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구 이상 던질 수 있어야” 7회도 보고 싶은데… 2% 부족한 어빈

사진=뉴시스

 

언뜻 보면 흠잡을 데가 없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무언가 하나 빠진 느낌이다. 근사한 요리를 앞에 두고 소금 한 꼬집이 빠진 듯한, 요컨대 ‘마지막 터치’가 아쉽다. 프로야구 두산의 왼손 에이스 콜 어빈 얘기다.

 

어빈은 7일 현재 8경기 선발 등판해 5승2패 평균자책점 2.77(48⅔이닝 15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은 1.13, 피안타율도 0.217로 준수하다.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작성은 6차례다. 크게 무너지는 법이 없고, 안정감 있게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지배력 측면으로 보면 어딘가 허전하다. 압도적인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올 시즌 7이닝 이상을 온전히 소화한 건 단 한 차례였다. 3월28일 잠실 삼성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긴 이후, 나머지 7경기에선 모두 6⅔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7회 등판은 4차례 있었고, 완주한 적은 없다. 이 구간 WHIP은 2.40으로 치솟는다.

 

4월 한 달 동안 보여준 모습은 단순 난조를 넘어 ‘7회포비아’에 가깝다. 지난달 3일 잠실 키움전은 7회 초 시작과 동시에 선두타자 최주환에게 3루타를 허용한 뒤 내려왔다.

 

2주가량 뒤 18일 잠실 KIA전 역시 7회 1사 후 이우성 상대로 2루타를 허용, 교체된 바 있다. 4월30일 잠실서 열린 KT전은 7회 1사를 잡은 뒤 안타와 사구를 허용하는 등 연속 출루에 마운드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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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은 명예회복의 기회였다. 5일 LG와의 라이벌 더비에 등판, 6회까지 76구만을 던져 1실점으로 순항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날 어빈의 7회 등판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튿날 이승엽 두산 감독은 “물론 팀 입장에선 1선발이 100구 이상 던져주는 걸 바란다. 하지만 어빈은 당시 힘이 떨어진 상황이라 봤고, 선수 본인도 힘들어했다. (교체는)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였다”고 밝혔다.

 

팀 내부에서도 보완 과제로 인지하고 있다. 이 감독은 “어빈은 공을 쥘 때 악력을 강하게 쓰는 편이라 체력 저하에 영향을 준다고 본다. 손에 힘이 빠지면 제구에도 미세한 변화가 생긴다. 투수 파트와 함께 조정 중”이라고 전했다.

 

현시점 10개 구단 외국인 투수들을 평균자책점 순으로 나열하면 제임스 네일(KIA·1.09)부터 시작해 요니 치리노스(LG·1.62), 코디 폰세(한화·1.70), 터커 데이비슨(롯데·1.80),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KT·1.95), 아리엘 후라도(삼성·2.21) 등이 어빈의 앞에 줄 서 있다.

 

당초 그를 향한 기대는 이보다 훨씬 컸다. 직전 시즌인 2024년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111이닝을 소화한 검증된 선발 자원이다. 2021년과 2022년 두 차례 규정이닝을 돌파한 빅리그 풀타임 선발 경험자이기도 하다.

 

두산은 어빈을 데려오기 위해 시즌 전 신규 외인 계약 상한선인 총액 100만 달러를 옵션 없이 꽉 채워 투자했다. 지난해 외국인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두산이라 이번만큼은 준척급 카드를 고르기 위해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특급 면모는 아직이다. 새로운 환경에 뛰고 있는 만큼 적응 과정으로 풀이된다. 하위권으로 처진 팀의 반등을 위해 한 단계 더 올라서야 한다. 어빈이 한층 확고한 존재감을 증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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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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