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포커스] 더 강력해진 ‘ML급 커브’… 투 피치 넘어선 KT 원상현, 필승조 우뚝 섰다

사진=KT 위즈 제공

 

그 어떤 위기도, 이겨낼 수 있는 ‘저력’이 생겼다.

 

불펜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2년 차 시즌을 맞이한 우완 원상현(KT) 얘기다. 선발로 고전하던 지난해는 잊어도 좋다. 22경기(10경기 선발) 평균자책점 7.03(65⅓이닝 51자책점)에 머무른 바 있다. 2025시즌은 불펜으로 나서며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12일 기준 20경기 모두 뒷문을 책임지면서 5홀드 수확 및 평균자책점 1.99(22⅔이닝 5자책점)를 기록 중이다. 수장의 신뢰도 두텁다. 한 번 등판에 아웃카운트 4개 이상을 책임지는 멀티이닝 등판은 6차례나 된다. 11일 수원 롯데전 1⅓이닝 무실점 역투가 대표적이다.

 

이강철 KT 감독은 “필승조부터 추격조까지 다 맡긴다. 그만큼 믿을 만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도 “본래 추격조 선수들이 제 페이스가 아니라 원상현을 (그렇게) 쓸 수밖에 없다. 상황이 참 힘들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비약적인 발전을 두곤 “체인지업 역할이 엄청 크다”고 했다. 선수 본인도 고개를 끄덕이는 대목이다.

 

사진=KT 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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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만 해도 직구(45.9%)에 커브(24.7%), 체인지업(15.9%)을 섞는 정도였다. 올해 체인지업(35.3%)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직구(44.4%)와 커브(18.5%)는 줄었다.

 

직구 평균 구속을 보면 불펜 전환 후 시속 144.2㎞에서 147㎞가 됐다. 원상현은 “선발로 던질 때는 체력적으로 신경 쓸 게 많았는데, 지금은 그런 것 없이 집중해서 던지고 있다”고 전했다.

 

KT 전략데이터팀은 “원상현의 올해 커브 분당 회전수(RPM)는 평균 3170, 최고 3380에 달한다”고 밝혔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투수들과 견줘도 최상급 수준이다. 베이스볼서번트 기준 이번 시즌 커브를 100구 이상 던진 MLB 투수 중 평균 RPM 3000을 넘긴 선수는 단 3명뿐이다.

 

찰리 모튼(볼티모어 오리올스·3119), 세스 루고(캔자스시티 로열스·3061), 랜던 루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3010)는 물론, ‘슈퍼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2721)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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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자신 있는 무기는 여전히 커브다. 전체 구사율은 줄었어도, 2스트라이크 이후 상황에서 커브를 던질 확률이 무려 54.5%에 달한다. 체인지업(24.8%)이나 직구(18.8%)보다 훨씬 높다.

 

“상대 팀에서 내 커브를 조금씩 분석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고, 투 피치에 대한 한계가 느껴졌다”는 원상현은 “비시즌 동안 체인지업을 집중 공부했다. 덕분에 커브의 위력도 덩달아 올라갈 수 있었다”고 미소 지었다.

 

올 시즌 커브 구종 피안타율은 0.045에 불과하다.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커브 구종가치는 리그 4위(5.9)다. 상위 5명 가운데 원상현을 제외한 네 명은 모두 선발투수다. 불펜으로 비교적 짧은 이닝을 소화하고도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원상현도 웃음꽃이다. “구종가치 기록을 다 챙겨본다”고 할 정도다. 구사율을 두 배 이상 늘린 체인지업의 경우 피안타율이 0.378에서 0.167로 낮아졌다.

 

더욱 원숙해진 기량을 뽐내며 나아간다. 이젠 ‘어떻게 이길 것인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투수가 됐다. 원상현은 “체인지업을 활용해 유리한 볼 카운트를 잡는 데 집중하고 있다. 중요한 순간 커브로 마무리하면 타자와의 싸움에서 이길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며 “커브라는 무기를 더 확실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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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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