앞 스탠딩 구역, 5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성 관객은 공연이 시작 되자 어느 순간 두 손을 높이 들어 박수를 치고, 점프를 한다. 웬만한 20대 못지 않은 체력이다. 프론트맨 최정훈이 그를 발견하고 직접 소통하는 모습은 관객에게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줬다.
“사랑해!”, “한 곡 더!”, “밤새자!” 남성 관객들의 중저음 외침은 공연의 온도를 유쾌하게 올렸다. ‘이게 락앤롤이지’ 생각이 절로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잔나비 공연은 특별한 관객 구성을 자랑한다. 2030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여여 관객, 커플 관객을 넘어 남남 관객, 가족 단위 관객, 중장년층 팬들까지. 진심으로 이 밴드를 아끼는 이들이 한 곳에 모였다.


‘모든소년소녀들’은 두 멤버만의 무대가 아니다.
드럼, 건반, 베이스 등 무대 의상부터 움직임까지 하나의 결을 맞춘 원팀이다. 이 영화에 조연은 없다. 관객들 또한 그러하다. 앵콜 무대가 시작되면, 야구장 응원가처럼 박자를 쪼개 환호했고, 말하지 않아도 박수 타이밍이 맞춘다.
잔나비는 버스킹으로 시작한 밴드다. 홍대 인디씬에서 이름을 알리고, 대형 기획사 없이도 입소문으로 커왔다. 때론 흔들리고, 때론 시험대에 올랐지만, 스스로를 지킬 수 있었던 건 음악을 대하는 진정성이었다. 그리고 이들과 끝까지 함께한 건 팬이다.
무대 위의 최정훈과 이도형은 자유롭고, 유쾌하고, 충만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점프하고, 땀으로 샤워를 하고, 머리를 흔들고, 바닥에 눕기도 하며 울고 웃는다. 행복은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무대 위에서 가장 ‘본연의 나’로 존재하는 2인이다.

일명 ‘이모 미소’를 지으며 공연을 보다 어느 순간 마음이 이상하게 뜨거워졌다. 청춘영화의 주인공 같은 두 사람을 보자니, 회사 생활에 치여 잊고 있던 순수함과 에너지가 불타오르는 기분이다. 아, 그래 나도 저런 열정이 있었더랬지.
사람들은 왜 잔나비를 사랑할까. 그건 그들의 음악이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던 가장 따뜻한 감정을 건드리기 때문 아닐까. 그래서 또 사랑할 수밖에 없다. 또 보고 싶고, 또 듣고 싶어진다. 그래서 또 확신해본다.
사람들은, 잔나비를 사랑해.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