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뜨거워질 시간이다.
기사단과 송골매가 남자프로농구 왕좌를 놓고 각축전을 벌인다. 2024∼2025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을 앞두고 1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서 열린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마지막 무대에 오른 두 팀은 정규리그 1위 SK(41승13패)와 2위 LG(34승20패)다. 이날 공식 석상에서 마주 앉은 두 팀의 수장과 대표선수들의 치열한 기 싸움이 눈길을 끌었다.
◆“르그(LG)들이 착각하고 있다”
전희철 SK 감독이 포문을 열었다. 앞서 KT와의 4강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를 마친 뒤 LG를 향해 “우리 SK를 우습게 보는 듯싶다”며 농담 섞인 신경전을 펼친 바 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흔히 우리가 ‘스크(SK)’라면, LG를 ‘르그’라고 부르더라. LG 선수단이 우릴 쉽게 보고 있는데, 이 말을 전해주고 싶다“며 “르그들이 착각을 하고 있구나”라고 재치 넘치는 도발을 전했다.
2021∼2022시즌 이후 3년 만에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더불어 구단 역사상 4번째 챔피언결정전 트로피를 거머쥐기 위해 쉴 새 없이 달리고 있다. “부임 4년 차에 3번째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일궜는데, 베테랑과 신예들이 큰 경기를 치르면서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준 덕분“이라고 운을 뗀 전 감독은 “이번 챔프전도 분명히 어려운 변수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아주 강한 팀워크로 이겨내겠다. 반드시 두 번째 통합우승을 차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허허. 오해입니다”
조상현 LG 감독이 곧바로 해명에 나섰다. 전 감독의 공격에 “어디서 어떻게 소문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쉽다’는 표현을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낸 적이 없다”며 방긋 웃었다. 이내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응수했다. 그는 “정규리그서 핵심 선수 아셈 마레이 없이 두세 경기를 맞붙었고, 접전 끝 패배가 많았다”면서 “물론 (챔피언결정전이) 쉬울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한 번 도전해 볼만한 팀이라고 생각은 한다. 젊은 선수들의 패기를 앞세워 노련한 SK와 맞붙어 보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창단 첫 우승에 도전한다. 앞서 두 차례(2000∼2001, 2013∼2014)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올랐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11년 만에 고지를 밟은 만큼 결코 쉽게 물러설 생각은 없다. 업셋을 일구겠다는 각오다. 조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지 이제 3년 차지만, 두 번의 시즌에서 챔피언결정전을 밟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며 “올 시즌 정말 간절하게 준비했다. 특히 젊은 선수들이 성장한 게 큰 소득이다. 선수들과 ‘세바라기’ 팬들과 함께 LG의 새 역사를 한 번 써보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패기와 노련함
마이크를 잡은 선수들 사이에서도 ‘스파크’가 튀었다. SK에선 김선형과 안영준이, LG는 양준석과 유기상이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다. 이 가운데 신구 가드 입담 대결이 유독 돋보였다. 양준석이 존중을 담아 도전장을 내민 것. 그는 “학창시절부터 (김)선형이 형을 보면서 자랐다. 특히 챔피언결정전을 뛰는 걸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 이번에 맞붙게 돼 영광일 따름”이라면서도 “패스나 수비적인 부분에선 내가 훨씬 앞선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선형도 맞불을 놓았다. “개인적으로 경쟁을 굉장히 즐기는 편”이라며 “후배가 도전했으니 챔피언결정전에서 제대로 즐겨볼 계획”이라고 미소 지었다. 이어 “나이가 많은 게 내 장점이다. 그만큼 경험이 많다는 뜻”이라고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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